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를 성추행한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한나라당 안팎의 압박이 거세다. 그러나 정작 공을 넘겨받은 당 지도부는 뜨뜻미지근하다.
***"술집 주인인 줄 알고…" 해명에 네티즌 "기가 막혀"**
27일 한나라당 홈페이지 접속이 종일 불안정했다. 주소창에 같은 주소를 치기를 거듭한 끝에 확인할 수 있게 된 게시판에는 여기자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연희 의원을 '자르라'는 당원들의 요구로 가득했다. 이른 아침부터 욕설이 반이던 최 의원의 홈페이지는 아예 '사용할 수 없는' 페이지가 됐다.
네티즌들은 "술집 여주인인 줄 알고 그랬다"는 최 의원의 변명에 실소를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상대가 '기자'라 문제가 되고 '술집 주인'이면 별 문제 안 된다는 최 의원의 천박한 의식에 "국회의원 자질이 의심된다", "기가 막힌다" 등 분노를 넘은 실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성단체연합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성범죄"로 규정했다. 여성연합은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당직사퇴로 이번 사건을 덮고 넘어가선 안 된다"며 "최 의원을 중징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당내에선 일부 여성 의원들과 초선 의원들이 최 의원을 당 윤리위에 제소했다. 최 의원의 자진사퇴를 기다리지만 말고 당에서 적극적으로 출당 조치를 취하라는 강도 높은 요구가 뒤따랐다.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은 한 술 더 떠 한나라당이 성폭력범에게 채우겠다고 제안한 '전자팔찌'를 최 의원에게 먼저 채워야겠다며 한나라당을 조롱하고 있다.
***'느긋한' 윤리위 "최 의원의 소명을 들어봐야…" **
이처럼 당 안팎의 빗발치는 요구를 아는지 모르는지, 최 의원의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의 분위기는 자못 느긋해 보였다.
이해봉 위원장은 "인민재판도 아니고 최 의원의 소명을 들어봐야 알지…"라며 윤리위의 결정에 쏠린 여론의 눈을 피해갔다. 최 의원은 26일 당직사퇴 이후 연락두절 상태다. "전화를 열 번 스무 번 해도 불통"인 최 의원이 자진해서 윤리위에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이 위원장의 말은 결국 '최 의원의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무력한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사실 한나라당 중진급 의원들 사이에선 최 의원에 대한 '동정론'도 적잖다. 성추행 사건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하게 열린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술 먹고 실수 한 번 할 수 있으니 당에서 보듬어 주자"는 중진들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초선, 여성 의원들이 최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설 때도 중진급 여성 의원들은 "최 의원의 억울함이 없도록 진상조사부터 해야 한다"며 발을 뺐다.
이같은 분위기를 전한 한 초선 의원은 "명백한 범죄를 두고 실수라고 생각하는, 또 전 국민이 분노하는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오해하는 그 분들을 보며 시대를 잘못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은 엎질러졌고 최 의원은 내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남은 선택은 만신창이가 된 후에 결심하느냐, 지금 결심하느냐의 두 가지 뿐"이라며 "당이 상식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정풍운동이라도 일어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이미 한나라당은 김태환, 곽성문, 주성영 의원 등의 사례에서 소속 의원들의 술자리 추태에 관한 한 지극히 관대한 모습을 보여준 '전과'도 있다. 이에 성범죄에 가까운 이번 사건 역시 실수나 해프닝으로 적당히 덮이는 '비상식적인' 일이 대한민국 '최고인기 정당'에서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한나라당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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