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심(黃心)잡기'란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황우석 교수 감싸기'에 열성이던 정치권은 "줄기세포는 없다"는 미즈메디 노성일 원장의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이야 "진상이 파악되면 보자"며 입장 표명을 미룰 수 있지만, 황 교수 연구가 허위로 밝혀질 경우에는 여론을 좇아 줄서기를 해 온 정치인에게도 적잖은 역풍이 예상된다.
***정세균 "사실이 밝혀진 뒤에…"**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16일 오전 향후 당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이 더 밝혀진 뒤 당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정 의장은 "아직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당의 입장을 얘기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짧은 대답에선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날 밤 노 원장 발언이 알려지면서 열린우리당이 받은 충격은 '경악'에 가까웠다는 것이 당직자들의 전언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장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향우 대응을 논의했고, 정부와 외부 전문가들과의 대책회의도 검토 중이다.
우리당은 한편 이번 사태의 책임론을 둘러싼 불똥이 청와대로 옮겨붙을까 전전긍긍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 등의 석연치 않은 행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난에 대해 전병헌 대변인은 "논란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권의 몫이건만 한나라당은 이를 성급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든다"고 맞섰다.
전 대변인은 "이런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서 늘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저 당이 제1야당으로 옳은 당인가 생각을 하게 된다"며 "한 마디로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
***한나라, '청와대 책임론'으로**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는 유정복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듣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유 실장은 "입장 표명 부분은 향후 상황을 보고 판단할 부분"이라며 "워낙 지금까지 상황 진행이 믿겨지지 않고 누구를 믿어야 하는 상황인지도 몰라 당의 입장을 정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황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신속해 조사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의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화살을 청와대로 돌렸다.
이 대변인은 "박 보좌관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왜곡, 축소, 은폐해서 사건을 악화시킨 것은 아닌지, 또 조속한 연구 성과물을 재촉해 황 교수가 쫒기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박 대표와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황우석 띄우기'에 앞장섰던 행보에 대해선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민노 "우리-한나라 '오십보 백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정부의 정책운영 시스템의 문제점을 밝히고, 특히 BT산업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선명한 입장'을 내놨다.
권 대표는 "성과를 위해서라면 절차나 기준은 무시돼도 좋다는 분위기는 경계돼야 할 것"이라며 연구과정의 '윤리적 투명성'을 강조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사회 전반적인 문제점을 점검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또 "우리사회의 마녀사냥식 분위기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조직이나 단체가 일시적으로 많은 곤란을 겪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그러한 마녀사냥식 분위기에서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오십보 백보'식 공방전에 "사회적 논의의 중심에 서야 할 정치권이 여론과 인기만을 쫒는 무책임한 모습은 여전하다"고 쓴 소리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정치권은 이번 사건에 있어서 여론에만 편승해 국민적 논란과 사회적 불신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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