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영하 13도를 밑돌았던 12일. 살을 에는 바람이 한시도 그치지 않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삭발한 7명의 학생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라크 파병 재연장 부결 및 자이툰 부대 철군촉구를 위한 단식투쟁단(단식투쟁단)'이었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생으로 이날로 엿새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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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째 단식…온종일 '선전전', 천막서 틈틈이 공부**
서울대 공대 학생회장으로 단식투쟁단장을 맡고 있는 정문식 씨는 "파병 철회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때까지 무기한 투쟁할 것"이라며 "이라크 전쟁이 시작될 때와 달리 지금은 파병 재연장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지만 다시 파병반대의 불씨를 살려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단식투쟁에 함께 참가 중인 사회대 학생 김태현 씨는 "정부는 자이툰 부대가 평화재건 활동을 한다고 홍보하지만 전쟁을 일으킨 미국을 돕는 일을 평화재건이라 부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말로는 자주를 외치지만 지금처럼 한미동맹이 굳건한 적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파병은 노무현 정부가 앞장서서 강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노무현 정부는 처음에는 이라크 파병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북핵위기가 고조되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패권을 도와주는 것은 한반도 평화에 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병반대 여론의 불씨 되겠다"**
다른 참가자인 인문대 학생 김태경 씨는 "투쟁 첫날인 7일 삭발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후배들이 많이 울었다"며 "예전에 지율스님을 보며 단식의 고통을 어떻게 견디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 새삼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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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만큼 최대한 오랫동안 계속해 파병이 철회되는 날까지 7명 모두 함께 가자는 게 우리 모두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날 단식투쟁단을 방문한 공대 후배 조진제 씨는 "파병 철회는 사실 국회의원들도 관심을 갖지 않는 문제 아니냐"며 "선배들을 보니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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