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고 보호시설에 수감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의혹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의해 공식으로 확인됐다.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 등 9명은 인권위의 의뢰로 전국 16개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대상으로 벌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인권 실태에 관한 조사 결과를 25일 서울시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발표했다.
이날 발표회 자리에는 법무부의 강명득 출입국관리국장과 이춘복 체류심사과장이 참석해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출입국관리소의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단속 및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심각**
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보호수감 중인 미등록 외국인의 20.8%가 단속 및 강제연행 과정에서 출입국 관리 공무원에 의해 구타를 당했고, 39.6%가 폭언이나 욕설을 들었으며, 15.0%가 상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단속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현재 피보호 상태에 있는 외국인 중 29.6%가 저녁 혹은 밤 시간에 강제연행됐고, 특히 9.0%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강제연행됐다.
조사과정에서 의사소통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보호수감 중인 미등록 외국인 중 26.9%는 통역인이 없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고 응답했으며, 10.2%는 통역인은 있었으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았다고 답했다.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을 경우 외국인들이 공정한 조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계속되는 심사·보호·강제퇴거 결정 역시 공정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호수감 중인 미등록 외국인의 81.3%는 자신과 관련된 조서를 보지 못했으며,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할 수 없는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은 경우도 35.8%에 이르렀다.
특히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들은 '송환이 가능할 때까지' 구금에 처해져, 사실상 무기한 구금돼 있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남성의 29.7%와 여성의 12.7%는 31일 이상 장기간 구금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10개월 이상 구금된 사례도 발견됐다.
보호시설 입소를 위한 신체검사 과정에서도 인권침해가 발견됐다. 규정에 없는 알몸검사를 받은 경우가 34.1%에 달했고, 여성 외국인의 18.3%가 남성 공무원에 의해 몸검사를 받았다. 발표자들은 "이는 명백한 출입국 관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강제단속'에 관한 명확한 규정도 없어 … 영장주의 도입 필요"**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황필규 변호사는 "예외규정으로서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만 발동할 수 있는 긴급보호가 실제로는 보호수감 중인 모든 외국인의 단속 과정에 적용됐다"며 "이는 사전고지와 영장주의의 원칙 위배"라고 지적했다. 보호명령서를 사전에 발급하여 보호조치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황 변호사는 "현 출입국관리법에는 강제퇴거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이루어지는 '강제단속'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보호절차에 관한 규정과 별개로 단속절차에 관한 명문 규정이 필요하며 이에는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의 원칙이 철저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단속을 100% 긴급보호에 의존하는 행태가 바뀌어야 하며, 미리 보호서를 발급하는 영장주의를 확립하고, 이후 판사에 의한 사후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적부심사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제인권규약 등에 명시된 외국인 인권 보장 내용이 국내 법에 반영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단속과 보호절차는 실제로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조치인데도 '보호'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변 노동위원회 권영국 부위원장은 "범죄자도 아닌 외국인들을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수용시설에 가둬두는 것이 무슨 보호냐"며 "보호라면 보호에 맞는 처우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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