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개방 안돼, 죽여라, 나는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음독 자살을 시도해 사경을 헤매던 여성 농민이 결국 17일 새벽 운명을 달리했다.
오추옥(41) 씨는 지난 13일 경북 성주 자신의 집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기도했다가 다행히 대구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돼 이날 새벽 4시 45분경 결국 숨졌다.
***전농 "전국 농민장으로 치르겠다"**
오 씨의 시신은 현재 대구가톨릭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으며, 유족과 성주군 여성농민회측은 여기에 오 씨의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전국농민장으로 오씨의 장례를 치를 것"이라며 "구체적 일정은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오 씨는 남편이 구미 공단에서 해고당한 후 2001년 경북 성주군 벽진면 봉황리로 귀농하며, 참외 2000여 평 농사로 농민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 방울토마토 농사도 추가하고, 성주군 여성농민회에서 문화부장을 맡는 등 의욕적으로 생활해 왔던 오 씨여서 더욱 더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 전남 담양의 고 정용품 씨의 자살에 이은 이번 오 씨의 죽음은 안 그래도 지난 15일 농민대회에서 경찰과의 충돌로 격앙 상태에 있는 농민들에게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농민단체는 현재 국회 쌀협상 비준안 처리를 앞두고 18일 APEC 회의가 열리는 부산에서 전국농민대회를 다시 열 예정이어서 한층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다음은 국회의사당에서 21일째 단식 농성을 하다 16일 오후 끝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가 열리던 15일 쓴 글의 전문이다. 이 글은 강의원실이 이날 공개했다.
***농민들의 절규**
지금 여의도에는 전국 만 여명의 농민이 모였다. 이대로는 우리 쌀을 내어줄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울분과 기대를 가지고 모였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서울에 집단적으로 올라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벽같이 밥을 지어 먹고 골골이 사람들을 모아 버스 출발시간에 맞춰 차를 탄다. 주머니 사정들이 척박하기 때문에 점심과 저녁밥을 준비하고 술안주, 떡 등도 준비하여 올라온다. 보통으로 마음먹지 않고는 올라오기가 힘든 일이다.
올라 올 때마다 억울한 농민 사정을 전달하고 울분을 토하고 싶어 하지만 그때마다 앞을 막고 돌아오는 것은 경찰 방패와 물대포다.
오늘도 많은 농민들이 호호 떨며 번데기, 오뎅, 김밥, 떡볶이, 오징어, 붕어빵으로 시장기를 채우면서도 '이놈의 세상을 그냥 콱' 하며 웅성댄다. 날은 저물고 날씨는 더욱 매서워져 가는데 농민들 집회는 계속되고 경찰과 대치상태인 모양이다. 다친 사람도 많다고 한다.
현장의 몸부림이 이렇게 절박함에도 정부는 경찰을 차단벽으로 내세워 놓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보릿고개의 한스러움을 겪어 본 농민들, 한 뼘의 땅이라도 놀리면 천벌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한 포기라도 더 심어 곡식을 거두어 온 어머니 같은 농부들, 이제 이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텅 비어가는 마을에서 어떤 작물을 심어도 수지를 맞출 수 없는 농사. 많이 지을수록 많이 늘어나고 안 지어도 이자 때문에 또 늘어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농가부채….
우리나라 식량자급 25% 중에 95%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의 중심기둥인 쌀농사. 이 마저 이제 외국의 손에 내던지려는 정부의 한심한 쌀 포기 정책 앞에 자식 같은 벼 가마를 전국 면사무소, 시청, 군청에 쌓아놓고 한숨 쉬고 있는 이 사태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적자농사로 인하여 감당할 수 없는 농가부채에 견디다 못해 있는 토지 한 필지 두 필지 팔다보니 이제 전국의 비농민 소유농지가 50%의 수준으로, 일제 말기 토지개혁의 절박한 수준을 훨씬 넘어선 상태다.
한국 농업이 경쟁력을 가져야 된다고 또 그러기 위하여 구조조정 해야 한다며 부산을 떨고 있지만 과연 비농민 소유농지가 이런 정도의 상태에서 무슨 경쟁력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
과연 우리 농업에 미래와 희망이 있겠는가? 과연 우리 국가가 수출만이 살 길인가? 농업을 제물로 삼는 수출제일주의 정책이 과연 우리국가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인가?
농촌 공동체가 파괴되고 상업농의 폐해로 국민들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날로 커져만 간다. 국민의 연간 진료비 지출이 30조~40조 원에 달하는 원인의 70%가 식탁, 죽어가는 식탁에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검토라도 해 보았는가?
경쟁력 있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제일주의 정책이 우리 국민에게 가져다주는 혜택은 무엇인가? 우리의 주권인 먹을거리는 외국의 손에 내맡기고 한국의 수많은 가내 수공업과 중소기업들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비정규직과 실직자로 내몰리고 서민경제는 밑 모르는 바닥으로 떨어져 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갈등의 고리는 더 깊어만 간다.
이처럼 가내 수공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농업의 수많은 서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수출증대 실적이 우리 서민, 노동자, 농민들의 경제나 삶에 어떤 혜택으로 되돌아오는지 정부와 대기업과 재벌 편향적 경제가들은 증명해 보아라.
농업의 비교역적 특성과 공익적 기능에 대하여는 말하고 싶지 않다. 사랑을 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굶어보지 않은 자는 삶을 논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렇게 먹을 것이 많다 하여 25%의 식량자급 나라에서 식량을 천대하고 어머니 같은 농민을 외면한다는 것은 어리석고 배은망덕한 행위라 말하고 싶다.
연방 바깥에서는 많은 농민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가고 시위가 격해지고 있다는 전갈이 온다. 경찰의 진압이 폭력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니 다친 농민도, 경찰도 가족들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눈이 감긴다.
지금 밀려오는 해일은 쌀만이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WTO/DDA 홍콩각료회의에 상정될 의제들의 내용대로라면 우리 한국 농업은 초토화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지만 이에 대한 점검도 주문도 대비책도 강구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오히려 정부는 쌀 협상 비준안 조기 처리를 위하여 관세 상한률을 도저히 기대하기 어렵다고 자랑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큰일 날 일인데도 말이다. 쌀만이 아니다. 고율관세가 100여 개가 넘는 한국은 누구보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고 이런 지경이라면 비상대책반이라도 구성해 국외대책과 국내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채비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쌀에 관한 것마저 농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협의기구에 대하여 묵묵부답이다. 지금 닥쳐올 2개의 큰 해일-이에 대한 적극적 대처와 만약을 대비한 근본적 농업회생대책을 지금이라도 당장 고민하고 강구하는 시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 농민들은 많은 부담을 안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없는 돈 털어가며 서울 바닥에서 계속 아우성치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아! 차라리 옛날이 더 좋아 돌아갈 수만 있다면, 농가부채 다 털 수만 있다면 내 농사 지어 먹고 살 정도만 되어도 자식 공부는 형편대로 시키고 그것도 안 된다면 자연 속에 공부시키며 살고픈 것이 우리 농민들 대다수의 심정이리라.
그래도 이를 악 물어야 한다.
농민은 국민의 어머니요
농촌은 생명의 창고요
농업은 생명산업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정치권과 국민 앞에 우뚝 세워놓기 위하여 가쁜 호흡을 가다듬을 몸을 일으켜 보자.
농민들의 희생을 마음에 담으면서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