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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결혼식' 소동…반성하지 않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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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결혼식' 소동…반성하지 않는 언론

민언련 비판성명 "사실확인 안한 보도로 혼란 초래"

이른바 '지하철 결혼식' 동영상이 세간의 화제가 됐다가 대학생들의 연극으로 뒤늦게 밝혀진 사건이 최근 있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이 이 '지하철 결혼식'을 사실인 양 보도한 언론들에 대해 "사실확인도 안 하고 보도하냐"고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지하철 결혼식' 동영상은 젊은 남녀가 "우리는 고아로 돈이 없다"면서 지하철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대부분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주된 내용으로 다루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신문,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지난 16일 이 지하철 결혼식을 연출한 학생이 진실을 밝히면서 사실은 연극이었음이 밝혀졌다.

***"최소한의 사실확인 없이 혼란을 확대시킨 언론"**

민언련은 "만일 인터넷에서만 '미담'으로 회자됐다면 그것으로 끝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며 "그러나 '지하철 결혼식'이 사회적 관심거리로 대두된 데는 언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결혼식 동영상을 '미담', '감동사연'으로 소개했고 '가난한 연인', '눈물의 결혼' 등 주인공들의 불우한 처지를 부각한 제목으로 시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이 모금 운운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이끌어갔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이 특히 문제 삼은 대목은 "대부분의 언론이 동영상의 사실관계에 대해 기초적인 취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민언련은 "대부분의 언론은 기사의 취재원을 '인터넷 포털사이트'로 뭉뚱그리거나 '인터넷 사이트 DVD프라임'(중앙일보), '드림위즈, 네이버블로그'(조선일보)라고 밝혔다"며 "이번 사건으로 신문과 방송 역시 최소한의 '사실확인' 의무조차 지키지 않았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평소 검증과정이 거의 없는 인터넷 정보에 대해 기성 매체들은 인터넷 언론들이 선정주의와 속보경쟁으로 사실확인에 소홀하다고 비판해 왔다"며 "우리는 언론 스스로 자신들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인터넷과 학생 탓만…언론의 책임 반성은 드물어"**

사실이 밝혀진 뒤 일부 언론이 보인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민언련은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해 오보를 낸 신문, 방송 가운데 공식적인 사과를 한 언론은 KBS 정도였고, 일부 언론은 사실확인에 소홀했던 언론의 책임을 언급했지만, 학생들과 인터넷의 책임을 강조했을 뿐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민언련은 "중앙일보는 '전문가들은 매체의 특성상 검증과정이 부실한 인터넷이 빚어낸 현상으로 보고 있다'(2월 17일자 기사'인터넷 동영상 어디까지 믿어야… ')고 보도해 이번 사건을 '인터넷'의 문제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또 "MBC와 SBS는 학생들의 사과에 초점을 맞추는 등 방송보도는 이번 연극을 준비한 학생들의 사과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만일 언론이 관련 보도를 내보내기 전에 최소한의 사실취재를 했다면 '지하철 결혼식 미담'이 연극이었음이 즉시 드러났고 쓸데없는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이번 '미담'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후 대부분의 언론은 '인터넷 책임론', '당사자 책임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회적 공신력으로 볼 때 언론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스 시작)

다음은 민언련이 정리한 〈'지하철 결혼식' 동영상 파문 확산 경로〉

○…최초 촬영자 = 블로거 '루나틱감'
네이버 블로거로 활동하는 '루나틱감'은 10일 오후 3시 30분께 5호선 지하철 화곡역 부근에서 우연히 목격한 '지하철 결혼식'을 핸드폰으로 촬영해 14일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고, 이후 인터넷을 통해 확산.

○…최초 보도 = 연합뉴스
연합뉴스는 2월 14일 15시 59분에 〈'지하철 결혼식' 영상 인터넷서 화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는 동시에 연합TV를 통해 동영상을 보도.

○… 확대보도 = 국민일보, 쿠키뉴스
쿠키뉴스는 14일 오후 2시 54분 '쿨'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의 이메일 제보로 '지하철 결혼식'을 알게 됨. 이때는 이미 결혼식 동영상이 포털사이트에 인기 게시물로 게재된 뒤의 상황. 쿠키뉴스는 〈'아름다운 지하철 도깨비 결혼식' 인터넷 감동의 눈물바다〉, 〈"지하철 커플에 도움주겠다" 무료 웨딩촬영 등 성금 속속 답지〉 등의 기사를 내보내 파장이 확산되었음.

○… 확대·재생산
네이버, 다음 등 대부분의 포털이 연합뉴스와 쿠키뉴스의 보도를 미디어면에 전진배치하면서 네티즌 사이에 파장이 확대재생산됨. 결혼업체 10여 곳에서 동영상 주인공들의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책임지겠다고 나섬. 세종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졸업작품이었다는 루머가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 나돌았음(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오마이뉴스 등 일부 인터넷 언론과 KBS가 14일 보도했음. 조선일보,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의 신문들도 15일 보도함. 쿠키뉴스는 15일 오전까지 동영상 주인을 찾지 못하자 연출된 상황일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해 '가짜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

○… 사실확인 보도 = 국민일보, 쿠키뉴스
국민일보와 쿠키뉴스는 15일 밤 11시 30분에 호서대 연극학과 학생들의 지하철 상황극이었다는 네티즌의 제보를 받고 연출자 신진우(25) 씨와 인터뷰한 뒤 16일 '지하철 결혼식'이 대학생들의 실험극이었다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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