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청이 김은성 전 국내담당 차장이 떠난 2001년 11월 이후에도 계속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에 따르면 당시 실세였던 권노갑 전 고문도 도청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DJ 시절 국정원의 도청은 국가조직을 이용한 조직적인 정치사찰 목적"이라는 야당 진영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11일 오전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본 의원은 2002년 2월 3일 권노갑 씨가 언론사 간부 4명과 함께 서울의 모처에서 대화하는 내용을 녹취한 녹취록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정기관 관계자로부터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 녹취록에는 권 전고문이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인제가 이회창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좋은 계기가 있으면 탈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때 지역별로 안배했다는 고백과 함께 △대통령께 당시 당 쇄신파에 대해 할 말을 다 하겠다고 말한 부분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권 전 고문 역시 도청의 대상이었다는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도청을 당시 권 전 고문과의 밀월관계에 있었던 김은성 차장의 '개인플레이'로 몰고 가려던 여권 일각의 기류는 개연성을 잃게 된다.
이에 김 의원도 "권 전 고문에 대한 도청이 있었다는 제보는 일부 정치세력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임의적으로 불법감청과 도청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권 전 고문의 도청 여부에 대한 검찰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권노갑 전 고문에 대한 검찰 수사 보고를 받았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천정배 법무장관은 "보고 받은 바 없다"며 "다만 김은성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에 이른바 민주당 '소장파' 해당 사람들에 대한 통화내용을 감청했다는 범죄 내용이 적시돼 있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