독일 월드컵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우리사회는 지금, 지난 한-일 월드컵 때 시민들의 자발적인 응원의 장이 되었던 서울시청 앞 광장, 청계 광장의 사용권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달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 청계 광장의 길거리 응원행사 민간 주관사로 SKT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이른바, 광장응원에 대한 "독점권"을 주자, 문화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요."광장은, 사고 팔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청 앞 광장은 "자본"이나 "언론", "붉은 악마"의 것이 아니고, 시민의 것이다,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달라.."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나타나는 월드컵 상업주의, 기업들의 애국심 마케팅..무엇이 문제인가? 월드컵이 순수한 시민들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문화연대 〉 체육문화위원장인, 동아대학교 스포츠 과학부 정희준 교수로부터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정희준 교수입니다. 동아대학교 스포츠 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화연대〉체육문화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정희준 교수는, 전공분야인 "스포츠 사회학"과 "문화연구" 분야에서 활발한 언론 기고와 발언을 하고 있는 학자입니다.논문으로는, 〈소비자본주의적 몸의 등장과 운동의 사회문화적 의미의 변화〉, 〈이종 격투기의 세계화, 탈근대와 전근대의 만남 〉 등이 있습니다.
박인규 : 정희준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정희준 교수 : 네. 안녕하세요.
박인규 : 월드컵이 이제 석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벌써부터 상당히 논쟁적인 주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과 관련해서 정희준 교수께서는 최근에 '2002년 월드컵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지만 반면에 2006년 월드컵은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나름대로 어떤 근거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겁니까?
정희준 교수 : 네. 아마도 저뿐만 아니고 많은 분들이 느끼시는 부분인 거 같은데요. 그때는 그래도 우리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함께 하나된 시민축제를 우리가 멋지게 이뤄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자본과 언론이 앞장서서 돈벌이 수단으로 월드컵이 전락하게 되는 상황에 처해있죠. 그래서 여기에 또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왜곡된 국가주의라든가, 이런 것들도 볼 수 있고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바로 서울시이죠. 서울시가 서울시청 앞 광장을 재벌에게 이제 독점권까지 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양대 통신사가 서로 자기네들이 진짜 응원이라고 원조싸움을 하는데 마치 족발집, 떡볶이집처럼 그러한 수준의 원조싸움을 하는 거 같고요. 과연 축구를 좋아해서 그러는 걸까? 저도 한 번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죠. 그래서 그런 기회에 한 번 글을 쓰게 됐습니다.
박인규 : 2002년 월드컵이 상대적으로 순수하고 자발적이었다면 이번 월드컵 응원은 상업성이라고 할까, 어떤 애국주의 같은 것이 껴 들어 온 것 보인다? 그런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지금 서울시청 앞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달라..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자본의 것도 아니고, 언론의 것도 아니고, 붉은 악마의 아니다..어떤 근거에서 지금 서울시청 앞 광장이 시민들에게서 뺏겼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희준 교수 : 월드컵이 진행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그 공간에 가서 함께 어울렸는데 월드컵이 이제 초점이었던 서울시청 앞 광장은 민주화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또 거리응원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때 많은 분들은 모여서 함께 즐겼고, 하나가 됐고, 또 많은 분들은 그때의 경험을 아주 훌륭한 교육의 장이라고까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굉장히 행정편의주의적으로 공모 한번 거쳐서 특정 기업에게 준 것은 열린 공간을 완전히 서울시 스스로가 닫아 버린 것이다..그렇게 볼 수 밖에 없는 거죠.
박인규 : 이른바 공개입찰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어떤 특정 기업들의 모임세력에 말하자면 월드컵 기간 동안 응원의 독점권을 준 것은 문제가 있다?
정희준 교수 : 네.
박인규 :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SKT인가요? 그 기업에서 말하자면 그 기간 동안에는 응원을 조직하고 돈도 후원하고 했다던데 그때와는 다른 겁니까 지금은?
정희준 교수 : 그때는 사실 지금 SKT나 KTF..지금 경쟁하고 있는 두 통신사가 지금과 같은 준비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때가 정말 우리가 그렇게 될 줄도 몰랐고요. 그런데 그 시청 앞 광장에서의 거리응원, 전국에서 다 그랬습니다만 점점 커지게 되면서 이제 SKT쪽이 일종의 편의제공을 한 거죠. 그 당시에는..그래서 사실 굉장히 큰 수확을 올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월드컵을 90여일..아직도 멀리 남았는데 벌써부터 과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조금은 굉장히 염려스럽다..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붉은 악마의 독일원정단장이신 분께서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신 적이 있었는데요.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번 월드컵 같은 경우에 FIFA 국제축구연맹을 통해서 광장의 축구 중계료도 요구하고, 또 질서유지, 안전유지를 위해서는 비용 같은 것이 필요하다..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든, 누군가가 도움이 되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은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정희준 교수 : 일단은 서울시의 결정이 조금은 편파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냐는 것이죠. 그러니까 FIFA가 요구하는 중계권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억원이면 되거든요. 그것은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행사를 주관하고 그 다음에 후원을 받으면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는.. 1년의 예산이 몇 조원이 되는 그러한 거대한 기관인데..20억이 아까워서 그냥 재벌기업에게 던져주었다는 것은 문제가 좀 있는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이번 경우에 보면 SKT 컨소시엄측이 제안한 액수는 115억원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115억원 외에 일종의 이면계약으로 그러니까 편법이죠. SKT쪽으로부터 30억원을 3년동안 '하이 서울 페스티벌(HI SEOUL FESTIVAL)' 지원하는 후원금을 명목으로 받았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벌써 140억원에 가까운 돈이 되고, 그 다음에 또 그것 외에도 또 상암경기장에서의 응원권..응원권이라는 말도 세상에서 처음 들어 봅니다만, 응원권을 또 민간 기획사에게 1회당 2억 8천만원씩 총 4회.. 이 돈을 받고 또 팔아 넘긴 거예요. 그러니까 150억원에 달하는 그 돈을 어디에 쓸려고 그렇게 지금 생각을 하는 건지..무엇에 그렇게 필요한 건지..20억원이면 다 해결이 되는데 말이죠. 그 다음에 이제 중요한 것은 질서 유지문제인데요. 서울시민의 자발적인 시민축제라고 하면 그 질서유지는 당연히 서울시가 해야죠. 서울시의 공무원들과 경찰들이 해야 하지 않나..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문화연대의 입장에서는 어떤 특정기업에게 월드컵 길거리 응원을 주체랄까, 주관을 줄 것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하라는 얘기입니까?
정희준 교수 : 서울시가 해도 좋고요. 서울시가 만약에 더 좋은 어떤 단체라든가, 모임, 단체가 있다라고 한다면 그곳에 주어도 좋죠. 그래서 서울시 바로 산하에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그러한 또 기관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 기관을 주축으로 해서 서울시에 있는 그런 많은 문화예술단체들이 함께 모여서 일종의 거리응원 위원회, 준비위원회, 시민위원회..그런 것을 조직해서 판을 만들어 주면 얼마든지 이것은 문제가 없는 그러한 행사라고 봅니다.
박인규 : 문제 제기의 시점이 늦었다는 지적도 있는 거 같아요? 말하자면 2006 독일월드컵 서울시청광장 앞 응원 주관사를 선정 발표한 다음에 이런 지적이 나왔는데요. 공모하는 단계에서부터 특정기업에게 줄 것이 아니라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범시민 조직을 만들자..그런 것을 제안해 주셨으면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되지 않았을까..이런 지적도 있는 거 같습니다?
정희준 교수 : 그렇죠. 저희도 그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고요. 그런데 저희가 레이더라고 하나요? 사방에 펼쳐 놓은 상태도 아니고요. 그때는 그것이 이슈화가 되지도 않았었죠. 그래서 그래도 사회적으로 어떤 이슈로서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포착을 한 건데..늦었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습니다.
박인규 : 제가 한 사람의 시민이라면 시청 앞 길거리 응원을 SKT가 주관이 되든, KTF가 주관이 되든 가서 그냥 열심히 응원만 하면 되지, 별로 관심 없다..이런 분들도 있을 거 같아요? 어떨까요?
정희준 교수 : 시민 누구나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바로 스폰서쉽 문제 때문에 붉은 악마가 시청 앞에서 응원을 할 수 없다는 그런 서글픈 현실이죠. 그래서 그 독점 사용권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이것은 역시 공적 공간이고, 그 다음에 교육적인 공간이고 또 영리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없다고 생각을 해 보면, 그리고 특히 조례에 영리를 위한 집회는 이제 허가를 해 줄 수 없다라고 못이 박혀 있거든요. 그래서 공적인 기능을 강조한다면 좀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또 한가지는 이런 지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월드컵이라는 것 자체가 대단히 상업적인 행사이다..그런데 그것에 자꾸 순수한 시민들의 행사임을 강조하는 것도 좀 자가당착이 아니냐? 이런 비판도 있는 거 같아요?
정희준 교수 : 네. 그러나 문제는 스포츠 상업주의는 이미 오래 전에 이제 진행이 됐고,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그러한 거대 스포츠 이벤트들이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역시 상업주의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이 정도의 상업주의라면 너무 심하다는 거죠. 그 다음에 국가주의라든가, 애국 마케팅이라든가, 이런 식으로 해서 온갖 마케팅 수단이 동원되고 그 다음에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무대에 뛰어 들어서 이건 지금 누구 누구를 헐뜯는지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이 정도로 문제가 있고요. 여기서 더 나아가서는 안 되지 않을까..그런 권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그런 생각합니다.
박인규 : 좀 전에 말씀하신 중에 이번에 응원권이 SKT 컨소시엄으로 가면서 붉은 악마가 응원을 할 수 없게 됐다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또 붉은 악마측은 꼭 그런 것은 아니다..갈 수도 있다..이렇게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정희준 교수 : 그런데 붉은 악마는 좀 경우에 따라서는 왔다, 갔다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개인의 의지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붉은 악마들 중에 누구든지 시청 앞으로 가서 응원할 사람들은 당연히 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고 저도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2002년 월드컵 때 최대 700만까지 길거리응원을 하고 그랬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경악을 하고 감탄을 하고 또 한민족의 저력..이런 말씀까지 나왔었지만 또 일부에서는 좀 무섭다..파시즘 같은 징후도 경우도 보인다..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그런 얘기들도 일부는 나왔거든요. 어떻습니까? 지금 2002년도의 응원과 응원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2006년도의 응원이 양상이 많이 다르다고 보십니까?
정희준 교수 : 조금 많이 다르죠. 텔레비전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몇몇 광고가 있죠? 아주 애국주의와 민족 국가주의, 이런 것들 강조하는 광고들이 많은데요. 사실 이것이 가끔씩 저희들을 불편하게 합니다.
박인규 : 어떤 면에서 그렇죠?
정희준 교수 : 너무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축구를 좋아할 권리도 있지만 축구를 싫어할 권리도 있는것이고요. 또 축구를 볼 권리도 있지만 반면에 다른 드라마나 음악방송을 들을 그런 권리도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그러한 다양한 취향이 배려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사방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한쪽으로만 몰고 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꼭 마치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질식할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죠.
박인규 : 개인의 다양성을 억압한다.. 그런 의미 입니까?
정희준 교수 : 네.
박인규 : 2002년 월드컵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붉은 악마가 일종의 주체처럼 되어 있는데요. 붉은 악마식의 응원..이것이 좀 군사주의적이고 너무 애국심을 강요한다..이렇게 지적도 하셨는데요. 이것도 같은 맥락입니까?
정희준 교수 : 그렇죠. 군사주의적이고, 너무 조직적이고, 너무 체계적이다..라고 하는 것은 꼭 2002년뿐만 아니고 사실은 지금의 상황도 고려를 한 겁니다. 사실은 스포츠는 국가와 상부상조하면서 커 왔거든요. 그런데 70년대 박스컵 축구죠? 같은 경우를 봐도 어떻게 보면 지금보다도 전체주의적이었지만 한편으로 보면 또 순진했죠. 그래서 응원을 해도 변변한 구호도 없고, 응원가도 없고, 어디에 던질 두루마리 휴지도 없었지만 지금 못지않게 열심히 했거든요.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지금에서 염려스러운 것은 국가주의에 더해서 너무 상업주의다..상업주의가 국가주의 못지 않게 파고들어와서 소비자들을, 시청자들을 현혹하는 이런 상황은 조금 지나치지 않나..그런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원래 스포츠라는 것이 좀 전에도 말씀하셨지만 국가와 결합해서 원래 애국심, 민족주의, 기본적으로 그런 것을 강요한다고 할지, 노력하는 활동이 아닙니까?
정희준 교수 : 네. 사실 월드컵은 한 10년, 20년 전만해도 올림픽보다는 좀 작은 규모의 대회였었죠.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따라잡았거든요. 이것은 상업주의도 있고,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은 이제 월드컵이 공차기라는 스포츠가 점점 국가간의, 민족간의 대결로 변질되어 가면서 그것에서 일종의 상승세를 탄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2002년 있었던 월드컵에서 F조를 저희는 유별나게 죽음의 조라고 불렀거든요. 그것이 다름이 아니라 물론 그 4개 팀이 강한 팀이었지만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문제였죠. 그래서 그러한 포클랜드 전쟁에서 역사적인 두 국가간의 인연을 과대포장하기도 하고요. 이것을 또 십분 활용하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앞서가는 나라들은 월드컵도 중요시하지만 자기 나라의 학원축구라든가, 유소년리그 그리고 자국의 프로리그들로 월드컵 못지 않게 좋아하고 있죠. 그래서 그런 것을 우리가 오히려 선망해야 하지 않나..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스포츠 관련해서 국가대표에게만..말하자면 몰아주는 그런 방식이 없다?
정희준 교수 : 네. 그렇죠.
박인규 : 붉은 악마식의 응원, 거대한 태극기를 동원하고 그런 방식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정희준 교수 : 붉은 악마는 사실 초심에서 이제 많이 벗어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10년쯤 됐죠? 지금은규모가 3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아주 거대한 조직이 됐고요. 그리고 너무 스펙터클에 치중하는 것 같아요. 스케일을 자꾸 큰 것만 추구하고 계속 규모를 키우다 보니까..이제는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거죠. 감당하지 못할 만큼 일을 벌려 놓고 그 뒷감당을 하기 위해서 스폰서를 이제 필요로 하는 지금 이러한 모습이 너무 안타까운 거죠. 그래서 이러한 상업적인 문제..그리고 이제까지 붉은 악마는 한국 축구발전에는 좀 무관심했었거든요. 작년에도 축구협회 계약이라든가, K리그 활성화..이러한 것들을 가지고 한 번 토의해 보자..몇 차례 제의가 있었는데 붉은 악마는 항상 거절을 해 왔었습니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대표팀을 서포팅하는 그러한 단체일 뿐이다..우리는 그런데에 휩쓸리지 않겠다..그런데 지금은 SK를 지난 번에 야유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국내축구 활성화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가끔씩은 모순된 모습도 보게 되는 거죠.
박인규 : 그것과 관련해서 이번에 2006 월드컵에서 윤도현밴드가 애국가를 락버전으로 선을 보였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정희준 교수 : 윤도현밴드의 경우에는 사실은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여기저기서 찾으니까..나는 월드컵가수로 기억되기 싫다..음악만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나왔죠. 상업가수이기 때문에 대중가요를 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이윤추구를 할 수 있죠. 그렇지만 그렇게 너무 자신의 원래 이미지..젊음과 저항과 의식 있는 가수..이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그런 광고 출연만큼은 좀 자제해야 하지 않나..외국의 예를 봐도 그렇게 저항적이고 의식 있는 가수들은 광고출연은 하지 않거든요. 음악만 가지고 돈을 벌지..
박인규 : 애국가를 락버전으로 부른 것은 별로 문제가 없다고 보시는 겁니까?
정희준 교수 : 네. 그것에 대해서는 저는 개인적이지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2002년도에 어떤 감동이랄까, 충격 같은 어떤 그런 것들을 다시 이번에 재현할수 있을지..벌써부터 애국심이 지나치다, 상업적이다..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2006 독일 월드컵을 어떤 국민적인 제전이라고 할까요, 국민의 통합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희준 교수 : 예를 들어서 88년의 경우에는 올림픽을 하면서 저희가 후진국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열심히 했고요. 2002년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창조적인 문화적 역량을 선 보였다..이런 얘기들도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들의 수준 높은 질서의식도 확인했고요.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야 하죠. 그런데 그 하나됨을 너무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이 구성해서 살아가는 사회인데 너무 하나 됨을 강조하다 보니까 그 하나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 받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좀 가족과 함께 볼 수 도 있고, 친구와 함께 볼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느긋하게 간섭 받지 않고 축구를 볼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응원보다는 저는 축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 월드컵에서는 다양하게 응원하면서 즐겨보자?
정희준 교수 : 네.
박인규 : 지금부터는 우리나라 스포츠계에 대해서 몇 가지 말씀을 여쭤보고자 합니다. 스포츠사회학을 하신다고 했는데 어떤 겁니까?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죠?
정희준 교수 : 네.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스포츠를 사회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그런 학문이겠죠.
박인규 : 월드컵 얘기를 마무리 짓는 의미에서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은, 이런 겁니다. 응원보다는 축구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희 집 딸아이가 스포츠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평소에는 축구를 안 봐요. 그런데 국가대표 축구만 하면 거의 열광을 하거든요? 우리나라 전체를 보면 월드컵 같은 A매치가 있으면 열심히 보는데 상대적으로 K리그는 아닌 것 같아요. 월드컵에는 열광하면서 국내 게임은 상대적으로 냉담한 이런 것들을 보면서 축구를 즐기는 건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어떤 정체성을 즐기는 건지 헛갈릴 때가 있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그런 부분은..
정희준 교수 : 그것에 대한 논란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붉은 악마나 축구협회 같은 경우는 대표팀이 잘 되어야 프로리그도 잘 된다..그런 말을 하거든요.
박인규 : 확산이 되어서..?
정희준 교수 : 그렇죠. 인기를 얻게 되면 그 인기가 이제 일종의 Trickle Down 하는 효과를 얻는다 이거죠..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은 수 차례에 걸쳐서 증명이 됐거든요. 그런 얘기하면 이제는 거짓말이죠. 그런데 저는 한국축구의 경쟁력은 역시 유소년리그나 프로리그에 있다고 생각을 하지 어쩌다 한 번 있는 월드컵이나, A매치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인규 : 1등만 보지 말자? 작은 것들도 보자?
정희준 교수 : 네. 그럼요.
박인규 : 정희준교수께서는 스포츠사회학뿐만 아니라 문화연구도 하셨는데요. '박찬호 선수와 가수 서태지씨를 비교하신 글이 있어요. 그래서 박찬호 선수의 이미지는 어떤 순응적이다..서태지씨의 이미지는 좀 저항적이다..약간 상반된 특성인데도 그렇지만 대중스타로서 유사한 모습이 있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설명을 해 주시죠?
정희준 교수 : 네. 박찬호 선수와 서태지씨..이 두 인물은 제가 광고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상품이라고 하더라고요. 두 사람 모두..사실은 그 전에 박세리 선수가 있었는데 박세리 선수는 떨어져 나갔고요. 이 두 사람은 지금도 굉장한 스타로서 엄청난 영향을 가진 그러한 문화적인 아이템인데요. 제가 주목했던 것은 예를 들어서 이러한 문화적 아이템의 힘을 가지면서 발휘하는 기능이 있거든요. 그런데 보면 후기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죠? 그 토착문화를 이제 약화시키게 되고, 흔들게 되고, 그리고 외래 문화를 수입한다..이러한 기능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경우에는 아주 극단의 위치한..한 사람은 보수적이고, 한 사람은 진보적인 그러한 이미지를 각각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 조차도 후기산업주의에 문화상품이 되다 보니까 똑같은 기능을 발휘하고 마는 구나..그것에 주목을 했던 건데요. 사실 학문적으로는 깊이는 없고요. 그런데 저의 아는 친구가 주제는 재미있다고 해서 한 번 써보라고 해서 써 본 글입니다.
박인규 : 이미지는 서로 순응적이고 저항적이지만 똑같은 기능을 발휘한다고 하셨는데..그 똑 같은 기능이라는 것은 어떤 기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희준 교수 : 네.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이제 한국사회의 어떤 음악이라든가, 인디 문화, 그 다음에 한국사회의 존재하는 한국 프로야구..이러한 것들을 이 두 인물들이 조금씩은 흔들어 놓은 그러한 경우가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박찬호 선수 같은 경우에는 한때는 박찬호 선수 한 명이 한국 프로야구 8개 구단보다도 더 위력이 있다고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박인규 : 그 앞서도 말씀하신 중에 응원보다는 나는 축구가 더 좋다..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어떻습니까? 스포츠를 전공하시니까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떤 잘하는 유명한 선수들의 게임을 보는 것을 즐기는 것인지..아니면 스스로 자기가 스포츠를 하면서 즐기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그리고 또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떻다고 보세요?
정희준 교수 : 우리나라는 스포츠가 과거에 너무 성적 위주로..그 다음에 금메달에 집착하고 그 다음에 군사정권의 특혜를 받으면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그 구조가 상당히 왜곡이 되어 있죠. 그래서 지금의 스포츠를 보게 되면 하는 스포츠, 즐기는 스포츠보다는 보는 스포츠, 관람 스포츠, 프로 스포츠가 더 활성화가 된 듯한..그래서 좀 하면서 즐기셔야 하는데 아직은 보면서 열광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것을 이른바 엘리트 스포츠라고 하고 말하자면 어떤 출세와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고요. 말하자면 4강에 가야 대학에 간다던가..아니면 금메달을 따면 보조금을 받는다던가..이런 것이 있는데요. 그런 엘리트 스포츠를 벗어나서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즐기는 스포츠..스스로 하는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여건 조성을 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정희준 교수 : 일단 그래서 요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클럽스포츠이죠. 학원스포츠가 워낙 문제가 많으니까 클럽스포츠로 한 번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그러는 것이 있고요. 일단은 스포츠상에서 성적 지상주의를 빨리 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때문에 구타문제, 폭력문제, 그 다음에 어떤 스카우트 비리라든가, 이 모든 문제가 그것에서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성적 지상주의라든가, 상급학교로의 진학문제, 합숙문제, 이런 것들을 우리가 좀 다시 들여다보고 감독, 코치와 같은 지도자들도 성적으로만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의 성적이나 얼마나 제때에 졸업을 하는가..하는 졸업윤리라든가..이런 것들로도 평가를 받고 또 좀 더 공부하는 지도자가 좀 더 많이 나와야겠죠.
박인규 : 우리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4강이 되어서 정말 뿌듯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대표팀만 잘해서는 곤란하다..유소년, 동네축구나, 조기축구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축구의 저변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을 넓히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 드리겠습니다.
정희준 교수 : 스포츠가 다 그렇지만요. 축구가 활성화되고 강해지려면 저변이 확대가 되어야죠. 지금 우리나라 축구의 문제는 가분수구조이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대표팀에게 지나치게 집중이 됐다..그래서 이러한 운영 방식을 바꾸고요. 그 다음에 특히 유소년..대표팀 쪽이나 성인 쪽보다는 오히려 유소년 축구를 지원하고 경기장을 지어주는 것에서 우리가 다 했다라고 끝낼 것이 아니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그것에서 또 능력을 발휘한 지도자들도 교육을 시키고 좀 종합적인 노력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네. 아무쪼록 2006 독일월드컵이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또 한번의 좋은 계기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 합니다.
정희준 교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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