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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 "논문 조작은 과학계 관행" 주장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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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 "논문 조작은 과학계 관행" 주장 파문

'친 황우석 기자'에 눈총…네티즌들 맹비난

지난 한 달간 황우석 교수 파문을 보도해 왔던 KBS의 기자가 한 인터넷 게시판에 황 교수의 '논문 조작'은 '학계의 관행'이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 글을 쓴 KBS 보도국 홍사훈 기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직접 쓴 글이 맞다'고 확인했으며 "나에 대한 비판에 해명하고 싶었을 뿐 황우석 교수를 옹호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KBS 親황우석 기자, "황우석은 과학자로서는 이미 끝"**

22일 KBS 홍사훈 기자는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과학 갤러리에 'KBS 보도국 홍사훈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그간 자신의 보도 태도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과학 갤러리 게시판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소리마당 게시판과 함께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소장 과학기술자들이 활발한 토론을 벌였던 공간이다.

홍 기자는 이날 올린 해명 글에서 '황 교수 쪽에 경도돼 기사를 쓴다'는 지적과 관련해 "인정한다"면서 "황 교수와 내가 친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황 교수와 친한 게) 리포트에 반영되지 않도록 철저히 노력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제 의도와 달리 한 쪽으로 치우쳐 경도돼 보였다면 제 불찰"이라고 그간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 스스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황 교수 말대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8개를 만들고 나머지 3개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논문을 제출한 것은 분명 치명적이고 학계에서 용서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황 교수는 이 점 때문이라도 영원히 학계에 다시 발붙일 수 없을 것이고 과학자로서는 이미 끝"이라고 황 교수와 선을 그었다.

***황우석, 논문 조작은 '과학계의 관행'?**

하지만 그는 "여기 계신 전공자 분들도 생각해 보라"며 "(황 교수의 논문 조작은) 사실 학계의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문을 써 본 적은 없지만) 논문 써 본 사람 치고 현재 진행 중인 일부 시료의 성공을 가정해서 안 써본 사람이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관행이 아니었다고, 절대 용서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였다고 정말 말할 수 있느냐"면서 "나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말이 욕 먹을 발언인 것을 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네티즌 "황우석의 포섭 대상에는 바로 당신도 끼어 있었소"**

한편 홍 기자의 해명 글이 올라오자마자 디시인사이드와 BRIC의 게시판에는 홍 기자의 해명글을 두고 맹비난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흉아..'라는 네티즌은 "(홍 기자의 얘기는) 결국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논문 조작이나 하는 인간들이라는 소리"라며 "나는 새가슴이라 그런 적 한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신 같은 기자가 과학기자라는 게 대한민국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당신이 기사를 어떻게 썼는지, 정말 잘 알고서 균형 있게 썼는지 찬찬히 보라"고 충고했다.

'통쾌' 라는 네티즌도 "황 교수는 '연구'를 한 게 아니라 '정치'를 했다"며 "정부, 정치권 인사를 통해서 연구비 끌어오고 유명인 나오는 행사에 다 끼어 대중적 인기 모르고 섀튼 끌어들여 〈사이언스〉에 논문 발표하고 비서울대 출신 연구원의 낮은 지위 이용해 난자도 마구 채취한 것 등은 그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포섭 대상들에는 황 교수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줄 당신도 있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이라는 네티즌도 "이번 일을 통해 홍 기자가 과학기자로서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가 또 가치판단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친분'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게 당신의 기사 속에 담겨져 있는지 1년 뒤에 한번 당신의 기사를 되돌아 보면 당신 스스로도 실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을 스스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가치 인식의 처절한 고민 없이 기자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홍사훈 기자의 해명글 전문.

KBS 보도국 홍사훈 기잡니다. 그동안 황교수 사태 건으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는데 오늘은 조금 시간이 나서 해명성(?) 글 하나 올리려 합니다. 한 달 전쯤 제가 〈일요 뉴스 타임〉(KBS2)에 출연해서 해설한 부분이 코미디라는 글이 많이 올라오더군요, KBS 내에서도 시청자 항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먼저 〈사이언스〉가 어떻게 일반인들이 못 보는 전미과학자협회(AAAS) 회원들만 보는 전문지라 얘기했나?'에 대한 답변입니다. 물론 그 날 설명에서 제 나름대로 논리를 꿰맞추려 뻥튀기 했다는 부분 인정합니다.

〈사이언스〉는 책으로 나오는 일반 잡지가 있고 그보다 한 달 먼저 온라인 판으로 나오는 〈사이언스〉 익스프레스 두 종류가 있습니다. 실제로 황 교수가 지난 5월 논문을 발표해 보도됐지만 잡지로 나온 것은 6월이죠. 한 달 뒤 책으로 나오는 잡지 누구나 돈만 주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원들을 상대로 그야말로 전문가들을 상대로 배포하는 〈사이언스〉 익스프레스는 아무나 가입할 수 없습니다. 〈사이언스〉에 실릴 엠바고가 걸린 논문들 모두 익스프레스를 통해 사전에 회원들에게 공개됩니다.

실제로 작년에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가 엠바고 깨면서 하루 먼저 보도한 황 교수 체세포 최초 복제 사실도 사실 익스프레스에 엠바고 걸린 상태로 회원들에게 돌린 기사를 국내 모 생명공학자에게 듣고 기사화한 것입니다. 물론 제가 당시 출연하면서 이런 사실을 다 말하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었겠지만 제 짧은 생각엔 〈사이언스〉가 일반인들이 아무나 볼 수 없는 잡지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과학자들 입장에서 '한 달 뒤 뒤늦게 나오는 논문은 정보로서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한 것 사실입니다. 한 달 뒤 나온 잡지는 1년 뒤 헌책방에서 지나간 잡지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물론 제 논리를 이어가기 위해 꿰맞춘 것이라 질타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선 저도 반성하겠습니다.

또 하나 배반포기 단계 배아에서 슬릿(핵 치환 때 생긴 미세한 틈)을 보고 복제냐, 아니냐를 구별할 수 있다는 점이 코미디라는데 그게 왜 코미디죠? 제가 처음 그 사진을 봤을 땐 물론 이병천 교수를 통해섭니다. 이 교수가 먼저 보여준 것이 아니라 다른 얘기를 하다 줄기세포는 눈으로 구별이 안 되지만 배반포기 단계까진 구별이 가능하다 해서 어떻게 가능하냐 했더니 그런 틈을 보고 구별한다 해서 실험실에 있던 노트북을 찾아서 본 겁니다.

그리고 다른 생명공학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다들 '그것으로 배반포기 단계까지 복제가 이뤄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라는 답을 듣고 기사화 한 것입니다. 일반 수정란에 살짝 구멍을 인위적으로 내서는 치환할 때의 슬릿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물론 황 교수팀이 사진에서 슬릿을 포토샵으로 그려 넣었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게 상상하고 싶진 않습니다.

또한 파라포름알데히드 문제도 있습니다. 유향숙 박사 인터뷰를 제가 짜깁기 했다고 하는데 KBS 기자 중에 그런 문제가 될 만한 작업(?)하는 사람 없습니다. 파라포름알데히드가 잘못된 시약인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아니라고 하는 분 한 번 저에게 메일 주시죠. 다만 DNA의 변형을 화학적으로 줄 수 있느냐, 없느냐, 이 부분은 논쟁이 많습니다. 저도 확언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제가 보기에 〈PD수첩〉의 검증은 아마추어가 확실했습니다. 단적으로 2번외의 줄기세포가 DNA 분석이 안 된 것도 파라포름알데히드가 다 깨뜨려 버려서 그런 것 아닙니까? 트리졸만 썼다면 5개 다 나왔겠죠? 세포 개수가 얼마 안 되는데 이를 60개로 나누고 더구나 포름알데히드를 써버렸으니 DNA 안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황 교수 쪽에 경도돼 기사를 쓴다는 문젭니다. 인정합니다. 황 교수와 제가 친했던 것(?) 맞습니다. 그게 제 리포트에 반영되지 않도록 철저히 노력했던 것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 의도와 달리 한쪽으로 치우쳐 보였다면 제 불찰입니다. 인정하고 이 부분은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황 교수 말대로 8개를 만들고 (물론 이도 황 교수 주장으론 나중에 보니 바꿔치기 된 가짜였지만요.) 나머지 3개는 진행 중인 상태에서 논문을 제출한 것, 분명 치명적입니다. 학계에서 용서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황 교수는 이 점 때문이라도 영원히 학계에 다시 발 붙일 수는 없을 겁니다. 과학자로선 이미 끝이죠.

그러나 한번 여기 계신 전공자 분들 생각해 보시죠. 그건 사실 학계의 관행이었습니다. 논문 써 본 사람(물론 저는 써 본 적 없습니다.) 치고 현재 진행 중인 일부 시료(편집자 : '실험'의 오타인 듯) 성공 가정해서 안 써 본 사람 있나요? 이 말이 욕먹을 발언인 것 압니다. 황 교수를 변명할 필요도 없고요.

관행이 아니었다고, 절대 용서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였다고 정말 과학자들 말할 수 있나요? 전 사실 과학자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과학기자가 반도체부터 줄기세포까지 모두 전문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사화할 때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코멘트를 듣고 해도 되냐, 안 되냐 정도는 들어보고 기사화합니다. 그렇게 문제가 금방 드러날 소설을 쓰지는 않습니다.

이 점은 저뿐 아니라 모든 저널리스트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서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저도 이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조언 달게 받겠습니다. 제 메일 주소는 aristo@kbs.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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