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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부시에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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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부시에 판정승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99> '미주정상회담 현장취재 4신'

***"세계 초대강국 대통령에 걸맞는 지도력을 보여라"**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외채삭감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맞았던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향해 미주대륙 전체의 빈곤과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맞받아쳤다. 에르미따헤 호텔에서 시작된 정상회담 기조연설에서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작심한듯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싸잡아 비난하며 "아르헨티나를 향한 IMF의 시각은 짓궂은 심통 수준이며 현지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사실상 워싱턴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이들이 내놓은 개발도상국 경제 처방은 실패작"이라고 강한 톤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선 경제대국인 미국이 남미 상황을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힘으로 밀어 부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면서 협정안을 확정하기 전에 상호 이익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이곳에서는 전날 외채교환 문제로 부시 대통령의 '장군' 공격을 받은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미주대륙 정상들이 보는 앞에서 부시에게 '멍군'을 날린 형국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주최국 대통령의 이와 같은 입장이 발표되자 이에 자극을 받은 듯 미국이 주창한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FTAA)은 정상들간에도 갑론을박이 계속돼 당초 5일 낮 12 시 15분 폐막 예정이던 회담일정이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속개됐다. 이처럼 회담장 분위기가 지지부진해지자 부시 미 대통령은 연장된 회담의 결말을 보지도 않고 서둘러서 오후 3시 30분 다음 방문지인 브라질리아로 떠나버렸다.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에서 미국과 남미국가들이 첨예한 대립을 보인 부분은 농산물 보조금 문제였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는 모든 농산물에 대해 수출세를 물리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은 이들 상품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어 FTAA가 체결되면 아르헨 농산물이 남미에서 경쟁력을 잃고 미국산 농산물에 밀려 국가근본산업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르헨 측은 미국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먼저 하라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자유시장체제를 앞세워 미국의 농업 보조금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문제로 정상회담시간이 6시간 이상 길어지자 오후 6시 30분 칠레의 라고스 대통령이'양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긴급제안, 이 문구를 공동선언문에 채택하고 폐막됐다.

부시가 빠진 폐막식장에서 미주 각국의 정상들은 "빈곤 추방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주정상회담의 메인 이슈는 사라지고 자유무역에 관한 논쟁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막을 내리는 알맹이 없는 모임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차베스 "미주대륙 둘로 나뉘었다"**

한편 부시 미 대통령과 차베스 대통령의 대면을 기대했던 풀기자단은 양국 정상 간의 설전 시나리오가 무위로 끝나자 차베스에게 인터뷰를 요청, 이에 응한 차베스 대통령은 5일 오전 "마르 델 쁠라따 정상회담은 정치와 경제면에서 두 개의 아메리카를 탄생시킨 역사적인 회담이 됐다"고 주장했다.

차베스 대통령은"캐나다와 멕시코, 칠레를 포함한 몇 개국의 카리브연안 국가들이 미국을 지지하고 있으며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국가들과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안에 반대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드러냈다"고 회담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미주대륙은 이제 확실하게 둘로 나뉘었으며 북미는 미국이, 남미는 메르코수르 국가들이 주도하며 각각 정치, 외교, 경제부분에서 서로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베스는 미국과 각을 세운 메르코수르 4개국과 자신을 '5총사'라고 평가하면서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을 '달타냥'이라고 추켜 세웠다. 차베스는 또 "회담이 끝나기도 전에 도망치듯 이곳을 떠난 부시의 얼굴을 보지 않았는가"라고 기자들에게 되묻고 "이번 미주정상회담에서 패배자는 부시였다"고 주장해 자신과 남미국가정상들이 부시를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차베스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의제로 등장했던 빈곤추방을 위해 금년부터 10년 계획으로 100억 달러를 지원, 중남미의 1700만 빈민들에게 배고픔을 없애주고 문맹퇴치와 의료혜택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의 남미빈민구제 프로젝트는 ALBA(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로 불리고 있으며 쿠바를 비롯한 중남미민중연합지도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장 취재기자들은"미주정상회담이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끌다 폐막됐지만 차베스와 쿠바의 카스트로 가 주도한 미주대륙민중지도자 회담은 ALBA를 출범시켜 이번 마르 델 쁠라따에서도 차베스 열풍이 강하게 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주정상회담은 회담 주최국인 아르헨티나 전국에 번진 반부시 열풍과 시위대들의 유혈사태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특기할 만한 결론도출 없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차베스가 주장했듯이 두 개로 나뉜 미주대륙에서 FTAA가 유명무실하게 됨에 따라 미국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세계 최강국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도 빛이 바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아르헨티나에서 펼쳐진 부시 대 차베스의 대결구도에서는 차베스가 판정승을 거두었다는 중남미 기자들의 평가가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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