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ㆍ1절 골프 파문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해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안 제출을 거론하고 나섰다. 여권의 기류가 이 총리 유임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 '해임건의안' 거론에, 국민중심당만 '찬성' **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10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 총리 해임 후 후임 총리감을 머릿속에 그려서 와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이 총리가 3ㆍ1절날 함께 골프를 친 사람들과의 유착 관계가 드러날 경우 다른 야 3당과 함께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제63조에 의하면 국회는 국무총리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고, 본회의에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의이 발의하고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해임 건의안이 통과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곧바로 해임건의안을 꺼내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 민주노동, 국민중심 등 다른 소수 야당들이 이 총리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긴 하지만, 해임건의안 처리에 선뜻 동참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의원 전체 297명 중 열린우리당은 143명, 한나라당은 126명이다. 과반인 149명의 찬성을 모으려면 여당은 6표, 한나라당은 13표가 부족하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아직 해임건의를 거론하기는 이르다"고 말했고, 민주노동당 심상정 수석부대표도 "이 총리를 감싸는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당 쪽에서 나오는 해임건의안 얘기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국민중심당 이규진 대변인만이 "해임 건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섣불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가 다른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해 처리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부담은 오히려 한나라당에 돌아올 수 있다. 한나라당은 작년 6월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의 책임을 물어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했으나 열린우리당과 함께 민주노동당이 반대해 부결됐다.
〈표〉
***여론눈치ㆍ표계산 등에 국정조사 먼저할 듯 **
한나라당에겐 여론도 부담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52.8%, "사퇴할 사안이 아니다"가 41.6%로 나타났다. 사퇴 여론이 조금 더 높았지만, 야당이 마음 놓고 해임을 건의할 만큼 비등한 여론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총리 해임건의안 통과가 대통령 탄핵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과 확실한 '타격점'인 이 총리가 직을 유지하는 것이 '노무현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지방선거 표 몰이에 유리하다는 지방선거 전략이 끼어들면 해임건의안 제출에 따른 실익 계산이 복잡해진다.
이에 한나라당은 해임건의안이라는 '직공' 대신 이 총리의 골프 사건과 연관되는 모든 국회 상임위를 열어 '변죽'을 울리는 편을 택했다. 골프를 정경유착과 연결지을만한 '결정적 단서'를 찾기 위해, 교직원공제회의 영남제분 투자 과정 상 의혹을 집어낸 권영세 의원을 단장으로 당내 진상조사단도 꾸렸다.
한나라당은 곧 정무위를 열어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이 총리와 골프를 함께 한 류원기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영남제분이 밀가루값 담합과 관련해 적정한 과징금을 부과 받았는지를 추궁할 예정이다.
또, 교육위를 열어서 교직원공제회의 영남제분 투자 과정을 따지고, 과기정 위원들을 통해 통신사에 이 총리와 이기우 교육부차관의 전화통화 내역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상임위별 1차 조사가 끝나면, 한나라당은 다른 야당과 공조해 국정조사를 실시해 좀 더 면밀한 조사를 통해 이 총리를 압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한나라당뿐 아니라 다른 야당들도 모두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