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스쿠니 신사의 경내에 방치됐던 의병 전승 기념비인 북관대첩비가 이달 하순 마침내 반환된다.
한일 양국은 12일 북관대첩비 인도문서 서명식을 갖고 기념비 철거를 위한 기술적 작업에 착수해 늦어도 이달 26일 전에 철거와 운송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외교통상부 당국자가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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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 일본' 상징 야스쿠니에 방치됐던 의병 전승비**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당시 정문무를 대장으로 한 함경도 의병의 승전을 기념해 숙종 34년(1707년) 함경북도 길주군 임명리(현 함경북도 김책시 임명동)에 세워진 것이다.
높이 187㎝에 1500자의 글을 담고 있는 이 비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길주군 임명리 지역에 주둔하던 일본군 미요시 중장에 의해 강탈돼 '군국 일본'의 상징인 도쿄 야스쿠니 신사로 옮겨진 뒤 방치돼 왔다.
1978년 북관대첩비가 발견된 후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남북 분단에 따라 반환받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일본 측의 주장으로 난항을 겪다가 지난 6월 제15차 장관급회담에서 양국 정부가 북관대첩비 반환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번에 반환이 이뤄지게 됐다.
한일 불교복지협회 회장인 초산 스님은 이에 앞선 지난 3월 북한 조선불교연맹과 접촉해 반환 합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북관대첩비는 우리나라로 인도된 뒤 문화재청과 통일부를 포함한 관련 부처 논의와 반환 기념행사를 거쳐 일정 기간 전시된 뒤 북한으로 전달된다.
북관대첩비를 갖고 있는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측은 지난 3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반환을 최종 결정했다. 12일 서명될 인도문서에는 한일 양국 정부와 야스쿠니 측의 서명이 포함돼 있다.
비 철거 당일에는 야스쿠니 신사 안에서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 등의 주관으로 고유제(告由齊, 일본명 移運式)가 개최된다. 고유제는 철거 완료 후 한국으로 이송하기 직전에 치르는 마지막 유교의식이지만, 특정 종교 색채를 띠지는 않는다. 양국 정부와 민간 주관으로 이뤄지며 한일불교복지협의회도 참석할 예정이다.
외교통상부는 그간 야스쿠니 신사 및 일본 외무성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북관대첩비의 조속한 반환을 촉구해 왔다. 이에 야스쿠니 신사측도 작업상 편의를 위해 비 주변의 수목을 미리 제거하는 등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번 반환으로 "한일 양국간 우호 증진과 남북간 교류 협력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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