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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나는 민주당·국민중심당과 아무 관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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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나는 민주당·국민중심당과 아무 관계 없다"

공직 물러난 뒤 연대서 첫 강연…'권한대행' 소회에 눈길

고건 전 총리가 1년 반여 간의 은인자중을 깨고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 전 총리는 23일 연세대 초청 강연에서 "진보·보수의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 리더십은 우리 사회가 처한 다중적 위험에 대처하는 데에 도움은커녕 해가 되는 리더십"이라며 이념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념의 미혹에서 벗어나 실사구시 따라야" **

고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민주화의 기수이며 '진보'세력을 자임하는 현 정권은 자유와 평등 사이에서 평등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여권이 평등에 매달릴수록 보수를 지향하는 야권은 자유에 매달리는 것 같다"면서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두고 진보, 보수가 경합을 벌이는 것이 '이념 양극화'의 수준에 이르렀고 이는 역사의 진전이 아니라 정체"라고 연신 현 정치권에 대립각을 세웠다.

고 전 총리의 이 같은 비판은 그 동안 현안에 대해 아예 가타부타 언급을 않던 기존의 모습과 비교하면 현실 정치의 장에 한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비쳐질만한 것이었다.

"편집증 고치자고 분열증 앓는 격", "공동체적 가치 파괴" "시대착오적 리더십" 등 격한 용어로 '이념 양극화'의 폐해를 지적한 고 전 총리는, "이념의 미혹에서 벗어나 실사구시를 따르는 길"을 해법으로 제시했고, 이와 함께 '창조적 실용주의'란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창조적 실용주의'를 "한국사회가 봉착한 다중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안전국가'를 만드는 일, 경제적으로 윤택하면서도 공동체의 가치가 유지되고 환경친화적인 '녹색사회', 그리고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을 조화시키면서 세계와 경쟁하며 협동하는 '강중국'을 만드는 일"로 요약했다.

고 전 총리는 △통치가 아니라 협치(거버넌스) △일로써 승부하는 성과주의 △공동선을 지키는 상생 △지속가능한 혁신 △세계로 열린 개방의 리더십 등 다섯 가지를 '창조적 실용주의'의 지향점으로 꼽았다.

<박스 시작>

***"정치하고 있지 않다… 민주당·국민중심당과도 전혀 관련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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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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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건 전 총리가 강연한 연세대 내 500석 규모의 강당은 학생들과 고 전 총리 지지자들로 성황을 이뤘다. 강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좌석이 꽉 차는 바람에 늦게 도착한 학생들은 복도에 앉거나 뒤편에 서서 강연을 듣기도 했다.

강연을 모두 들은 학생들의 관심사도 단연 고 전 총리의 '색깔'에 모아졌다. 10여 개의 질문 대부분이 중도·실용주의로 요약되는 고 전 총리의 노선을 파고들었다.

이에 고 전 총리는 "나는 지금 정치인이 아니고 나는 정치를 하고 있지도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등 고 전 총리 영입설이 나도는 정당이 거명되자 "나는 지적한 무슨 당, 무슨 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자르기도 했다.

고 전 총리는 '창조적 실용주의'에 대해서도 "정치적 색깔이 있는 것은 아니고 현 정치권 인사가 이런 리더십을 갖고 정치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국민적 소망, 그리고 나의 염원을 모아 만든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구체적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색깔을 확실히 했다. '성장과 분배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두냐'는 질문에는 "어느 하나를 양자택일할 문제가 아니라 그때그때 어느 것이 효과적이냐를 정책적으로 깊이 연구하고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분배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케인즈적 접근은 폐쇄적 경제에서는 통할 뿐 개방 경제 중에는 성장을 통한 분배, 즉 슘페터적 접근이 맞다는 이론이 있다"고 말해 '성장 우선'에 방점을 찍었다.

고 전 총리는 과거사 정리와 관련한 질문에도 "정리해야 할 과거사는 정리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사를 정리하는 것은 미래 지향의 시각에서 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스 끝>

***"탄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눈앞이 깜깜" **

강연 전반에 걸쳐 현 정치권의 리더십을 비판하며 자신의 기치를 대안으로 제시한 고 전 총리는, 본론에 앞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04년 3월 12일의 상황을 자세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고 전 총리는 "사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며 "TV 생중계에서 국회의장이 경위권을 발동한다고 하니 내 추측이 빗나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고 탄핵안이 의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눈앞이 깜깜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고 전 총리는 "대통령 탄핵에 있어서는 어떠한 예시나 선례나 매뉴얼이 없었고 그저 권한대행을 하면서 내가 언제 무엇을 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 있었다"며 권한대행 시절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 전 총리는 탄핵안이 가결된 오전 11시 30분부터 대통령이 의결서를 받아들고 관저로 떠난 오후 5시 30분까지를 "순전히 나의 판단에 따라서 순간순간 대처했던 숨 막혔던 6시간"이라고 표현하며 "이는 바로 국가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냐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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