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가까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종속되어 무너진 남미 경제구조와 이로 인해 늘어나는 빈곤을 추방하기 위해 IMF관리체제를 졸업, 경제주권을 회복하자."
남미의 대표적인 경제대국이자 외채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연이어 국제통화기금에 진 채무 전액상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지난 13일 IMF에 진 외채총액 155억 달러를 금년 12월 안에 상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아르헨티나 키르츠네르 대통령도 15일 98억1000만 달러의 채무를 연말 안에 갚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선언이 현실화될 경우, 남미경제는 지금까지 현지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구조조정과 긴축정책 등 남미경제 실패의 주요인으로 꼽히던 IMF의 입김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경제 및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몇 년 전부터 채무이자율 인하 등을 주장하며 IMF의 기금 운용방식에 반발해 왔다. 양국의 서민들 사이에 "IMF에 진 빚을 갚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하기도 했다.
지금도 아르헨티나의 대통령궁 앞 광장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군정피해 가족들이 모여 '미국과 IMF에 진 빚을 갚지 말자'는 데모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르헨 정부는 "지난 70년대 군정시절부터 시작된 IMF와 친미파 정권들의 밀월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부추기고 국내산업의 초토화를 불러 왔을 뿐이어서 IMF가 남긴 유산을 정리하고 이제라도 경제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진 빚을 갚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국은 지금까지 IMF로부터 진 외채 원금과 이자를 비교적 착실하게 상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국제통화기금의 지나친 내정간섭 때문에 상호간 설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남미 양국이 동시에 IMF체제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을 하게 된 시점이 베네수엘라의 남미공동시장 정회원 가입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9일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에서 개최된 제29차 메르코수르 정상회담에 참석해 베네수엘라가 남미공동시장 정회원이 되도록 지지해준 남미 4개국 정상들에게 사의를 표하고 아르헨티나 국채 추가구입과 경제투자협력을 약속했었다.
또한 차베스 대통령은 카라카스와 아마존, 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1만km에 달하는 가스관 공사 등 에너지공급 프로젝트를 발표해 메르코수르 국가정상들을 고무시키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메르코수르는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방패가 될 것"이라면서 남미통화기금 창설을 주창하기도 했었다.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양국의 국제통화기금 외채상황은 차베스와 룰라, 키르츠네르 3인의 공동작품이라며 아직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국제통화기금 탈퇴는 기정사실이며 미국에 대한 공격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주대륙에서 남미공동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미 부시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 이들 남미국가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던 멕시코의 폭스 대통령은 이번 총회에서 준회원국 참가를 신청,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메르코수르 정상들은 멕시코의 준회원 자격부여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양국의 외채 조기상환 소식을 접한 IMF와 미 재무성부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리고 라또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아르헨티나의 채무상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아르헨티나 정부의 외채상환 결정은 대외적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고 현지언론들은 전했다.
이제 IMF체제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고속성장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이들이 주장한 대로 자국 현실에 맞는 경제정책을 펼쳐, 보란 듯이 선진국대열에 진입하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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