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행보가 두터운 베일에 싸여 있는 가운데 미국에 의한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북중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경제협력·개혁 논의 배제…'단기적' 해석 주종**
김 위원장의 방문을 보도한 미국의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의 11일(현지시간)자 기사는 이같은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주고 있다. 미국 정가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하거나 그 시각을 형성하는 데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이 신문들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해석하는 방식은 주목을 끌 만하다.
두 신문이 김 위원장 방중의 주된 목적으로 꼽은 것은 6자회담 교착상태의 타결이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주도국이자 유일한 '우군'인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 예정에 없던 중국행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신문들은 특히 금융제재를 풀지 않으면 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던 지난 9일자 북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그같은 입장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중국을 찾았다고 해석했다.
신문들은 그러나 금융제재 해제라는 '단기적' 분석에만 힘을 실을 뿐 양국의 경제협력과 북한의 경제개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NYT는 베이징발 기사에서 6자회담이 난관에 부딪힌 시점임을 강조하며 "김 위원장과 중국 정치 지도자들의 대화는 교착상태에 놓인 6자회담에 관한 것이라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NYT는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답방이 예상되긴 했지만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며 이번 방문이 급작스럽게 결정됐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편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북핵문제와 금융제재는 별도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행정부 당국자와 의원들은 시간만 끌면서 결론이 나지 않는 북핵 6자회담을 계속하는 게 과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가 워싱턴 정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뭔가 화급한 일 있었을 것"**
WP 역시 "후 주석이 지난해 10월 말 북한을 방문,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불과 몇 달만에 또다시 북중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두 사람이 회담을 갖는다면 김 위원장이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대치 상태와 관련해 후 주석의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WP는 북중 정상이 회담을 한다면 "뭔가 화급한 일이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매우 드문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성명을 낸 것을 보면, 김 위원장이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에게 6자회담을 포기하겠다고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이 신문은 외교소식통 및 정치분석가 등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조치가 없는 한 자국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직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10일 러시아로 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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