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4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는 즉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한나라당은 "김대업 사건 등 2002년 대선 당시 여권의 정치공작에 대한 특검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대부분 한나라당 소속이니 열린우리당의 국정조사 칼 끝은 한나라당에 맞춰진 셈이다. 한나라당이 특검을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대상 역시 당시 민주당, 즉 현재의 여권 인사들이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지자체의 부패하고 방만한 행정집행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며 국정조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 역시 "한나라당의 눈앞에 있던 정권을 어처구니없게 빼앗아 간 세 가지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특검의 명분을 강조했다.
그러나 양 당 모두 국정조사와 특검의 착수시기를 '5․31 지방선거 이전'으로 잡은 것만 봐도, 국정조사와 특검이 지방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분명히 감지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실정'을 드러내 지방선거의 승기를 잡을 계산에서, 한나라당은 이 같은 열린우리당의 주장을 깡그리 '정치공작'으로 무질러 버릴 심산에서 각각 조사와 수사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 당의 '샅바싸움'이 팽팽한 만큼 서로의 주장에 대해 "정략"이라 비난을 퍼붓는 것은 당연하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왜 갑자기 판결이 다 난 사건을 꺼내드느냐. 지자체 감사에 대한 물타기 아니냐"고 발끈했고, 한나라당 김정훈 정보위원장은 "야당 후보 흠집내기식 정치공작 감사라면 묵과하지 않겠다"며 높은 경고음을 냈다.
계획만으로도 신경전이 이렇듯 치열한데, 양 당의 계획이 현실화 돼 서로를 겨냥한 조사를 시작할 경우에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발표와 반박으로 국민들이 혼란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정조사와 특검 모두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니 만큼, 자신들의 계획을 밀어붙이면서 상대의 계획은 무마하려는 양당의 '기싸움'에서부터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를 국민들은 현기증을 시작할 테다.
이에 3월로 접어들면 공천, 선거운동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을 정치권이 공언대로 정말 국조를 하고, 특검을 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다는 점은 오히려 위로가 될 지경이다. 양 당이 표계산으로 꺼내든 국정조사와 특검이라면 차라리 반년째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는 'X파일' 특검법의 전례를 따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제 말씀들 다 하셨으면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히 봤으니 제발 더 이상 되지도 않을 일 갖고 세상 어지럽히지 말고 서랍 속에 넣어두시라는 얘기가 절로 나오게 생겼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