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의 자회사 엠씨에스북(발행인 이상철·월간조선 대표)이 최근 출간한 어린이 전기 <대통령 박정희>(지은이 변성환)가 박 전 대통령의 일생을 지나치게 미화해 비교육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전기에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을 고민해 온 박 전 대통령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군이 됐다는 해석도 곁들여져 있다.
***부친 물론 어린 시절 대부분 미화**
엠씨에스북은 지난 10월 말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제작된 어린이 전기 <대통령 박정희>를 출판시장에 내놓으면서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우상화는 물론 무조건적인 비판도 막고자 했다"며 "독재의 길을 걸었던 지도자로 평가받기 이전에 청렴한 군인이자 의로운 아이였던 박정희의 청년·소년시절을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기는 기획 의도부터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다. 실제로 지은이는 책 머리말에서 "그는 평생 정당하지 않은 돈에 대해서는 탐을 내지 않았고 누구처럼 수백, 수천 억 원을 챙기지도 않았다. 그는 오직 가난한 조국이 부강하게 되고 국민들이 배불리 먹기만을 바랐다. (…) 최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무슨 유행병처럼 번져나가면서 자라는 세대들이 그를 북한 정권의 김일성보다 못한 인물로 여기는 경향이 생겨남을 보면서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히고 있다.
전기의 본 내용 또한 곳곳에 미화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전기는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성빈 씨와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번은 깊은 산길을 혼자 지나다가 호랑이를 만났는데 아버지도 놀라고 호랑이도 놀라 한참을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기절하고 쓰러져 버렸을 것을 아버지는 그 자리에 주저앉자 담배를 피우려고 부싯돌을 번쩍 하고 켰다. 순간 불빛에 놀란 호랑이가 저 멀리 도망가 버렸다. 정말 대단한 아버지셨다"라고 묘사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가난했기에 어릴 적부터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이 배고픔을 면할 길을 고민했고, 또 일본인들에게 항상 억압받고 멸시 당하는 우리 민족의 처지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요즘의 초등학생밖에 안 되는 나이에 박정희는 이미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미화했다.
전기는 박 전 대통령의 학창시절과 관련된 대목에서는 △구미보통학교 시절 반장을 하면서 같은 반 말썽꾸러기를 계도하는 등 지도자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이순신과 나폴레옹을 동경해 위대한 무인이 돼야겠다고 결심했으며 △대구사범학교 시절부터 일본인들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전기는 또, "박 전 대통령이 당시 한 교사로부터 '주수구방 기명유신'(周雖舊邦 基命維新-주나라는 비록 오래된 옛 나라지만 개혁으로써 새롭게 했다)이라는 구절을 배우면서 이 가운데 '유신'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겨 두었다가 훗날 대통령이 돼 헌법을 고쳐 '10월 유신'을 단행했다"며 "이로 인해 그에 대한 비판을 낳게 했지만 이는 개혁에 대한 집념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복무·군사 쿠데다 "구국적 결단"**
전기는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친일논란을 의식한 듯 그가 얼마나 일제에 항거해 왔는지를 세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전기는 "문경 보통학교 교사시절에는 특히 가난한 집 아이들을 잘 돌봐 주면서 아이들에게 몰래 우리말과 역사를 가르쳤다"며 "나중에 교장과 장학관이 반일적인 박정희를 몰아내고자 민족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고, 이에 분기를 참지 못하고 교장을 면박 준 뒤 사표를 내고 자신만의 외로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군인이 되고자 결심했다"고 적었다.
전기는 그 뒤 박 전 대통령의 행보와 관련해 △대구사범학교 시절 교관이었던 일본육사 출신의 아리카 대좌의 추천으로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 혼자 독립을 구상했다 △일본육군사관학교를 3등으로 졸업한 뒤에는 만주에서 민족의 진로를 위해 공산당과 싸웠다 △해방 뒤 어렵게 북경으로 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최용덕 장군의 광복군 기지에서 1개 중대를 맡아 통솔했다고 설명했다.
전기는 박 전 대통령의 좌익 관련설을 해명하듯 "총에 맞아 사망한 형 상희는 공산주의자들과 관련이 있었던 사람인지라 박정희도 우연찮게 그들과 알고 지내게 됐고, 결국 자신도 모르게 공산당원으로 이름이 올라가게 돼 군대 내에서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린 적도 있었지만 그의 민족정신을 알고 있었던 군대 동료들로부터는 많은 존경과 신뢰를 얻었다"고 썼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는 5.16 군사쿠데타로 대통령이 되는 대목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전기는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하며 "오로지 나라 사랑으로 가득 찬 젊은 군인들은 자신들이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 군사혁명이 일어난 뒤 군인들은 박정희를 최고회의 의장으로 추대했다. 정직한 장군 박정희가 정직한 나라를 만들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표 일화도 소개…출판인들 "구태행위"**
전기는 또, 박 전 대통령의 큰딸 박근혜 현 한나라당 대표와 관련해서도 "큰 딸 근혜가 중학교에 다닐 때 대통령의 딸이 전차를 타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은 한 차장이 우연히 근혜에게 '대통령 딸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근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꼭 저만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차에서 내렸다"며 "그날 청와대 저녁 시간은 이를 두고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그 대통령에 그 딸인 것이다"라고 썼다.
지은이는 전기 끝에서 "우리나라에도 링컨 대통령 못지않게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대통령과 영부인이 있었다"며 "훗날 독재의 길을 걸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가 이 나라와 이 민족의 성장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부정할 분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분은 지금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평가받는 분이라는 사실을 기록해 둔다"고 적었다.
이번 전기와 관련해 한 출판인은 "특정 인물에 대한 전기는 현실의 정치적인 상황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책보다도 출판인의 명예를 걸고 객관성 담보를 위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전기의 경우에는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한 출판인은 "지난 2000년에도 각급 학교 비치를 목적으로 이와 유사한 전기가 출간된 적이 있다"며 "지금 시기에 이런 어린이 전기가 나온다는 것은 구태일 뿐 아니라 보수색이 짙은 언론사가 끼어 있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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