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11월부터 〈프레시안〉에 2년간 연재되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서연의 農幕에 불을 켜고'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오리나무 숲에는 하얀 바람이 산다'(도서출판 호미, 276쪽, 1만원).
'그냥 선생과 그대로 부인'에서 '자유, 자유인의 길'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실린 32편의 에세이는 지은이 서연이 농사를 지으며 겪고 생각했던 자연과의 교감, 자신의 근원에 대한 성찰 등을 담고 있다. 지은이 자신의 말을 빌자면 "자연계 속의 타자(他者)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라든가, 'self-so'로서의 자연(自然)과 'from-self'로서의 자유(自由), 직관, 생명, 무위, 명상적 수사(修辭) 등"에 대한 사색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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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지은이의 필명, 1959년 전남 장성 생으로 방송사 PD로 활동하다 새 천년을 맞는 2000년 초겨울 무렵 농사에 내재된 인문적, 생태적 가치를 찾아 귀농했다. 현재 강원도 평창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을 내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대처에 사는 초등학생 딸 선재(善哉)가 왜 아빠는 도시를 버리고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지 이유를 물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부자 되세요'가 시대적 구호가 돼버린 이즈음, 대숲에 부는 한줄기 가을바람처럼 읽힐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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