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가 최근 연이어 검거된 연쇄성폭력범에 관한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진정성을 가장한 호들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부각하는 기사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성폭력상담소는 2일 성명에서 "언론은 자극적인 기사만을 양산하고 있다"며 "오로지 관심의 대상은 범죄행각과 범죄자일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은 오로지 피해자가 이번 범죄를 유발했다거나 피해자의 허술한 문단속이 이번 사건을 불러왔다는 내용에서만 피해자에게 관심을 둔다"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100명이라는 숫자에 우겨넣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며 공범화시키는 언론에서 피해자가 설 곳이 없음은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발바리'라는 표현으로 성폭력사건을 한낱 흥밋거리로 전락시켰다"**
성폭력상담소는 "왜곡된 언론보도 행태는 '발바리'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난다"며 "경찰 수사반에 의해 불리우던 '발바리'라는 속칭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사용되면서 이번 사건은 한낱 흥미거리로 전락되고 희화화되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상담소는 "우리는 도대체 왜 이와 같은 범죄가 가능하였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며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범죄에 있어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며, 더구나 그것이 성범죄일 경우 피해자가 소리내어 말할 수 없음을 철저히 이용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또 성폭력상담소는 "이번에 검거된 성범죄자의 키가 160cm도 안 된다는 자극적 사실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 여성 폭력이 과연 물리적인 힘에만 바탕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면서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열등감에 시달렸다는 단편적인 내용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열등감을 표출할 대상이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성폭력상담소는 "인면수심을 강조하기 위해 남매를 둔 아버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성폭력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자행되는지가 짚어져야 한다. 그럴 때에만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고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부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차 피해 없는 수사와 재판, 성범죄자에 대한 교정교육이 필요하다"**
성폭력상담소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성폭력 신고율이 6.1%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어떤 무언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으며, 용기를 내어 고소를 한다 해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오히려 2차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음을 반증해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범죄자들이 충분히 반성하고 사죄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이 교도소 내에 마련되어야 한다"며 "더이상 성폭력 문제를 가해자나 피해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성폭력과 관련한 그 어떤 고정관념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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