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위기감 심화와 더불어 각종 방송정책을 자사에 보다 유리한 쪽으로 변화시키는 방안을 놓고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각계 전문가들이 잇따른 관련 토론회에서 이를 경계하며 "유일한 돌파방안은 공영성 강화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송에 대한 수용자들의 인식이 크게 신장된 상황에서 이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지상파방송사들의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색깔 없는 지상파, '채널 브랜드'부터 높여야"**
먼저, 이수범 인천대 신방과 교수는 27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하고 KBS가 후원한 '지상파방송, 다가오는 위기와 그 해법' 공동세미나에서 "아직까지 지상파방송 채널이 새로운 매체와의 경쟁에서 여전히 비교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채널화가 급속히 진행된 외국 사례에 비춰볼 때 전체 방송시장에서 지상파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라며 "더군다나 현재까지는 다른 방송서비스의 시청 점유율 증가가 지상파방송의 수익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수익창출 모형을 고안해 내지 않는 한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지상파방송사는 새로운 프로모션 전략을 통한 수익 모델 창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관련 대안으로 미국의 ABC NBC 두 방송사가 수행했던 '채널 브랜드 자산 구축 과정'을 토대로 △각 방송채널만이 지니는 색깔, 현 위치, 나아갈 방향 등을 반영하는 아이덴티티 구축 및 채널 이미지 형성 △고유 브랜드 이미지 구성요소가 있다면 충분히 활용해 브랜드 자산으로 만들어야 하고 △채널 브랜드 자산 구축을 위한 모든 전략적 활동에 일관성 유지 △환경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브랜드 혁신 노력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최근 미국의 지상파방송은 네트워크 자체 이미지를 고양시키는 노력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일부 프로그램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시청률에서 큰 성공을 거둬 경쟁 네트워크보다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단기적으로 시청률에서 성공을 거둘지는 모르지만 다채널 시대에 독특한 채널 브랜드를 확고히 구축해 놓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자사 이익 우선시 하면 큰 역풍 직면하게 될 것"**
박노성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연구위원은 최근 지상파방송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중간·가상광고 등 방송광고제도의 변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박 연구위원은 "중간광고, 광고총량제, 간접광고 등 방송광고 운영제도의 개선은 결론적으로 프라임 시간대에 더 많은 광고를 내보내 지상파 방송3사가 더 큰 광고수입을 얻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는 지상파의 시청률 경쟁이 단순히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싸움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을 포함한 취약 매체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한편으로 지상파 방송3사의 과도한 광고수입 증대는 언론의 다양성과 균형발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대해서도 위협적일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사의 정체성 위기를 심화시킬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더불어 광고제도를 바꿀 때는 광고 생산자(자본)의 이익만을 앞세우기보다 광고의 진정한 주권자인 소비자와 시청자의 이익을 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일 극동대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지상파방송의 재원 다각화는 당면한 재정적 위기를 피하기 위한 방편보다는 안정적이고 다양한 재원을 바탕으로 지상파방송에 부여된 공적 의무를 수행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관련 원칙으로 △새로운 재원 발굴 전에 현행 방송사 조직구조에 대한 개혁과 인적청산, 비용절감 등의 노력 선행 △경영합리화와 비용절감의 명확한 목표 설정 △다각화에 있어 무조건적인 상업화 지양 △수용자 이익에 합치되는 재원 다각화 모색 등을 제안했다.
한편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28일 오후 민주노동당이 주최하는 '뉴미디어 환경에서의 지상파 공영방송' 토론회 발제문에서 "현행 공영방송은 독과점 해체, 재원구조 악화, 매출액 감소, 광고 및 시청 점유율 축소 등 대내적 요인과 통신자본의 성장, 보수언론의 흠집내기 등 대외적 요인으로 인해 해체위기에 몰려 있다"라며 "이제 현 시스템 아래 개편을 추진하든, 아니면 구조를 재배치하든 전면적인 구조개편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그러나 구조개편은 공익개념의 축소를 통해 공영방송의 해체를 촉진하려는 '공익 축소론'에 맞서는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며 "가장 바람직한 구조개편 방안은 현실적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현 체제 유지 틀 속에서 KBS MBC EBS 등 방송3사를 공영 섹터로 묶은 뒤 기타 민영방송 영역으로 공익성을 확장해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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