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의 골자격인 종합부동산세 입법 문제를 두고 한나라당이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원칙을 갖고 여당과 협상을 해 나가야 할 책임 있는 당직자들이 주요 쟁점에 대해 서로 엇갈리는 방침을 내놓으며 혼선을 자초해, 종부세 시행에 대한 한나라당의 의지마저 의심을 사고 있다.
***정책위의장 "종부세와 감세안 '맞교환' 가능" **
서병수 정책위의장은 29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종부세의 과표기준을 기준시가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내리는 문제는 적용대상 가구 숫자의 문제인 만큼 재경소위에서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 의장은 이어 "이런 것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관세 법안이나 다른 당론 법안들이 관철될 수 있도록 정부 여당에서도 협조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결국, 종부세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과세대상 인하에 한나라당이 동의하는 대신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감세안을 받으라는 '맞교환'을 제안한 셈이다.
그러나 서 의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소관 정책조정위원장인 이혜훈 의원이 기자실을 찾아 이를 뒤집었다.
이 의원은 "'맞교환'은 서 의장이 사견임을 전제로 말한 것이며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종부세와 감세안은 별개의 사안이며 당론으로 이를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조위원장 "종부세와 감세안은 별개 사안, 당론 추진 안해" **
서 의장은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과표기준을 6억으로 할 경우 과세대상자가 27만 명이고 9억으로 할 경우 7만 명인데, 20만 명 때문에 한나라당이 '부자당'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지 않냐"며 여당과 협상에 나설 자세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나라당 당론은 일단 과표기준 9억 원을 유지한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의원은 "담당 행정관청이 전국의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정확하게 몇 명이고 얼마를 내게 되는지를 계산할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며 "모레부터 과세 대상자들에게 고지서가 나가는 만큼 이들에 대한 과세를 통해 확실한 데이터가 나오는 결과를 봐서 과표 조정을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서 의장이 협상을 주장한 근거인 '6억으로 인하할 경우 과세 대상자가 20만 명 늘어난다'는 추정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우리당 "소신 빙자한 '시간 끌기' 아니냐" **
이 의원은 "내가 담당 정조위원장이고, 8.31 부동산 대책 특위 간사도 내가 맡았으니 내가 하는 말이 당론"이라고 말했지만,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이, 그것도 사석이 아니라 지도부 회의에서 밝힌 입장을 "당론과 상관없는 개인 소신"으로 일축한 것은 석연치가 않다는 평이다.
이에 열린우리당에서는 종부세 도입에 미온적이던 한나라당이 원칙론과 협상안을 중구난방으로 쏟아내면서 지연전술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오영식 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이 한 편에서는 현행 유지를 말하고, 또 한 쪽에서는 협상안을 말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위헌 소지를 말하는 등 다양한 소신 발언을 내놓고 있다"며 "소신을 빙자해 부동산 관련 후속 입법을 지연시키고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매우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김성희 부대변인 역시 "정책위원장의 공식 발언을 정조위원장이 뒤집어도 정작 본인은 해명 한마디 없는 한나라당의 의사결정 구조도 이해하기는 힘들다"며 "한나라당이 구멍가게식 정치를 계속한다면 국민의 눈길도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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