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민주노총이, 1일 철도노조가 각각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의 목적이 무엇이든 파업을 바라보는 언론의 눈길은 곱지 않다. 게다가 일각에는 파업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마저 있다.
최근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비정규 법안'이 대표적으로 보여주듯, 노동자의 권리는 수없이 반복된 파업에도 결코 향상되지 않았다. 그간의 파업 중에는 소위 '이기는 싸움'도 있었지만, 노동자의 권리는 하향세를 그리기만 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의 법률원 원장인 김기덕 변호사를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한국의 노동법은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기본적으로 불법으로 간주"**
프레시안 : 이번 민주노총의 총파업이나 철도노조의 파업에 역시나 '불법 파업'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김기덕 : 한국에서 합법 파업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쟁의행위의 주체는 노동조합이어야 하고, 쟁의행위의 대상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어야만 하며, 쟁의행위 전에 조합원의 찬성 여부를 묻는 절차와 조정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까다로운 규정은 노동법이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기본적으로 불법으로 간주하고, 예외적으로 합법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노동법 자체가 '단결금지의 법리' 수준에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단결금지의 법리'가 무엇인지?
김기덕 : 초기 자본주의 시기인 18세기에 프랑스의 '르 샤플리에 법'이나 영국의 '단결금지법'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법리다. 당시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노동자가 집단을 이뤄 근로계약을 체결하려는 시도를 금지하고 처벌했는데 이것이 단결금지의 법리다. 이 법리는 150여 년 전에 노동운동에 의해 폐지됐다.
이때 폐지운동의 논리는 간단한 것이었다. 한 사람이 한다면 처벌할 수 없는 행위를 여러 사람이 한다고 처벌하거나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범죄행위로 처벌 받았지만, 단결 금지의 법리가 폐지된 이후에는 더이상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도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며 처벌하고 있으니 우리의 노동운동은 초보적인 권리도 획득하지 못한 셈이다.
프레시안 : 헌법 상으로는 노동자의 단결권 등을 보장하고 있는데?
김기덕 : 물론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는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대한민국 헌법 33조 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있는 헌법을 가진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헌법상 권리가 비슷한 나라라면 프랑스 정도가 있을 것이다.
프랑스 1946년 헌법 전문 7조는 "파업권은 이를 규율하는 법률의 범위에서 행사된다"고 되어 있다. 이는 파업권이 모든 근로자의 헌법 상의 권리임을 보장하는 동시에 법률로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파업권을 규제하는 법률은 거의 없으며 파업의 규율은 대부분 판례에 의해 형성된다.
프랑스 파업권이 우리나라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 것은 프랑스 노동자는 2명 이상이면 노동조합과 관계없이 언제라도 파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파업권은 노동조합의 권리가 아닌 근로자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는 쟁의행위의 주체를 노동조합으로 규정하고, 노동조합이 아니면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직권중재는 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것인데…"**
프레시안 : 이번 민노총 파업의 경우, 얼마전 국회 환노위에서 통과된 '비정규 법안'에 반대하는 파업인데, 정치적 목적에 의한 파업이라며 불법파업으로 규정됐다.
김기덕 : 이제까지 정치적 목적이라고 규정된 경우들과 같이 '비정규 법안 처리'는 노동자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고,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문제다. 상식적으로 단체행동권이 헌법 상에 보장되어 있다면 이러한 당사자의 문제에 대해서도 단체행동을 보장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런데 법률에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 취지에 위배하는 것이다.
철도노조의 파업과 같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경우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말이 안된다. 현행법 상 해고자 복직은 쟁의행위의 대상이 아닌데, 노사간의 자주적 교섭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을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노사 자치주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철도노조는 28일 오후 9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내린 직권중재 결정을 거부하고 파업을 강행해 일부 언론들로부터 불법파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기덕 : 중재는 양 당사자가 중재인을 정해 그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합의를 하는 것이다. 즉, 중재는 양 당사자의 동의가 없어서는 안 되는 제도다. 그런데 직권중재는 필수공익 사업장이라 해서 직권을 발동해 동의없이 무조건 중재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제도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위헌일 뿐더러 세계적으로도 부끄러워할 만한 법이다.
직권중재 제도는 ILO에서도 폐지하라고 권고했고, 정부에서도 최근 추진하고 있는 노사관계 로드맵에서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
***"업무방해죄 적용한 '손해배상 가압류', 법리에 안 맞아"**
프레시안 : 이렇게 '불법 파업'이라고 비난이 쏟아지니, 또 노조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가압류'가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김기덕 : '손해배상 가압류'는 쟁의행위가 '위력(威力)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이상 당연한 결과다. 법원 판례는 2명 이상의 노동자가 노무 제공을 하지 않으면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업무방해죄로 간주한다.
만약 노동자 한 명이 출근하지 않고 노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를 두고 '업무방해죄'라며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 노동자가 노무 제공을 안한 대가로 임금을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2명 이상이 이러한 공동행동을 하면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행위로 판단해서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것 자체가 아까 말한 '단결 금지의 법리' 위에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프랑스나 독일 등에서 노동자들이 여러 명 모여 파업한다고 해서 입건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2차대전 이후 당연한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을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선언적으로만 보장하고 있을 뿐, 여전히 범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상한 법률 체계 내에 있으니 파업을 이유로 '손해배상 가압류'가 가해지는 것이다. 이를 바꾸지 않는 이상 해결할 방법이 없다.
***"노조 스스로도 사고를 바꿔야"**
프레시안 : 결국 노동법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노동운동에 한계가 있다는 말인데, 현재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기덕 : 노동 기본권의 수준은 그 나라의 노동-자본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1987년 민주노조 운동 이후 지금까지 노동 기본권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은 한국 노동운동의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흔히 지적되듯 기업별 체제로 묶여 투쟁력 발휘는 단체협상에만 머물러 있는 현 구조로는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법률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특히 노조가 '단결금지의 법리'에 있는 노동법의 한계 내에서는 노사관계 로드맵 등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없으면 현재처럼 로드맵의 의제 하나하나에 대해 개별적으로 검토해, 노동에 유리한 조항과 사측에 유리한 조항 등으로 절충하는 수준에 그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노조의 사고 자체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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