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이 창건 6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선군(先軍)'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9일 평양 능라도의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60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의 경축보고에서 "총대철학과 선군사상은 북한 노동당 주체사상의 진수이며 당건설과 당활동의 생명선"이라고 강조했다. <로동신문>도 사설에서 "선군사상은 21세기의 지도적 지침"이라고 강조했다.
'총대철학'과 '선군사상'은 북한 언론매체의 표현을 인용하면 "총대(무기)가 있어야 평화도 사회주의도 있다", "군대가 당이고 국가이며 인민이다"라는 맥락에서 둘 다 군(軍) 우위ㆍ우선의 정치 및 정책을 펴나간다는 뜻을 지닌 북한의 용어다.
***당·국가·군대 고위간부 총출동…김정일 '아리랑' 관람**
1998년 이후 7년만에 열린 당 창건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김 상임위원장은 "선군사상은 조선 노동당이 성스러운 역사의 전 노정에서 변함없이 견지해 온 위대한 기치"라며 "김일성 동지는 일찍이 조선혁명의 개척기에 혁명의 총대 위에 혁명 위업의 승리가 있고 나라와 민족의 자주독립도 번영도 있다는 주체의 혁명원리를 천명하고 선군사상을 제시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날 당 창건 중앙보고대회에는 처음으로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또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영춘 군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리용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최영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위원장, 류미영 천도교 청우당 위원장, 홍성남 함남도당 책임비서, 홍석형 함북도당 책임비서 등 당·국가·군대의 고위간부들이 총출동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우리 당은 가장 엄혹한 시련의 시기였던 지난 10여 년간 혁명과 건설에서 사상중시 노선과 단결의 정치노선, 선군 혁명노선을 틀어쥐고 우리 사회의 통일단결을 수령 중심의 동지애에 기초한 전당, 전군, 전민의 일심단결로 공고 발전시켜 혁명의 정치사상 진지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그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도 선군정치를 철저히 구현해 인민군대를 강화하고 국방공업을 발전시키는 데 선차적 힘을 넣어 우리 혁명의 군사진지를 철벽으로 다져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경제건설을 힘있게 다그쳐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끊임없는 앙양을 일으킴으로써 강성대국의 높은 영마루를 하루 빨리 점령해야 한다"며 경제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동신문> "혁명의 영도 계승문제" 제기 주목**
중앙보고대회가 끝난 후 김정일 위원장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관람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우이(吳儀) 국무원 부총리, 보시라이(薄熙來) 국무원 상무부장,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류홍차이(劉洪才)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등으로 구성된 중국정부 대표단과 각국 당대표단, 외국의 친선단체 대표단, 북한 주재 외교대표, 국제기구 대표 등도 공연에 초청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도 '위대한 승리와 세기적인 변혁으로 수놓아진 영광의 60년'이라는 제목의 노동당 창건 60주년 기념사설에서 선군사상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오늘의 세계 정치구도와 변화된 사회계급 관계, 혁명투쟁의 요구를 반영한 우리 당의 선군사상, 선군혁명노선은 우리 인민뿐만 아니라 세계가 공인하는 21세기 지도적 지침으로 되고 있다"며 "김정일 동지의 선군사상과 영도를 철저히 구현해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기본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국통일은 우리 민족 최대의 임무이며 지상의 과제"라며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6.15 북남 공동선언의 기치를 높이하고 민족자주, 민족공조의 세찬 열풍으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반통일 분열주의 책동을 단호히 짓부수고 자주통일의 새로운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北, 후계구도 작업 착수하나**
<로동신문> 사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당의 전도와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담보하는 중핵적인 문제는 당과 혁명에 대한 영도의 계승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는 것"이라는 부분이다.
이는 최근 해외 언론이 잇따라 보도하고 있는 김정일의 후계자 문제에 관한 언급으로 보여, 북한이 후계 문제와 관련한 실제적인 준비에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김정일 위원장이 조만간 후계자를 지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세 아들인 정남(34), 정철(24), 정운(21)이 각각 후계자로 지명될 가능성이 서로 비슷한 정도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러시아의 일간 <브레먀 노보스티>는 5일 러시아 내 북한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차남 김정철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도 북한의 후계 문제가 거론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후계승계와 관련된 의미있는 조치가 있었나'라는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문에 "혁명의 계승 문제와 대를 이은 혁명은 북한이 계속 주장해 온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아들들에 대한 공직부여 여부나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로동신문>은 이날 "우리 당은 일찍부터 사회주의와 민족의 앞날을 멀리 내다보고 혁명위업 계승문제 해결에 커다란 힘을 기울여 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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