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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라길래 의심 없이 돈 빌렸는데 이자가…"

대부업법 제정 10년에 피해자는 500만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강모 씨는 2007년 7월 무등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은행'이란 상호를 쓰니 시중의 여느 은행과 같은 줄만 알았다. 강씨가 은행직원이라고 생각하며 통화했던 사람은 "금리가 12%니 매일 조금씩 상환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 씨는 나중에야 연이율이 80%라는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강 씨와 통화한 사람은 정식 은행 직원이 아니라 대출모집인이었다. 강 씨는 대출모집인의 이름만 빌린 사채업자의 협박성 빚 독촉에 시달리다 결국 '빚 막기'를 하기 위해 전일상호저축은행에서 또 대출을 받았다. 이때의 연이율은 100%가 넘었다.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시민단체가 '대부업법 제정 10년, 금융위원회 항의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이자율 낮추고 빚 독촉 금지해야"

'서민금융보호 전국네트워크'가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주최한 '대부업법 제정 10년, 금융위원회 항의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소개된 사연이다. 경제민주화를위한민생연대, 금융소비자협회, 에듀머니 등이 발족한 '서민금융보호 전국네트워크'는 이날 대부업법·이자제한법·공정채권추심법 전면개정과 대부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대부업법은 1998년 1월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며 사채시장 관리를 이유로 2002년 10월 28일부터 시행됐다. 최고 대출금리를 연 66%까지 허용해 초고리대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6월에는 연이율 1000%의 악덕 대부업자가 적발되는 등 대부업자 관리감독 소홀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사채시장을 양성화시켜야 사채시장 관리가 가능하고 금융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는 해괴망측하다"며 "대부업법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괴한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강 씨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39%인) 법령 최고이자율을 (선진국 수준인) 연 20%로 인하하고 최고이자율의 2배를 초과하는 반사회적 대출에 대해서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집이나 회사로의 방문 등의 빚 독촉행위를 금지해야 하며 대부업체를 실효성 있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대부업법 제정 이후 대부업체 수가 4만~5만 개로 팽창했다며 이처럼 사채시장의 규모가 확대된 결과 피해자가 최소한 50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대부업법에 따라 사채업자가 합법적인 대부업자로 변신해 TV광고로까지 진출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쉽고 편하게 써도 문제없는 돈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출모집인 제도란?

기자회견에 참가한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대출모집인제도가 강 씨 같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며 "국가가 대출모집인 제도를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대출모집인은 대출수요자를 은행에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금융회사와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면, 협회 등록만 거치고 바로 대출모집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다.

자격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탓에 사채업자들이 대출모집인 자격으로 중개수수료를 챙기며 피해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이 발생해왔다. 정부는 '고객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수취할 수 없음'을 사전고지하고 대출모집인이 금융사 직원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지난 4월에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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