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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래 살 위험'에 대비하고 계십니까?

[저출산고령화의 덫 6] 개인재무상담사가 본 '노후준비 풍경'

고령화 문제가 거론될 때면 전문가든 일반 시민이든 공통으로 말하는 게 있다. 돈만 있다고 해서 노후가 행복한 건 절대 아니지만,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없는 노후도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후는 누구에게나 생산보다 소비에 치중하는 시기이다. 이런 점에서도 '노후'와 '돈'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돈은 행복한 노후에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은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후와 돈'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며 개인적,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 (주)포도에셋에서 글을 보내왔다. 1999년부터 급여생활자와 서민을 대상으로 개인재무 컨설팅을 해 온 (주)포도에셋은 이 글에서 서민들의 노후준비 풍경과 노후준비와 관련된 세태의 변화, 국민들의 편안한 노후 보장을 위해 요구되는 국가정책, 개인적으로 필요한 노력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집자>

***편안한 노후, 이제 국가-사회-개인이 함께 설계하자!**

톨스토이는 자신이 쓴 어느 단편소설에서 자식은 세 가지 즐거움을 준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려서는 재롱을 떨고, 커서는 부모를 부양해주고, 부모가 죽고난 뒤에는 제사를 지내준다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말한대로 아이의 재롱은 그 어떤 훌륭한 장난감이나 오락보다 더 큰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출산을 감행하기엔 현실이 너무 두렵다. 아니, 출산은 둘째 치고 결혼 그 자체도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됐다. 늦은 결혼과 저출산은 생활의 기본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젊은이들의 태업'이라고 이해해야 할지 모른다.

거처할 곳이 마땅치 않아 절에서 기숙하는 생활보호대상자 노인을 상담한 적이 있다. 이 노인은 1000만 원이 넘는 카드사 부채를 안고 있다면서 개인파산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노인의 아들이 카드사에서 대환대출을 받으면서 노모를 보증인으로 세운 탓에 생긴 빚이었다. 이 노부부는 아들의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아들의 빚을 대신 떠맡아 해결해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이런 지경까지는 아닐지라도, 노후에 자식이 자신을 부양해주기를 바랄 수 있는 것은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그나마 현재의 노인들은 다행이다. 아직은 자녀들이 노부모에게 적은 금액이나마 용돈을 드리는 경우가 많다. 사회생활을 하는 자녀의 숫자도 보통 셋 이상이어서 노부모 부양의 부담이 어느 정도 분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의 40대가 은퇴하게 될 20여 년 뒤에도 그럴까? 20여 년 뒤의 노인들에게는 자녀가 대개 하나나 둘뿐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게다가 그 자녀들은 늘어난 세금과 경제성장의 정체로 인해 자기 앞가림 하기도 바쁠 것이다.

더구나 지금 장년층인 사람이 자식이 주는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톨스토이가 말한 '죽은 뒤의 제사'를 진실로 기대한다면, 그는 너무 낙관적이거나 환상 속에서 사는 사람일 것이다. 현재의 40~50대는 아직 제사 지내는 일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아서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죽은 뒤에 제사 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리라.

이렇게 본다면, 이제 우리의 전통적 가족체계는 노후를 보장해줄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게 분명해진다.

이것이 반드시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100억 원 가까운 재산을 가진 노신사를 상담한 적이 있다. 이 노신사는 인생을 즐겨야 할 연세였고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산도 갖고 있는데 계속 부동산 투자를 하려고 했다. "투자를 하는 고생을 왜 계속하죠?" 노인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인생을, 특히 노후를 즐기면서 편안하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살아오면서 전혀 해본 적도 없었을 터였다. 쉬지 않고 죽을 때까지 계속 벌지 않으면 불안한 것일 게다.

이 노신사만 그런 것이 아니다. 40대 후반의 치과의사도 역시 비슷했다. 이 치과의사는 한 달에 벌고 쓰는 돈이 1000만 원이 훨씬 넘는데도 계속 더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번 잘못 투자해 손해를 보고, 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를 하다가 완전히 망가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돈이 많건 적건 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지 못하고 돈에 끌려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노후 문제의 해결전망을 어둡게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오래 살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

보험용어에 '갑자기 죽을 위험'과 '너무 오래 살 위험'이라는 게 있다. 예전에 어른들이 농담처럼 "에고,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면 안 되는데…"하곤 했는데, 바로 그렇게 될 위험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언론에서도 노후대비 문제를 기사로 다루는 일이 잦아졌다. 대기업이나 공기업들도 은퇴예정자들에게 노후에 대비한 개인 재무설계에 대해 교육을 이미 실시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은퇴예정자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다가 물어보았다. "퇴직 후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할까요?" 부부를 합쳐서 보통 삼사백만 원이라는 대답이 많았고, 오백만 원 이상이라고 대답하는 이들도 있었다. 노후에 해외여행 다니고 골프도 즐기려면 그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민연금 수령액은 많아야 100만 원 안팎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돈을 어디에서 마련해야 하나? 수자원공사 은퇴예정자들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추가수입원은 부동산 임대수익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와 같은 직접투자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포스코의 은퇴예정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들의 은퇴예정자들도 예전보다 길어져 대개 20년 이상 계속될 노후에 대해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우리 사회와 각 개인은 미처 준비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노후의 기간이 부쩍 늘어나 버렸다. 전통사회에서 가장 듬직한 버팀목이었던 가족제도는 이제 더 이상 믿을 만한 의지처가 아니게 됐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나마 간간히 모아놓은 목돈을 축내는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퇴직금을 축내는 가장 위험한 적은 바로 자식"**

"수십 년 고생해서 모은 퇴직금을 축내는 가장 위험한 적은 바로 자식입니다." 노후준비에 관한 교육 현장에서 이런 '불순한 표현'을 과감하게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퇴직금만이 아니다. 토지보상금이나 재해보상금 등을 손에 쥐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댐 공사로 몇억 원의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 2~3년 안에 그 돈을 거의 다 날리는 경우가 많다. 자식이나 친지들이 손을 벌리는 것을 도외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가진 돈이 별로 없는 부모세대를 자식과 사회가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데 있다. 그러니 이제는 과거와 달라진 부모자식 관계의 현실을 부모세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보다 길어진 노후를 대비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를 둘러싼 금융환경이 지난 10년 사이에 크게 달라져 버렸다. 퇴직금이나 보상금을 은행에 묻어두고 또박또박 이자를 받을 수 있었던 시절은 이제 잊혀진 지 오래다. 그래서 선진국 방식의 생애에 걸친 재무설계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이런 맥락에서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방식도 재고돼야 한다.

그나마 퇴직금이나 모아놓은 재산이 있는 경우는 다행이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아직 노후설계에 대한 개념조차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이미 노인복지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현재의 40~50대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은퇴하게 되면 노인복지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이는 기대수명이 늘어나 노후가 길어진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IMF 외환위기 이후에 고용불안이 심화된 탓도 크다.

외환위기 이후에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비정규직 등 불완전 고용을 확대해 온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이 옳았느냐 틀렸느냐는 여기서 논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방향으로 노동시장 정책을 실시해 왔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을 흡수하고 완화할 제도적 뒷받침도 함께 해야 했다는 말은 여기서 해둬야겠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유연하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인 파산신청이 한 해에 수십만 건에 달하는 게 미국 사회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겨우 지난해 하반기부터야 파산신청의 유용성이 조금씩 인식되고 있는 정도이며, 아직도 수백만 명이 신용불량자로 남아 있다.

개인의 노후는 단지 개인만이 책임져야 할 것이 아니다.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노후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노후보장의 기본토대는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필자가 일하는 회사는 5년 넘게 중산층과 봉급생활자들을 주 대상으로 생애재무설계 컨설팅을 해 왔다.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 중 하나는 지방 고객에 비해 서울 고객에 대한 재무설계가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서울에서는 주거비 지출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 있다. 이런 주거비 부담 때문에 가계재정에서 노후설계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

서울에 사는 30대 후반이며 대기업 사원인 한 고객은 경제적인 여유가 충분히 있는데도 주택구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이 사람은 전세금으로 1억400만 원을 갖고 있었고, 금융자산도 1억6000만 원 정도 있었다. 이 금융자산은 자신과 부인 명의로 여러 저축은행에 5000만 원에서 조금 모자라는 액수만큼씩 예금돼 있었다. 5000만 원까지는 예금보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리고 예금해놓은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이자는 가장 이자율이 높은 신협 적금에 불입하고 있었다.

이 부부는 금융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점을 잘 알고 있었고, 각 금융기관의 이점을 충분히 다 활용하고 있었다. 비과세, 세금우대, 소득공제는 기본이었다. 그런데 이 부부는 남들은 다 고민하는 주택구입 계획은 갖고 있지 않았을까? 노후에 자기 집 없이 전세 등 임대로 살려면 그만큼 주거비가 많이 들텐데.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주택구입 자금 설계는 왜 안 하시죠?" 대답은 너무도 간단했다. 부친이 갖고 있는 부동산이 많았다. 그러나 이 부부의 사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고 대부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같은 월소득(350만 원)을 갖고 서울과 지방에서 각각 사는 두 가정의 재무상황을 비교해보자. A가정은 서울에서 4억 원짜리 주택을 구입하고, 구입대금 중 절반인 2억 원을 20년 동안의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았다고 하자. 이 가정은 매달 132만 원을 갚아야 한다. 여기에 매달 18만 원의 보험료까지 납입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가정은 단기, 중기, 장기 재정대책을 전혀 세울 수가 없다.

B가정은 지방에서 비슷한 평수의 아파트를 1억 원에 구입하고, 구입대금의 절반인 5000만 원을 20년 동안의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았다고 하자. 이 가정은 A가정에 비해 주거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단기, 중기, 장기 재정계획을 충분히 세울 수 있다. 여기서 장기계획은 물론 20~30년 후를 내다보는 노후준비일 것이다.

<표1>

***"결혼 안 하는 게 최상의 재테크...능력 있는 배우자 만나든지"**

노후준비를 할 때 고려해야 할 것 중에 공적 부조의 대표격인 국민연금이 있다.

한 벤처기업 사장이 이런 농담을 했다. "가장 훌륭한 재테크가 뭔지 압니까?" 그가 말한 '정답'은 "결혼하지 않는 것'이었다. 결혼비용과 자녀양육비 등이 엄청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기도 했고, 40대 초반에 결혼하지 않은 자신의 처지를 빗댄 우스개소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웃고 넘어가기엔 서글픈 우리의 현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반대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30대 중반인 한 회사원은 교육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재테크 할 능력이 없어서 능력 있는 배우자를 찾았습니다." 현직 여교사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공무원이나 교원연금이 일반 국민연금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결심이었다. 정부 관리들이 자신들의 노후를 보장할 공무원연금 등에 대해서는 국고지원을 충분히 하는 반면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지원하면서 국민연금을 개선하겠다고 하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위에 언급한 주거비 부담 완화와 국민연금 개선과 더불어 교육비와 의료비에 대한 사회적 최저선 보장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편안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조건이다. 민주노동당에서 주장하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고 본다.

반면, 의료시장과 교육시장의 개방과 경쟁체제를 골간으로 하는 정부의 방침이 과연 서비스의 질 개선과 대중적 생활보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산층의 몰락과 양극화를 초래해 사회 재생산구조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는 우리도 '금융교육' 시작할 때**

이런 기본적인 사회기반을 갖추는 일과 더불어 간과할 수 없는 게 금융교육이다. 학교의 경제교육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그나마 있는 경제교육은 거시경제를 다룰 뿐이다. 거시경제는 사실 일반 개인보다는 전문가에게만 중요한 문제다. 거시경제가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돈 문제를 배워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돈 문제를 배웠다 해도 그것은 돈을 버는 문제일 뿐 돈을 쓴다거나 장기설계에 관한 관점과는 먼 얘기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금융교육을 받은 성인의 저축률이 8.5%인 데 비해 금융교육을 받지 않은 성인의 저축률은 7.0%다. 파산율이 높은 주의 학생들이 받은 평균 금융점수는 53.6점인 데 비해 파산율이 낮은 주의 학생들이 받은 평균 금융점수는 70.3점이다. 이런 통계를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면, 학교와 사회에서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들에게 투자교육을 비롯한 금융교육을 실시해 왔다. 이웃 일본에서는 5년 전부터 투자교육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2002년부터 기업연금이 도입되면서 그 필요성에 대한 자각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기업연금이 시행(유예기간이 있기는 하지만)될 예정인데다 금융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다. 게다가 길어진 노후에 비해 사회복지나 소득(고용)은 불안정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에 대한 투자교육과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젊어서부터 생애재무설계 시작해야**

포도에셋에서 백화점 문화센터에 나가 강좌를 하는데, 우리 강좌도 재테크 코너에 분류되었다. 재테크가 아니라 재무설계라고 말해줘도 막무가내였다. 재테크는 상품의 이점을 쫓아가는 것이고, 재무설계는 인생의 재무목표를 미리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보기도 했지만 설득이 쉽지 않았다.

<표2>

그런데 문화센터 관계자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재테크 강의를 들은 주부들의 반응은 보통 뭔가에 쫓기는 심정이 되는 것이죠." 남들이 다 앞서 나가고 있는데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얘기다. 그런 불안감과 욕심이 자칫 실수를 불러 가정에 화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 중산층과 봉급생활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남보다 앞서기 위한 재테크가 아니라 차분한 생애재무설계다.

요즘 정부에서 부동산투기를 잡겠다고 한다. 그러나 전 국민이 남보다 앞서 투기나 재테크를 하려는 마음이 앞선다면, 아무리 세금정책을 앞세워 단속한다 한들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단속에 앞서 올바른 재무설계 문화를 강조하는 사회적 캠페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개인재무설계에 대한 관점이 일찍부터 자리잡은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사회에 진출한 뒤 첫 직장에서 번 소득의 12%를 노후설계 자금으로 할당한다고 한다.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이지만, 노후설계도 일찍 할수록 유리하다. 한 예로 보험상품의 경우 복리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른 금융상품보다 장기설계가 더욱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 미리미리 설계하면 적은 돈으로도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따라서 일찍부터 노후설계를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무설계를 단지 금융적인 문제로만 본다면 미혼일수록 쉽다. 그러나 재무설계가 가장 어려운 층은 미혼들이다. 그들은 장기적인 재무문제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재무설계가 왜 필요한지, 노후를 왜 미리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다.

개인이 부정하려고 해도 이미 현실은 달라졌다. 길어진 노후와 복잡해진 금융환경, 그리고 미흡한 공적부조 하에서 어차피 우리는 이제 각자가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노후를 설계해야 한다. 최선의 방책은 미리미리 하는 것이다. 각 개인이 노후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국민 전체의 노후 문제와 관련해 사회와 국가에 제기되는 다음과 같은 요구의 목소리도 한층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내가 혼자서 아무리 애써도 잘 되지 않는다. 집 문제, 의료 문제, 교육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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