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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내 할 일은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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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율스님 "내 할 일은 다했다"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01/25] 지율스님 만나고 온 소설가 김곰치씨

환경보존이냐, 개발이냐. 지난해 우리사회에 치열한 논란이 되었던 천성산 터널공사. 이 터널공사를 생각하면, 우리는 먼저 지율 스님을 떠올리게 됩니다. 지난해, 지율스님은 우리사회에 "생명"과 "환경"이란 화두를 던지며 천성산 터널공사를 반대하는 단식을 통해서 〈환경영향공동조사〉라는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영향 공동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율 스님이 또다시 단식을 시작했고, 어느새 백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스님은 왜 또다시, 목숨을 걸고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것일까요? 지율 스님은 왜 또다시 단식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지율 스님의 단식은, 이 시대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가.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지율 스님과 생각을 같이 하며, 환경문제에 대해서 날카로운 글쓰기를 하고 있는 소설가 김곰치씨를 통해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소설가 김곰치씨입니다. 소설가 김곰치씨(본명: 김경태)는,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지난 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습니다. 지난 99년에는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이란 소설로, 제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진보적 성향의 교육잡지 〈우리교육〉에서 잠시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생태?환경 르포를 엮은 〈발바닥, 내 발바닥〉을 펴낸 소설가입니다.

박인규 : 김곰치씨, 안녕하십니까?

김곰치 : 네. 반갑습니다.

박인규 : 오늘은 사실은 김곰치를 모셨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어떻게 보면 지율스님이십니다. 가장 최근에 만나신 분 중에 한 분이라는 말씀을 들었고요. 지난 월요일인가요? 23일 저녁에 만나신 걸로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언론보도를 통해서 몸무게가 28kg 밖에 안 되신다는 말씀을 들었는데요. 지금 현재 건강이 어떠십니까?

김곰치 : 제가 그저께 만나 뵈었는데요. 그 전날 면회가 안 됐습니다. 24시간 수면상태이셨거든요. 기력은 조금 차리셨는데요. 눈만 뜨시면 일 걱정, 재판걱정을 하시기 때문에 전혀 스님 본인에게 도움이 안 된다..그래서 수면제를 타서 24시간 수면상태를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기다렸다가 제가 면회를 했죠. 건강은.. 일단 저희들이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 전 단계라고 했을 때 지인들은 혹시 뇌손상이 오지 않을까..걱정을 했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지율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지켜보니 제가 알던 지율스님 그대로이시고요.

박인규 : 말씀을 하시고 의식이 뚜렷하십니까?

김곰치 : 농담도 하시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동요도 불러 주시고요.

박인규 : 그런데 아직 음식을 먹는다든가, 치료는 받지 않겠다..라고 하신다는데 맞습니까?

김곰치 : 치료라는..지금 지율스님에게는 병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말기암으로 고통 받으시는 마지막에 계신 분들이 암이라는 병으로 그런 모습을 하고 계시지만 지율스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 끊고 계시지..다른 물과 햇볕과 온기와 소금은 취하고 계시기 때문에 아주 특수한..중환자실에 계시지만 환자는 아니고요.

박인규 : 말하자면 곡기는 끊으신건데..그래도 최소한의 영양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런 것은 막고 계십니까?

김곰치 : 최소한의 영양은 필요하지만 이미 몸 안에 영양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몸에 기본적으로 비치하고 있는 영양을 계속 쓰고 계시죠. 대신 다른 영양은 취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을 하지 않고 말씀도 많이 안 하시고 수면을 많이 취하시고, 가지고 있는 영양을 최소한으로 쓰고 계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김곰치씨는 지율스님과 뜻을 같이 한다고 할까요? 생명, 환경, 자연 이런 것들을 많이 사랑하시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떻게 해서 지율스님을 아시게 된 겁니까?

김곰치 : 제가 2001년도 2월에 북한산국립공원 터널문제를 알아보려고 여러 분들을 만나다가..당시 그 싸움이..환경단체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패배라고 할까요? 이 사람은 끝났구나..하는 분위기에서 제가 낙담을 했었는데요. 비구니 다섯 분이 국토순례를 하시다가 서울로 가시고 계시다가..천성산 문제를 아시고 그 문제를 반대하시기 위해서..저도 그때 천성산 문제를 처음 들었어요. 그래서 천안에서 국토순례 중에 계신 스님을 처음 만나 뵙고 얘기를 듣고 제가 큰 감동을 받았죠.

박인규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요. 그 동안 만나 보시면서 보신 지율스님이라는 분은 어떤 분입니까? 김곰치씨가 보시기에..

김곰치 : 최근에서야 지율스님을 이제 가장 잘 알게 됐다는..스님의 마음과 생각을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때 그때 만날 때마다 이 분이 어떤 분인지 알려고 제가 애를 많이 썼는데요. 일단 저에게는 참 좋으신 분이세요. 너무너무 이렇게 고운 분이 계실까..어떻게 저를 그렇게 예뻐해 주셨는지..지금도 여쭤보고 싶어요. 마음씨도 예쁘고, 재주가 참 많고, 말씀도 잘하시고 제가 만난 여성분들 중에서 최고의 여성 분이시거든요.

박인규 : 작년에도 세 차례 단식을 하셨고요. 작년의 단식에 비교해서는 지금 왜 단식에 들어가셨는지..단식에 들어가신 것도 대략 80일이 지나서 알려졌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지율스님이 작년에는 천성산터널공사에 관련해서 환경영향공동조사를 하자..라고 하는 분명한 이유를 내 걸고 단식을 하셨는데요. 이번에는 혼자서 조용히 단식을 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왜 다시 단식을 하시는 건가..그 이유를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아십니까?

김곰치 : 신년 초에 공동조사합의안이 나왔고요. 그리고 9월부터 단식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따져 보면.

박인규 : 신년 초라는 것은 2005년 초를 말씀하시는 거죠?

김곰치 : 네. 그리고 그 사이에 몇 개월 있었는데 그 사이에 초창기 일들이 많았겠죠. 공동조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과정에서 공단 측과 또 추가 합의를 해야 하고..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지율스님이 많이 낙담을 하신 것 같아요. 합의안에 담긴 뜻이 막상 추진되는 과정에서는 그 약속을 또 지키지 않아요. 이 사람들이..

박인규 :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 어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말씀이십니까?

김곰치 : 대표적인 경우는, 천성산공사관련 자료집 3500부 정도를 국회라든지, 언론사라든지..공단에서 대량 배포를 했거든요.

박인규 : 그 자료집이라는 것이 고속철도시설관리공단에서 '천성산 논란은 이렇습니다'라는 그 잡지 말씀이십니까?

김곰치 : 네. 맞습니다.

박인규 : 그것이 말하자면 실상을 달리..지율스님이 보시는 것과는 달리..

김곰치 : 내용도 문제지만..내용도 공단의 주장이 거의 95%이상 담겨져 있는데요. 공동조사기간 중에는..그리고 대법원 재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어떤 공식적인 여론 행위를 하지 않기로 공동합의안에 담긴 내용인데..그 협의안을 공단에서 어긴 것이죠. 그 과정에서 또 싸우고 왜 그러냐..지율스님이 따진 게 아닙니까? 그런 부분을 사과를 해라..공식적으로..유감이지만 사과를 못하겠다..이런 문제에서 서로의 골이 아주 깊어진 거예요. 그런 일들도 있었고요.

박인규 : 제가 정리를 해 보면 재 작년에 백일 단식을 2월에 푸셨고요. 공동환경영향평가를 하자..해서 5월에 공사가 중단됐고, 그 중간에 아까 말씀하신 공단의 '천성산 논란은 이렇습니다'이라는 보도가 났고요. 11월말에 천성산 터널 공사가 다시 재개가 됐거든요. 그래서 잘 모르시는 분들은 공사를 다시 재개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항의나 반발이신지..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공단 측에서 여론을 나름대로 유리하게 하기 위한 행위에 대한 불만이신건지..

김곰치 : 12월 1일에 공사를 시작했다고..11월말에 공사를 다시 시작 했다고 하더라도 지율스님은..따져보면 9월 중순부터 단식을 하셨거든요. 그러니까 그 공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박인규 : 지금 환경영향공동서라는 것이 아직 진행 중인 거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거죠?

김곰치 : 실제 조사행위는 끝났고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박인규 : 보고서가 지금 한국철도공사에서도 나왔고 또 환경단체에서도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서로 별개로 나온 겁니까?

김곰치 : 네. 별개로 나와서 전체 합의를 해서 전체 결론을 내 놓으려고 최대한 서로 애 쓰기로 했고요. 제가 알기로는요. 그러나 전체 합의가 나지 않을 경우에는 보고서..그 자체로 대법원에 올리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최종적인 결정은 대법원에서 나오는 겁니까?

김곰치 : 네. 일단 전체 결론이 한 달 뒤쯤에 나올 것으로 봅니다.

박인규 : 김곰치씨께서 하신 말씀이기도 하고요. 지율스님이 이 시대의 전태일이다..이 말씀은 김곰치씨의 말씀이십니까? 그런 말들이 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김곰치 : 네. 언론노조에서도 성명서에 그런 문구가 있었고요. 제 자신이 개인적으로 그것을 완전히 느꼈고요. 너무 흡사하구나..

박인규 : 어떤 면에서 흡사하다고 보십니까?

김곰치 : 예를 들면 두 가지 측면이 있겠는데요. 사랑의 측면을 보자면 전태일은 인간사랑, 사람사랑이고, 지율스님은 자연사랑이거든요.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 그 시대의 상황에 따라서 그 사랑을 표현했죠. 전태일은 나름대로 2~3년 동안 그렇게 노력하다가 분신행위로 그 사랑을 표현했고 이렇게 사람사랑을 하지 않는 이 세상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그 아픔을 표현했고요. 지율스님은 대표적으로 천성산과 자연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들을 표현하셨고요.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박인규 : 그 말씀을 듣자 보면 논리적으로 전태일이라는 분이 1970년도에 그 당시에 전혀 사회에서 관심이 없었던 노동자의 어려움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분신자살이라는 아주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지율스님께서도 자연에 대한 어떤 무관심이나 훼손, 확대, 이런 것을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본인도 그럼 죽기를 각오하신 것이 아닌가..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이 단식이 본인이 죽을 것을 마음에 두고 하시는 겁니까?

김곰치 : 지금 질문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리고 싶거든요. 우리가 죽음이라는 말은 참 무서운 말인데요. 사진을 보고는 지율스님의 죽음을 봤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막상 만나 뵈니까 지율스님은 내가 죽어야 겠구나..라는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아닌 거 같아요. 왜냐하면, 그 비장함이 있다면 병실의 분위기가 중환자실에..농담도 하시고 인간적으로 참 따뜻한 분위기..중환자실은 얼마나 무섭습니까? 처음에는 신문을 통해 본 모습에 놀랬지만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나니 제가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거든요. 이것은 제가 알던 죽음이 아닙니다.

박인규 : 대화를 나누셨다고 하니까요. 본인께서 단식을 하시면서 말하자면 그것은 사회적 발언의 한 행위라고 보여지는데요. 사회에 대해서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으시기에 단식을 하시는 겁니까? 어떤 그런 메시지라고 할까요? 본인이 말씀하십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김곰치 : 언론보도에서도 나왔는데요. '내가 죽어야 천성산 문제가 해결 된다.' 이렇게도 말씀하셨고요. 어떻게 해서든지 천성산을 살려야겠다는 의사표시이실테고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또는 '내 이 모습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눈이 뜨기를..한 사람이라도 공명이 오기를..'이런 식으로 이미 많이 보도가 됐죠. 그런데 많은 분들은 대처 방법으로 그것이..그 분들은 해결이 되겠느냐..라고 회의를 많이 하시겠죠.

박인규 : 처음에 말씀하신 것이 내가 죽어야 천성산이 산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저희들은 이 분이 정말 죽기를 각오하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김곰치 : 물론 언론에 따옴표로 보도가 됐지만 정말 지율스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셨는지는..돌아가시는 방법을 단식으로..어떻게 보면 부드러운 주문인데요. 초반에는 고통스럽지만 몸이 적응해 나가기 때문에..개인적으로 제가 아는 가장 부드러운 죽음이 단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많은 스님들도 그렇게 하셨고요.

박인규 : 그러면 김곰치씨께서는 본인이 결정하신다면 그대로 놔 두는 것이 옳다고 보시는 겁니까? 아니면 사시도록..

김곰치 : 그런데 돌아가시는 과정이 길기 때문에 스님께서도 내가 살아야 하나..이렇게 계속 가야 하나..이렇게 생각해 보실 거예요. 그러나 제 개인적으로는 사셔야 하는 분이죠.

박인규 : 작년 같은 경우는 천성산 터널관련해서 어떤 환경영향공동조사를 하자..라는 어떤 분명한 요구사항 같은 것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언론에서도 관심이 많았고 일반사람들도 관심이 많았는데요.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것은 말하자면 이분이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를 사회가 모르기 때문일까요? 어떻게 느끼십니까? 사회의 관심이 작년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김곰치 : 사회적으로는 지율스님이 하실 만큼은 다 하셨고요.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 생각이 나는데요.지금 정말 개인적인 시간으로 지율스님께서 느끼신 것 같아요. 제게 열흘 전에 통화로 제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드리니까 업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런 내 업인데 애달파 하지 마라..

박인규 : 환경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다수의 환경 운동가들은 또 지율스님에 대해서 생태 근본주의자다..너무 자기 고집을 앞세우고 있다..라는 비판 아닌 비판 비슷한 말들을 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율스님이 혹시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요?

김곰치 : 근본주의라는 것은 일종의 지율스님에 대한 평가인데요. 그러나 근본주의가 아닌 일반 환경단체에서 환경문제를 가지고 많이 싸웠지만 특별히 일이 잘 풀린 경우가 없지 않습니까? 지율스님은 근본적이라는 생각도 안 하셨고요. 저렇게 하는 걸 보니..아무것도 안 풀리네..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해야 겠다..라고 하시고 계신 거고요. 그것을 보고 사회는 근본주의라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참..제가 아는 지율스님답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자연사랑, 생태보존 모두 좋은데 지금 많은 분들이 이 개발에 따른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도상당히 관심이 많거든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쪽일겁니다.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서 지율스님이 단식이라는 어떤 극한적방법을 통해서 사회를 한쪽으로 끌고 가려는 방식이 너무 지나치게 급하다고 할까요? 일방적이지 않는가..결국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야 하는 것인데..그 마음을 바꾸는 방식이 너무 강압적일 수도 있다..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곰치 : 우리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은요. 스님은 좀 특수한 분이시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나기도 힘들고요. 저도 이번에 스님은 지율스님을 통해서 처음 만났습니다. 스님이라는 분들이 이런 분들이구나..이런 생각을 했었고요. 스님께서는 뜻을 품고 스님이 되셨고, 그 뜻을 모두 이루고 내가 이 세상을 하직해야지..라는 식의 어떤 자기 인생에 대한 집중력이 정말 대단하세요. 이렇게 무서운 분인 줄은 처음 알았거든요. 우리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저 모습이 죽음이다..이 사태를 어떻게 하나..이런 생각을 하시겠지만 지율스님 본인은 마음이 참 편안하신 것 같아요.

박인규 : 지율스님과 뜻을 같이 하는 분으로서 지율스님의 단식..이 행동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까? 아니면 지율스님이 단식을 푸는 것은 어떨지..설득이 그것이 가능할지..

김곰치 : 네. 저도 최대한..눈으로 보기에는 돌아가시는 구나..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병이 없기 때문에 마른 땅에 물기가 들어가면 물을 잘 빨아들이지 않습니까? 스님이 사시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금방 사실 것 같아요. 무섭게 살아나시지 않을까..저는 생각하는데요. 지금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많이 고민을 하시죠. 어떻게 하면 지율스님이 살겠다는..나도 살아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실까..그래서 이소선어머님을 모셔서요. 그분은 무시무시한 판단력이 있으시니까요. 지율스님을 마지막으로 만나시고 설득해 달라고 제가 전화도 드리고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소선어머니께서는 방문하겠다고 하셔서요. 그래서 지금 곧 방문이 이뤄 질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결국은 생명을 위하자는 것인데 우선은 지율스님의 생명부터 살려놓고 무엇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곰치 : 네.

박인규 : 지금부터는 스포트라이트를 김곰치씨로 돌려 보겠습니다. 우선 이름이 특이 하네요? 본명은 김경태씨로 알고 있는데요. 곰치라는 이름을 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김곰치 : 제가 김경태라는 이름을 가지고 교생실습을 나갔었는데요. 여중생들이 칠판에 이름을 쓰자..깔깔 웃는 거예요.

박인규 : 동명 이인이 있습니까?

김곰치 : 그건 아니고요. 만화 영심이에서 왕경태라고 하면서요.(웃음) 그래서 이 이름으로 무언가 일을 하기에는 이미지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 이름을 바꾸고 다른 이름을 택해 보자..라고 생각을 했었는데..저희 누님이 제가 어릴 때 초등학교 때 별명이 곰치였는데..이 이름이 어떠냐고 하셔서..생각해 보니 이름이 의미가 있더라고요.

박인규 : 곰치라는 것이 물고기 이름입니까?

김곰치 : 네. 물고기 이름입니다.

박인규 : 저도 예전에 녹색평론에서 사북폐강 르포글을 쓰신 것을 보고 쓰신 글과 이름을 보면서 상당히 야성적이시고 우락부락 하실 것으로 생각했었는데요. 아주 여성적이시네요.(웃음) 원래 소설가이셨는데 최근에 르포전문집 〈발바닥, 내 발바닥〉이라고 해서 강원도 폐광촌이라든가, 천성산 터널공사, 새만금..이런 곳을 다니시면서 르포를 쓰셨거든요? 르포를 택하게 된 나름대로의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김곰치 : 네. 먼저 다른 소설을 열심히 쓰시는 선, 후배님들에게 죄가 될지는 모르지만, 제가 처음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그 감동 때문이에요. 문학소설이 이렇게 큰 감동을 주는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요. 펑펑 울기도 하고요. 그런 많은 감동을 주었는데요. 언젠가 90년 이후부터 소설을 읽어도 감동이 없더라고요. 제가 소설을 써도 감동이 없고..감동적인 소설을 써야 하는데..감동적인 소설을 쓰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는데요. 제가 소설가로서 능력이 없거나 재능이 없거나..감동적인 소설의 시대는 끝났나..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녹색평론의 김종철선생께서 저를 한 번 보자고 하시더니 르포글을 한 번 써 볼 생각이 있느냐..때가 적절히 맞았던 거죠. 저는 소설에 대해서 회의를 갖고 있었고 김선생님께서는 르포를 쓸 작가가 필요했던 차에..잘 됐던 거죠.

박인규 : 현실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르포인데요. 사실 현실이 소설보다 더 극적이라고도 하더라고요. 어떻습니까? 다녀보시니까 주로 생명과 환경에 대해서만 쓰고 계신데요? 다녀보시니 우리나라의 현 상태가 어떻습니까?

김곰치 : 제가 문제가 있는 곳만 가서..문제가 심각하구나..이런 편견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늘 조심하는데요. 제가 가 본 현장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아닌가..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죠.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원래 지율스님하고도 말씀이 되어서 지율스님의 살아오신 길을 한 번 글로 써 보시겠다고 약조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 어떻게 그것은 계속 유효한 겁니까?

김곰치 : 지율스님이 살아 나셔야..살아나시면 꼭 할 겁니다. 모든 일을 다 제치고요.

박인규 : 그럼 김곰치씨께서는 지율스님의 생명의 의지를 불어 넣어야 할 의무도 있고 상당한 책임이 있으신 거네요?

김곰치 : 네. 그럼요.

박인규 : 좀 전에 말씀하신 녹색평론..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환경생태전문잡지인데요. 격월간이죠? 1, 2월호를 내면서 황우석교수의 논문조작문제라든가, 지율스님의 문제가 사실은 모두 한 뿌리이다? 어떻게 보면 생명에 대한 경시, 또 자본의 이윤이나 돈에 대한 어떤 승산 같은 것들이 엮여졌다는 말씀이신데요. 최근의 이런 현상들을 보시면서 어떤 것을 느끼십니까?

김곰치 : 저의 말씀에 많은 청취자분들이 동의하시지는 않겠지만요. 황우석교수도 한 때 국보급의 인물로 국민들의 영웅이었고, 또 아주 소수지만 지율스님 같은 분이 정말 국보급의 인물이다..정말 고맙고 놀라우신 분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요.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가치를 정말 추구하는구나..황우석 교수의 문제 많은 모습은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제가 아는 지율스님의 놀라운 점은 말과 행동이 이렇게 일치할 수 있을까..그것이 제일 놀랍거든요. 참 진실하신 분이구나..

박인규 : 황교수 같은 경우는 논문조작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천 명 이상 되는 분들이 촛불집회를 열어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한다..라는 그런 지지자들이 있는 반면에, 지율스님에 대해서는 일부 소수만이 좀 그분의 뜻이라고 할까요? 동참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김곰치 : 이번 단식은 반대목표를 분명하게 내 놓은 것도 아니고 말씀을 들어보니 개인적인 의미도 상당히 강한..'내가 할 일은 다 했다..' 그러나 객관적인 상황을 보면 터널은 뚫릴 것 같고 대법원의 판결은 당신에게 좋은 결론이 나올 것 같지 않고..물론 최선은 다 해야 하지만요. 당신으로서 할 일은 다 했기 때문에 그만 하직해야겠다..라는 개인적인 부분도 있어서 특별히 더 이상 더 큰 여론을 일으키겠다는 그런 의사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면 여론을 일으킨다고 하면 언론전을 하고 백방으로 뛰겠지만 지율스님 자체가 그런 것을 원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작년에도 새만금 문제로 삼보일배와 같은 것도 있었고, 환경과 자연과 생명을 살리자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또 개발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다는 분들도.. 숫자로 보면 아마 후자가 많은 겁니다. 누가 꼭 옳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고요. 그것에서 우리가 무언가 균형을 잡아야 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인지 고민을 해 보셨습니까?

김곰치 : 참 어렵죠. 지금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균형을 잡고자 특히 환경단체에서는 시도도 하고 했지만 균형이 안 잡히고 있고..

박인규 : 삼보일배라든가, 지율스님의 단식이라든가..이런 어떤 몇몇 사람들의 극단적인 희생보다는 무언가 가슴을 터 놓고, 자료를 내 놓고 얘기를 많이 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우리가..

김곰치 : 지금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을 놓고 총체적으로 국가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전문가 집단과 여러 가지 지혜를 모아야 될 그런 특별한 시기가 아닌가..싶네요.

박인규 : 끝으로, 환경과 생명에 관해 글을 쓰신다고 하니까 앞으로 활동 계획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말씀해 주시죠?

김곰치 : 네. 저는 지율스님의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요. 저도 제가 쓰는 글에 말과 행동이 일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요. 이제는 지율스님이 돌아가시면 그 뜻을 저라도 이어서 저의 자랑은 글쓰기이니까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한 생명을 버림으로서 생명 사랑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모순이기도 한데요. 저희로서는 사실은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지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 드립니다.

김곰치 : 네.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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