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다시 한번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와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 출신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가 '빅매치'를 벌이며 '盧-朴 대리전'으로 불리기도 했던 대구 동을에서는 유 후보가 이 후보를 1만5000표 이상 앞서 예상 외의 낙승을 거뒀다. 유 호보는 전체의 52.0%를, 이 후보는 44.0%를 득표했다.
유 후보는 당선사례를 통해 "오늘의 결과는 이 나라를 걱정하는 동구 주민 여러분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의 애국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지역구 이곳저곳 옮겨다니지 않고 끝까지 동구에서 정치하겠다' '팔공산 자락에 뼈를 묻겠다'는 처음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대구의 강한 '반노(反盧)'성향을 감안해 열린우리당 색은 철저하게 감추고 '공공기관 유치'만을 앞세우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결국 높은 지역정서의 벽 앞에 좌절하고 말았다.
4·15 총선 낙선 이후 장외를 맴돌다 청와대 수석으로 배려됐으나 '배지'를 위해 과감하게 자리를 박찼던 이 후보는 낙선으로 또 다시 입지가 막연해 졌다.
반면, 유 후보의 당선으로 박 대표가 이틀이 멀다 하고 대구를 찾으며 '대구 수성'에 사활을 걸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우선 한 숨 돌린 셈이 됐다. 측근인 유 후보를 돕겠다며 대구행을 자청했던 이회창 전 총재도 면을 세웠다.
유 후보의 승전보에 당직자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당장 전화를 걸어 "재선을 축하한다"고 축하말을 전했고, 강재섭 원내대표는 "몸조리를 잘 하고 올라오라"고 당부했다.
유 후보의 상황판에 당선을 의미하는 무궁화를 달면서 한 당직자는 "강철이 아니라 '약철'이네"하며 의외의 압승을 자축했다.
유 후보는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KDI 선임연구위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거쳐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으나 이번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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