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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보도는 한국 언론 폐해의 버라이어티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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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보도는 한국 언론 폐해의 버라이어티 쇼"

한학수PD 세미나서 지적…최영재 교수 "사건뉴스에 집착하는 관행 탓"

MBC 한학수 PD가 "황우석 파문을 다룬 언론의 보도 행태는 '사실이 없는 추측, 음모, 과장 일방적 보도' 등 온갖 폐해를 집약해 놓은 버라이어티 쇼라고 할 만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최영재 한림대 교수도 황우석 관련 신문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PD수첩의 활약은 현상유지적 체제 내에 갇혀 작은 팩트의 취재경쟁에 안달하는 답답한 기자 저널리즘의 관행에 보기좋게 모욕을 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14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하는 세미나 '황우석 사태와 언론보도,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이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 언론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것"**

이 세미나에서 한학수 PD는 발제자로 나서 " 지난해 11월 22일 방송된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은 진실을 보도한다는 이유로 '국민적 압박'을 받은 최초의 사례"라며 "난자 관련 방송 이후, 수많은 언론인들이 '진실 보도는 언론사의 소명'이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헌 신짝으로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학전문기자라는 사람들이 방송에 출연해서 '진실보도보다는 국익이 우선이다'는 주장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주장하는 현실은 참담한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정말 생각 있는 지식인이었다면 '황우석 연구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난자 취득 과정상의 부도덕성에 대한 점검이 정확하게 필요한 때이고, PD수첩은 마침 그러한 소금의 역할을 한 것일 뿐'이라고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PD는 "한국의 일부 언론사들은 PD수첩과 MBC에 취재원을 공개하라고 주장했고, 다수 언론사는 PD수첩팀이 확인해준 바 없는데도 '제보자가 누구'라는 보도를 서슴지 않고 해 왔다"면서 "익명을 요구한 내부고발자에 대해 언론이 무분별한 공격과 신분 공개를 한 것은 한국 언론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것이며 누구보다 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언론사가 이러한 행태에 동참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많은 언론사들이 황우석 파문과 관련해 사과와 반성을 했지만 일부 거대 일간지는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자신을 향한 성찰 없이 성장해 나가기는 어려운 것이고 황우석 사태를 이토록 키워온 데 대해 우리 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건 뉴스 프레임'에 집착하는 한국 언론의 관행 문제"**

이날 토론회에서 신문보도 분석을 맡은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황우석 보도의 문제점들은 과거 갈등적 사안을 다루는 언론보도에서 자주 목격됐다"면서 "이러한 한국 언론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은 '사건뉴스 프레임에 집착하는 한국 언론 관행'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영재 교수의 발제문에 따르면 한국언론에서 나타나는 '사건뉴스 프레임 관행'은 두 가지 특성을 보인다. 하나는 정치, 외교, 과학, 환경 등 어떤 주제건 상관없이 모두 사건기사로 귀결되는 현상이다. 사립학교 법 문제가 교육의 문제가 아닌 여야 정쟁의 사건으로 치환되는 것처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보도도 세계적인 과학자 탄생 사건으로 둔갑돼 어느새 과학보도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언론들이 장기적 정책 사안을 사건으로 구성해 나가며 사회의 논의 공간을 옥죄어 점점 장기적이고 분석적인 주제를 거론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최 교수는 독도 분쟁을 예로 들어 "한일간 역사와 외교 문제가 일본 정치인의 망언과 한국 격렬한 시위와 같은 일화적 사건들로 이슈를 끌어감으로써 진지한 논의 공간이 축소된 것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관련보도 612건 가운데 과학적 사실을 보도한 경우는 17건에 불과"**

최 교수는 "황우석 보도의 문제점 역시 '사건뉴스 프레임 관행'의 특성을 보인다"면서 몇가지 실례를 들었다.

최교수는 "거의 1년 동안 조선과 동아,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황우석 관련 보도 612건 가운데 과학적 사실을 보도한 경우는 불과 17건에 불과했다"면서 "신문은 처음부터 황우석을 과학자라기보다는 영웅시하면서 세계적인 사건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1월 난자 의혹 등이 불거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며 "황우석 보도를 사건뉴스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신문사의 이념적 성향과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채택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신문의 황우석 관련기사는 주로 취재원의 보도자료나 브리핑 등 관급 경로를 통해 입수한 정보로 채워졌으며, 신문이 기획취재나 탐사 보도에 나선 경우는 6건에 그쳤다"면서 "신문은 진실추구보다 사건의 외피보도에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 교수는 "황우석 보도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희생양 기제, 온정주의, 애국주의를 동원했다"면서 "신문은 황우석 교수의 과학적 성취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선진국과의 경쟁 차원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했다는 국가주의에 도취돼 연구결과의 진정한 과학적 의미와 한계점 등을 묘사하는 데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논문조작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신문은 황 교수팀의 기술과 성실은 국가적 차원에서 인정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온정주의에 기대 미봉적인 해결을 시도했다"면서 "황 교수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언론과 여론이 진행하는 희생양은 정부, 서울대, 미즈메디, 연구원 등 혼란스럽게 뒤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기자 저널리즘이 이처럼 '사건뉴스 프레임'의 형식적 객관주의의 함정에 빠져 사회적 압력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PD저널리즘이 기자들의 관행을 뛰어너어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탐사보도 했다"고 분석하면서 "PD수첩의 활약은 현상 유지적 체제 내에 갇혀 작은 팩트의 취재 경쟁에 안달하는 답답한 기자저널리즘의 관행에 보기좋게 모욕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세미나에는 최영재 교수 외에도 반현 인천대 교수가 황우석 관련 방송보도 분석의 발제자로 나서고 이광엽 YTN 노조위원장, 이기수 과학기자협회장,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 김성재 조선대 교수, 원용진 서강대 교수, 이승선 목원대 교수,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 전방욱 강릉대 생물학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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