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광현 | 출연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 임하룡 | 시간 133분 | 화면비율 애너모픽 2.35: 1 |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2.0 | 출시 케이디 미디어
지난 8월 개봉한 〈웰컴 투 동막골〉은 무려 81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2005년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장진 감독의 원작 희곡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남북 전쟁이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혀 다른 화술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분단 문제를 다룬 대다수 영화들이 제법 근엄하고 엄숙하게 이 소재에 접근하는 반면, 〈웰컴 투 동막골〉은 미야자키 하야오 식의 순박한 판타지와 동화적인 비극으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했다. 전쟁과는 아무런 관계 없는 가상의 평화로운 마을을 중심으로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의 병사들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설정은 물론, 특유의 자연주의적 세계관과 만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기발한 장면들은 '휴먼 스토리'를 올 한 해 충무로의 키워드로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또한 정재영과 신하균, 강혜정과 임하룡 등 저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는 유행어가 될 정도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성공에 고무된 제작진은 〈웰컴 투 동막골〉 DVD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한국영화 DVD로는 역대 최고인 5천만 원의 제작비를 들였으며, 할리우드의 기술진을 섭외해 텔레시네와 색보정 작업을 따로 했다. 두 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이번 타이틀의 첫 번째 디스크에는 뛰어난 화질의 본편 영화가 수록돼 있다. 〈웰컴 투 동막골〉은 워낙 컴퓨터 그래픽이 많은 데다 전체 디지털 색보정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극장 상영 당시에도 비주얼의 상태는 준수한 편이었다. DVD에 담긴 영상은 레퍼런스급이라 할 만큼 매끈한 영상을 자랑한다. 콘트라스트는 다소 강한 편이지만 색 선명도가 매우 높아서 상당히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어두운 장면에서도 화면이 뭉개지지 않고 피사체의 윤곽선이 또렷이 살아난다. 돌비 디지털 5.1채널과 2.0채널을 동시에 제공하는 사운드 역시 수준급이다. 대사와 음향효과는 분명하게 전달되며 히사이시 조의 영화음악과 비교적 잘 어우러지는 편이다. 다만 총격 장면이나 비행 장면 등에서 좀더 서라운드 효과 등을 극대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플먼트로는 먼저 박광현 감독과 정재영, 신하균, 류덕환, 강혜정의 음성해설이 담겨 있다. 박광현 감독의 주도로 진행되는 음성해설은 영화 안팎의 연출 의도와 현장 상황 등을 전달하지만, 배우들의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완벽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게다가 동막골 사람들의 풀썰매 장면과 여기에 이어지는 표현철(신하균)의 과거 회상 장면의 경우 유독 아무런 설명 없이 영화의 사운드만 상당 시간 지속돼 다소 당혹스럽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다양한 부가 영상이 수록돼 있지만, 양과 질에서 2% 모자란다. 다큐멘터리 '동막골에 오기까지'는 배우들의 간략한 인터뷰를 비롯해 촬영 현장의 모습을 간결한 편집에 실어 담았다. '웰컴 투 동막골'은 화선지에 먹이 번지는 효과를 차용한 아름다운 오프닝 타이틀을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문상상의 부기우기'는 극중 문상상(서재경)의 노래에 맞춰 동막골 사람들이 축제를 벌이는 장면을 담았으며, '컴퓨터 그래픽'은 CG 업체 인디펜던스가 만들어낸 영화의 놀라운 시각효과들을 'before & after' 형식으로 보여준다. 극중 북한군 병사들이 절벽을 타며 동막골로 향하는 초반부 장면을 패러디한 깜찍한 단편 '동막골 원정대도 볼 만하다. 히사이시 조의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영화의 주요 장면과 함께 OST의 모든 트랙을 들어볼 수 있는 '영화음악[OST]' 서플먼트가 값질 것이다.
이번 〈웰컴 투 동막골〉 DVD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최고 흥행작의 명성을 확인시켜줄 타이틀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소장하고자 한다면 잠시 기다려보는 게 좋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제작진은 막강한 서플먼트로 무장한 이 영화의 확장판 타이틀을 발매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좀더 충실한 음성해설과 밀도 높은 제작진 인터뷰, 자세한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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