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와 시위에서 상습적으로 유혈사태 일으키는 경찰 기동대를 해체하라."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서울 제1기동대 정문 앞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인권회의)가 주최한 '경찰 기동대 해체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인권회의는 "고 전용철 농민과 홍덕표 농민의 죽음은 지난 11월 15일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벌어진 경찰의 지나친 진압 때문이었다"며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여의도 농민대회 진압 지휘책임자를 구속, 처벌하고 기동대를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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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의 문경식 의장은 "지난 농민대회에서의 과잉진압으로 농민 10여 명이 뇌출혈을 일으켰고, 100여 명의 농민이 코뼈가 부러지는 등의 중상을 입었다"며 "경찰은 마치 적을 대하는 양 잔인하게 진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날 시위로 9명의 농민들이 구속됐지만, 사람을 두 명이나 죽인 경찰은 아무도 구속되지 않았다"며 "이게 무슨 인권경찰이고 민주주의냐"고 성토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얼마 전까지 우리는 가해 전경을 찾아 책임을 물으려 하지 않았지만 이제 생각을 바꿨다"며 "그 이유는 전경들이 스스로 무슨 일을 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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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농민대회가 끝난 후 전경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진압과정에서 자신이 한 '무공'을 자랑했고 현장 검증 때도 '이런 일은 금방 지나간다'고 말하는 등 무성의한 자세를 보였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도 모른 채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민대회 때 강경진압에 가담했던 한 의경의 양심고백을 들어보면, 지휘관들이 분위기를 몰고가며 공격적인 진압지시를 했다고 한다"며 "농민들의 시위에 흥분한 일부 기동단원들의 우발적인 실수였다니 얼마나 뻔뻔한 변명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경은 이미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인권직무수칙과 장비규정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전경이 여성이나 노약자, 아동을 보호하라는 수칙을 따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농민대회 때 전경은 여성 농민과 노인 농민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방패를 휘둘렀다"고 지적했다.
인권회의는 "진정한 인권경찰로 거듭나고 싶다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경찰폭력의 토대부터 갈아엎어야 한다"며 "억울하게 숨진 농민의 죽음에 기동대 해체로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인권회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찰폭력 추방'이라고 쓰인 스티커와 '기동단 해체' 등의 구호를 직접 손으로 써넣은 꽃모양 종이를 기동대 정문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인권회의 측과 일부 경찰들 사이에 가벼운 승강이가 있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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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회의는 이날 오후 2시 탑골공원 앞에서 '농민살해 규탄 목요집회'를 갖고 4시부터 서울대병원에 안치돼 있는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의 분향소를 찾아가 집단조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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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회의는 오는 24일 오후 7시에 청와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며, 앞으로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일정과 계획에 따라 촛불집회와 철야 노숙농성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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