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을 넘어선 야권 경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에 힘이 실리자, 여권에서 '안철수와 단일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견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에게 '공동정부'를 제안하는 등 안 원장과 공조에 가장 적극적이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원장의 독자 출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대선 3자 구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안 원장은 '안철수 연구소', '안랩', '안철수 생각' 등 대외적 행보에서 자기 이름 내세우는 것을 보면 자기에 대한 브랜드의식, 자아정체성 강한 사람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사람이 대선에 나서면 자신이 속한 정당은 '안철수 정당'. 대권을 잡으면 '안철수 정권'이어야한다는 의식이 작동할 것"이라며 안 원장의 독자 출마 가능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단일화를 추진한다면 자신의 브랜드와 활동공간에 대한 의지와 현실 간에 혼란이 초래돼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단일화를 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승리를 확신해야 하는데, 민주당 지지기반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 원장도) 알고 있다"며 단일화를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 최고위원은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안 원장 출마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 한다는 것"이라며 "안 원장은 국정운영의 경험이 없고 철학도 없고, 배우면서 해나가기엔 5000만 명을 책임지는 대통령 역할이 너무 크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원장은 지난해 9월 1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드러낸 이후 1년 사이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여권이 견제 수위를 높인 이유는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이날 오전 발표한 리얼미터 조사 결과, 대선지지율 다자구도에서 야권 후보가 상승세를 보였다. 안 원장은 0.7%포인트 상승한 27%를 기록했고, 문 후보는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3.1%포인트 상승한 15.4%를 기록했다. 박 후보는 일주일 전 대비 3.7%포인트 하락한 39.9%를 기록했다. 박-안 양자구도에서는, 박 후보가 1.9%포인트 하락한 46.8%, 안 원장이 1%포인트 상승한 46.3%로 오차범위 내인 0.5%포인트 차이의 접전으로 나타났다. 다자구도에서는 여전히 박 후보가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양자대결'로 갈 경우,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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