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에 대한 경영간섭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8일 주주총회를 열고 새 대표이사에 김종렬 상무이사를 선임했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는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신임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전국언론노조 정수재단 대책위원회(정수장학회 대책위) 역시 이날 성명서를 내 "일방적인 부산일보 경영진 임명 절차를 강행하는 정수재단을 좌시할 수 없다"며 "정수재단 해체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일보 새 사장 선임…노조 "받아들일 수 없다"**
부산일보 지부 조합원들은 8일 오전 10시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던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부산일보 경영진에 대한 일방적 임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수장학회 이사진은 전원 출근하지 않았고, 정수장학회는 11시 30분께 서울 모처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김종렬 부산일보 상무이사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부산일보 지부 김승일 위원장은 "정수장학회 쪽과 전화통화를 해봤으나 이사회는 노조와 접촉할 의사가 없었다"며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기본원칙은 그대로"라고 밝혔다.
김승일 위원장은 "오늘부터 사장실 점거 농성을 시작할 것이고, 노조 운영위원들은 출근 저지 농성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장학회는 경영불간섭 원칙 깼다"**
언론노조와 부산일보 지부에 따르면 정수장학회 이사회는 지난달 부산일보 경영진 15명에게 최필립 이사장 명의로 편지를 보내 구조조정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장학회는 이어 계획을 제출한 경영진 중 11명을 불러 신임 사장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언론노조 부산일보 지부는 "18년 간 지켜 온 경영불간섭 원칙을 깬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또 지난 2일에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과 일방적 사장 임명 저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참가 조합원 82.7%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시켜 놓은 상태다.
언론노조 부산일보 지부 김승일 위원장은 지난 6일 장수장학회 사무실이 소재한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수장학회는 44년 전 국가가 사유재산을 빼앗아 부정한 방법으로 만든 단체"라며 "이사회는 유신치하 인물들로 구성돼 공익법인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60년의 전통을 이어 온 부산일보가 다가올 선거에서도 특정 정당에 예속됐다는 오해를 받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사장 추천 공모제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수장학회 대책위 "정수재단 해체를 위해 투쟁할 것"**
전국언론노조 정수재단 대책위원회(정수장학회 대책위) 역시 이날 낸 성명서에서 "이렇게 임명된 사장은 부산일보 구성원으로부터 아무런 지지도 신뢰도 받지 못할 것" 이라며 "경영자로서의 리더십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수장학회 대책위는 "재단 해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올바른 과거사 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정수장학회 부산 공동대책위원회 등과 함께 전국적인 정수재단 개혁 투쟁모임을 통합일원화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정수장학회는 현재 부산일보 주식 100%와 MBC 주식 30% 등을 포함해 수천억 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995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한편 지난해 7월에는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가 "부일장학회 및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한국문화방송과 경향신문이 과거 중앙정보부의 강압에 의해 헌납 또는 매각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진실위는 당시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본래의 뜻을 되살릴 수 있도록 정수장학회를 쇄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부일장학회는 1962년 강제 헌납된 뒤 5.16장학회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 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正)'과 육영수 여사의 '수(修)'를 따서 '정수장학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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