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간 과거사에 대해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부적절한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일본 지도자들은 언행을 조심하고 한국을 배려해 줘야 한다"며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각성과 망언 자제를 촉구했다.
***"양국 정치냉각은 조속히 개선돼야" **
박 대표는 이날 도쿄 시내 총리 관저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40분 여간 면담을 한 자리에서 "정치 지도자는 신중한 언행과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 등 지난 1년간 과거사에서 비롯됐던 한일 양국간의 갈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거듭 강조했다고 이재춘 국제위원장이 전했다.
박 대표는 특히 고이즈미 총리의 좌우명으로 알려진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언급하며 "사람 간의 문제뿐 아니라 국가 간에도 신뢰가 중요하며 신뢰가 쌓이는 것은 언행을 바르게 해야만 가능하다"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잘 알겠다", "노력하겠다" 등의 원론적인 답변으로 응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총리와 박 대표는 또 "양국 간의 정치적 냉각이 계속 방치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전체적인 면담의 분위기는 밝고 솔직했다"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한국 여성대통령 탄생이 日보다 이를 듯" **
박 대표는 방일 첫날인 7일에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과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도 "일본은 가해자고, 한국은 피해자라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고, 그 바탕 위에서 (과거사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일본 정계의 자세전환을 촉구한 것으로 배석자들은 전했다.
박 대표 측은 이번 방일로 국제무대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동시에, 국내에도 야당 지도자를 넘어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는 만큼 한일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는 인상을 남기려 애쓰는 모습이다.
이날 고이즈미 총리도 이 같은 기대를 의식한 듯 "한국 여성 정치인들의 정치력 신장이 일본을 앞선 것 같다"며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 일본에서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것보다 빠를 것 같다"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방문은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초청으로 4박 5일 일정이며, 박 대표는 지난해 3월에는 미국, 5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각 국의 상당수 정계 인사들과 안면을 튼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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