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사퇴 압박에도 9일째 침묵을 지키고 있는 최연희 의원이, 한나라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당일 저녁 한나라당 기초단체장 공천 신청자로부터 호텔 식사 대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그 진위를 두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 의원은 여기자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기 직전까지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공천을 총괄하는 공천심사위원장이었다.
***"최 의원, 탈당계 낸 날 공천신청자 만나 식사대접 받아" **
7일자 〈경인일보〉에 따르면 최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난달 27일 저녁 경기도 이천시에 소재한 한 호텔에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이천시장 후보 B씨를 만났다.
〈경인일보〉는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역 정가에서 널리 알려진 L씨의 주선으로 이뤄진 이날 저녁 자리에는 최 전 총장과 단체장 후보인 B씨, 그리고 L씨의 동생 등 6명이 참석했다"며 "이들은 오랜 시간 같이 식사를 했으나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다만 식사비 40여만 원은 자리를 주선한 L씨의 동생이 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보도내용이 사실일 경우, 최 의원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탈당계를 제출한 직후 공천을 신청한 후보를 만나 식사 대접을 받은 셈이다.
이에, 〈프레시안〉은 한나라당 이천시장 후보자로 등록한 후보자 5명 모두에게 전화 확인을 시도했으나 이들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 "최 의원은 알지도 못 한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대변인도 "깜짝 놀라 확인을 했으나 모두 다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을 뿐더러 그날 저녁 알리바이가 모두 성립됐다"며 "최 의원이 후원회장인 L씨 및 이천에 거주하는 L씨의 지인과 식사를 한 것이 괜히 한나라당 후보자들과 연계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이천 공천 신청자들은 내일 당장 자신들을 의심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인일보〉 기자를 고소키로 하고 작성한 고소장을 중앙당에 보내왔다"고 전했다.
***"최 의원 사퇴 압박은 한나라당 쇼냐" **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일제히 "최 의원을 압박하는 척하며 사퇴를 요구했던 한나라당 지도부가 결국 최 의원을 구하기 위해 쇼를 했음이 드러났다"며 최 의원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최 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고 대국민 사죄를 한 뒤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최 의원이 계속 잔머리를 쓰고 파렴치한 행동 취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노당 김배곤 부대변인도 "공천심사위원장직 사임 소식을 모를 리 없는 공천신청자들이 왜 탈당한 최 의원을 만났겠냐"며 "이는 최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한나라당과 교감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최 의원의 탈당 후 행적을 둘러싼 비난까지 한나라당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최 의원의 '장고(長考)'는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최 의원이 사건에 대한 해명과 함께 의원직 고수를 선언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자 한나라당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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