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의 최승호 책임PD가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줄기세포 혼란사태, 언론은 어떻게 책임지려나'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PD수첩〉이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을 취재해 온 과정을 설명하며 〈YTN〉을 비롯한 국내 언론의 보도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승호 책임PD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주최한 이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아직 논란이 진행 중인 사안이고, 사건의 한 당사자로서 말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면서도 "대부분의 언론들이 황우석 연구진의 대변인이 되기를 자임했고, 특히 〈YTN〉은 '청부 취재'가 아니냐는 의혹이 들 정도로 치우친 보도를 했다"고 비판했다.
최 PD는 "지난 10월 20일 황 교수가 강화도 전등사에 가서 '내부의 질시하는 세력 때문에 연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을 때 거의 모든 신문사와 〈MBC〉를 포함한 세 방송사가 이를 매우 크게 다루었다"며 "〈PD수첩〉팀은 어렴풋이 이것이 우리의 취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PD는 "또 〈PD수첩〉이 연구를 방해했기 때문에 연구가 몇 달씩 지체됐다는 황 교수팀의 주장을 보도한 여러 개의 언론사들이 있었다"며 "취재로 몇 달씩 연구가 지체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최소한의 확인과정도 거치지 않고 황우석 교수의 불만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행태가 거듭됐다"고 비판했다.
***〈YTN〉의 보도는 '청부취재' **
그는 "〈PD수첩〉이 난자 제공 관련 의혹을 방영한 이후 황 교수팀 쪽에서 '2편은 방송하지 말라'는 압박이 들어왔다"며 "그러나 〈PD수첩〉팀이 12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방하자 날아온 칼이 〈YTN〉의 '취재윤리 위반' 보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우리가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은 사실이며, 앞으로도 재발 방지를 위해 분명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보도내용에 대한 자기확신과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조급증이 합쳐져서 그런 행위를 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YTN〉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취재를 한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PD수첩〉의 방송을 막겠다는 황 교수의 욕구를 충실히 대행해 준 대리인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김선종 연구원의 인터뷰 자리에 윤현수 교수나 안규리 교수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김 연구원은 이른바 '내부고발자'의 역할을 한 사람인데 그 자리에 윗 사람이 함께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당연히 '청부취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것은 다른 방송사에서 일어났으면 보도책임자를 문책하고 스스로 심각하게 여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승호 책임PD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들은 'PD 저널리즘'으로 전선을 확대해 'PD 저널리즘' 전체를 말살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며 "우리 사회가 이렇게 언론학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구나 싶어 참담하고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PD저널리즘'이 저급하다는 생각을 뿌리뽑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연구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만약 이번 사태에서 〈PD수첩〉이 아니라 황 교수팀의 주장이 옳다고 결론이 난다 해도 〈PD수첩〉을 종영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서 "취재과정에서 사실이라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결과적으로 오보라고 해도 그 사유를 인정하고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과학뉴스의 생산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방욱 강릉대학교 자연과학부 교수가 나와 '과학뉴스를 생산하는 전반적인 구조가 잘못되어 있다'는 문제제기를 해 눈길을 끌었다.
전 교수는 "예전의 과학성과 발표는 주로 '학회의 발표'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논문발표와 기자회견이 동시에 이뤄진다"며 "최근의 방식은 과학자는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기회로 연구비와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고, 기자에게는 성과 외에 '인간적 관심사'를 부각시킬 기회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성과를 과장하고 과학자에게 편파적인 보도를 양산할 우려가 많다"며 "단순한 과학뉴스라 해도 논문의 동료심사에 준하는 엄격한 검증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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