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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깎는데 예산은 안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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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깎는데 예산은 안 깎는다?"

지자체 반발 조짐에 한나라당 '감세 고민'

8조9000억 감세를 공언한 한나라당이 고민에 빠졌다.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데 대한 전체 여론은 우호적인 편이나 막상 세수감소로 인해 예산이 삭감되는 지자체에서는 만만찮은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특정 지역 예산을 집중 삭감키로 했다는 소문까지 돌아 한나라당은 지역 민심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8조9000억 감세안이 다 관철되진 않을 것" 몸 낮춘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3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8조9000억 감세안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지만 모두 다 관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문제 삼으며 '충분히 줄일 여지가 있다'고 정한 8조9000억의 감세 목표치를 스스로 낮추고 나선 것이다.

이는 '8조9000억 감세'가 곧 '8조9000억 예산 삭감'으로 인식 되면서 예산과 관련한 민감한 논란들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각 부처에서 짠 세부 예산안을 국회에서 심사하는 '톱 다운 방식'으로 예산 심의 과정이 바뀌어, 예산을 삭감할 때 특정 지역이나 특정 부처에서 이미 계획을 확정한 사업이 통째로 백지화될 공산이 크다.

이에 당 정책조정위에서 검토 중인 △지방교부금 감액 1조9000억 △인건비, 경상경비, 선택적 복지예산 등 정부의 '고통분담' 1조 △주요 국책사업비 10% 절감 2조2000억 △최저가낙찰제 사업 확대 2조 △예비비 감액 8000억 △각종 위원회 예산 및 혁신․홍보 등 문제사업 예산 1조 등의 삭감 계획이 알려지면서 영향권 안의 지자체와 정부는 바짝 긴장하며 반발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강 대표는 이날 "최대한 정부가 절약을 하도록, 또 불요불급한 사업만 하고 낭비하지 않게 노력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무조건 한나라당이 8조9000억을 깎는 것처럼 감세안과 겹쳐지면 곤란하다"며 거듭 관계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의원들도 감세 내역 잘 모르는데 국민 이해 어떻게 구하나" **

그러나 벌써 당 내에서는 "감세 전략을 잘못 짰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감세는 곧 예산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예산삭감에 대한 당내 논의도 없이 감세 규모부터 공언하고 나섰다는 지적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스크랩해 온 한 전남 지역 신문의 2일 자 기사를 이날 회의 참서자들에게 배포했다. 한나라당의 예산 삭감 계획에 광주 문화수도 육성 사업비와 광양항 개발 사업 예산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소속 지역 의원들이 국비 지키기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원 위원은 "내년 광주 지역 지방선거에 관심이 있다고 알려진 문광부 장관이 광주 문화수도 관련 예산을 무리하게 올려놓고 기획예산처 심사에서 불합치 판정을 받으니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문광부의 이중플레이에 한나라당이 당한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원 위원은 그러나 "1차적으로는 문광부와 정부에 잘못이 있지만 예산 삭감과 관련한 우리의 당론이 제대로 정해지기도 전에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은 어쨌든 우리의 미숙한 전략 때문"이라며 내부에 화살을 돌렸다.

원 위원은 "당 의원들도 근거와 내역을 채 파악하지 못한 감세안과 예산안 삭감안에 대해 국민들이 먼저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며 "당내 활발한 토론을 통해 현실적인 근거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정조위 관계자도 "감세 규모와 예산삭감 규모를 등가로 놓는 것은 무리라 하더라도 2,3조 대의 예산 삭감은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당내 논의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내주에 의원총회를 열어 구체적인 예산 내역에 대한 당내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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