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3시 국회본관에서 노회찬 의원과 전국금속노조가 개최한 '초과이익공유제 법제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참석한 사람들은 "초과이익공유제야 말로 경제민주화의 기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가 시급한 현 상황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점에서 초과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정운찬 전 총리도 참석했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해봤자 이익은 대기업이 다 가져간다"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소기업인) 협력사가 제아무리 기술개발을 해서 성과를 내도 이 제도 하에선 대기업이 다 가져간다"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아무리 연구개발 투자를 열심히 해도 중소기업의 이익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자동차 1차 협력사의 평균연봉은 (자동차 업종) 대기업 대비 56%다. 2차 협력사는 42%로 더욱 낮다. 홍 교수는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으로 원가연동가격제를 꼽으며 "(한국의) 원가연동제는 외국의 고정가격제와 비교된다"고 말했다.
납품가격이 고정돼있는 고정가격제와 달리 원가연동가격제는 납품가격이 계약기간 중 실제원가의 변화에 따라 변경된다. 원가연동가격제를 따르면 원가나 비용 변화의 부담을 협력업체가 떠안아야 한다.
원자재가격 인상분이 납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홍 교수는 2008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주요 산업의 원자재가격상승분 납품단가 반영률'을 근거로 "전자산업의 경우 원자재가격상승분이 75% 이상 상승했을 때의 반영률은 11.4%였다"며 낮은 반영률을 지적했다.
▲정운찬(오른쪽 두 번째)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제10차 동반성장위원회 전체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대기업 대표들은 전원 불참하였으며 정 위원장은 이익공유제 강행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뉴시스 |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각…협력업체 기여에 보상해야"
공계진 전국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원장은 자동차공업협동조합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자동차부품사들이 자동차완성사(자동차 업종 대기업) 매출의 50%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공 원장은 2011년에 현대차가 약 77조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38조는 부품사의 기여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현대자동차가 부품사를 수탈하는 정도를 보여준 것"으로 규정하고 공 원장은 부품단가인하가 이러한 수탈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공 원장은 "이런 불합리한 수탈을 바로잡기 위해 여러 제도가 필요하지만 완전히 근절되기 전에는 수탈한 부분의 이익을 원청과 하청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원하청초과이익공유제"라고 강조했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3~5년 정도 지속해서 거래하는 하청기업이라면 준내부자로 규정할 수도 있다"며 하청업체도 대기업 내부 팀처럼 기업 구성조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기업 설득보다 국민 설득이 관건"
곽정수 <한겨레> 선임기자는 초과이익공유제가 실현되려면 국민이 이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기업은 어차피 설득이 안 된다"며 "국민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이익을 강제로 뺏어온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초과이익공유제 실현이) 어렵다"고 말했다.
곽 기자는 "내년에 대통령이 바뀌어도 국민의 삶에 변화가 없다면 국민은 속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때 (국민이) 이 제도를 생각하고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예상했다.
초과이익공유제가 경제학 원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과 이익배분제 시행의 실효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곽 기자는 "이익배분제는 대기업이 후려친(인하한) 납품단가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경쟁력이 대기업 하나의 능력뿐 아니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능력에 좌우되는 시대가 됐고, 이를 위해서는 협력 중소기업의 역략강화와 대기업 중소기업 간 신뢰구축이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는 "삼성전자는 상시로 협력업체들의 기여도를 평가해서 다음기 물량 배분의 기준으로 삼아왔다"며 "협력사들의 기여도에 따라 이익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삼성이 PS를 부서별, 개인별 평가를 통해 차등적으로 나눠주는 것과 흡사하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삼성이 임직원과 초과이익을 나누는 방식을 협력업체에도 적용하면 그것이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것이다.
이어 곽 기자는 삼성전자가 초과이익공유제를 시행할 경우를 가정해 이익배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제시했다. 2010년 초 삼성전자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행한 2009년도분 PS 총액인 1조 3000억의 50%를 부품업체와 나누면, 부품업체의 수익률은 3.12%에서 5.64%로 상승한다. 삼성전자의 수익률은 6.92%에서 6.1%로 감소한다.
곽 기자는 "현재 대기업 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인한 양극화 심화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발전이 고용문제 해결에도 이바지해 경제민주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초과이익공유제란? 초과이익공유제는 지난해 2월 23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시한 이후 아직까지도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사안이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사전에 정해진 배분규칙에 따라 협력업체와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반성장'을 도모하며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중소기업인 협력업체와 나누자는 것이다. 소위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불리는 납품단가 인하는 중소기업이 울며겨자먹기로 대기업에 싼 값으로 제품을 납품하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이런 중소협력업체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대기업이 연초에 이익목표치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초과이익이 달라져 이익배분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3월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누가 만들어 낸 말인지 사회주의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라고 대답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서울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동반성장위 회의에서 '대·중소기업 협력이익배분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반발 의사를 반영해 '초과이익공유제'의 명칭을 '협력이익배분제'로 변경됐다. 정 위원장이 제안한 원안의 핵심인 순초과이익공유제와 목표초과이익공유제, 판매수익공유제 등이 모조리 제외돼 애초에 초과이익배분제 도입을 주장했던 취지가 무색해졌단 비판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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