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모친 김사순 여사가 24일 새벽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삼일장으로 치뤄지는 장례식 첫날인 24일 저녁, 빈소가 마련된 삼성의료원 영안실은 정관계 인사들과 기자들로 장사진을 이뤄 정계은퇴한 지 2년이 넘어도 '창(昌)은 건재함'을 입증했다.
***이명박,고건 등 대권주자들도 조문 **
상주인 이 전 총재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조문객은 이명박 서울시장. 9시 40분께에 빈소를 찾은 이 시장은 얼마 전 "솔직히 노무현과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냐 하면 노무현"이라고 말해 이 전 총재측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후 공개사과문까지 발표하며 이 전 총재의 진노를 삭이는 데 부심했던 이 시장은 "기회가 되면 직접 이 전 총재를 찾아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날은 이 전 총재가 상중인 만큼 둘 간에 짧은 인사만 오갔을 뿐이다. 이 시장이 영정 앞에 기도를 한 뒤 이 전 총재에게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하자 이 전 총재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빈소를 나온 이 시장은 빈소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조문객 중 아는 얼굴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접객실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소주잔까지 기울이며 '왔다 갔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렸다.
이 전 총재 측도 이 시장을 배려한 탓인지 이 시장이 보낸 조화 리본을 벽면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뒀다.
"이 시장이 대권병에 걸려 비례(非禮)와 몰염치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했던 이 전 총재의 측근도 "이 시장이 사과를 했으니 이미 끝난 일"이라며 '갈등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시장보다 30분 앞서 고건 전 총리도 빈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고 전 총리에게 간간히 인사를 건네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있었지만, 고 전 총리는 악수로만 인사를 대신하며 '정치행보'로 풀이될 만한 어떤 액션도 없이 조용히 자리를 떴다.
이날 오전에는 박근혜 대표와 손학규 경기지사가 다녀갔다.
***빈소에 늘어선 조문행렬이 '昌의 건재' 입증 **
여권 인사들도 얼굴을 내비쳤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천정배 법무장관은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뒤 조문을 하러 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조화로 조문을 대신했다.
여당 의원으로는 채수찬 의원이 유일하게 직접 조문을 했다. 채 의원은 "이 전 총재와는 인연이 없지만 동생 이회성씨가 같은 경제학자이고 아들 정현씨와도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같이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의원들이 빈소를 찾았다. 특히 비서실장을 했던 권철현 의원과 특보 출신 서상기 의원은 몇 시간씩 빈소 초입에 서서 조문객을 맞았고 강재섭 원내대표와 박희태 부의장, 서청원 전 대표 등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않아 밤이라도 새울 태세였다.
이외에도 맞은편 빈소에 '폐'가 될 정도로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조문했고, 9시 이후부터는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짧은 조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조문객이 행렬을 이뤘다.
빈소에서는 이 전 총재와 동생 회성씨,이 전 총재의 두 아들인 정연,수연씨 등이 조문객들을 맞았다. 조의금은 받지 않았다. 발인은 26일, 장지는 충남 예산군 신양면 선영. 연락처 02-3410-6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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