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법원이 '부당이득'이라고 판결한 기성회비 징수를 강행한 것과 관련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형사 고발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인천대, 경인교대, 전남대, 부산대, 부산교대 등 6개 국ㆍ공립대의 총장도 함께 고발했다. 2009년을 기준으로 국ㆍ공립대학교 등록금 가운데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87%에 달해 고액 등록금의 주원인으로 지목받아왔다.
참여연대, 등록금넷,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은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부와 전국의 국ㆍ공립대학은 명백한 부당이득인 기성회비 징수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고발배경을 밝혔다.
시민단체는 국ㆍ공립대학교에서 기성회비 징수가 계속된다면 위의 6개 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도 추가로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는 "국ㆍ공립대 학생들이 지난 5월 말에 제기한 3차 소송에 이어 4차, 5차 (기성회비) 반환소송 역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ㆍ공립대 학생들은 지난 1월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결과 기성회비 징수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났음에도 대학이 1학기 기성회비를 징수한 것에 반발해 2차례의 반환소송을 다시 제기한 바 있다. 9월 2학기 개강을 코앞에 둔 현재까지도 기성회비가 등록금 고지서에서 사라지지 않자 또 다시 반환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1963년 도입된 기성회비는 대학 등록금에서 입학금과 수업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뜻한다. 대학에서 학교운영이나 교육시설을 확충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징수해왔다. 지난 1월 27일 법원은 서울대 등 전국의 국ㆍ공립대가 받아온 기성회비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각 대학 기성회가 국ㆍ공립대학생 4219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적 근거 없이 징수만…"기성회비 징수는 불법행위"
시민단체는 "대학이 기성회비를 징수할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다"며 "전체 대학생의 22%나 되는 국ㆍ공립대학 재학생들에게 국가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비용을 징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이주호 장관이 기성회비 부당징수를 다가오는 2학기까지 연장하려는 시도는 직권남용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기성회비 징수를 강행한 국ㆍ공립대 총장들은 불법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진걸 반값등록금 국민본부 팀장은 "학생들에게 한 푼도 받지 않아야 할 국·공립대가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기성회비를 받은 것은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기성회비 징수 폐지하면 국·공립대 반값등록금 가능"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반값등록금 시행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시민단체는 기성회비 폐지는 반값 등록금 운동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성회비를 즉시 폐지한 이후 8000억 원 정도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면 국공립 대학의 반값등록금을 즉시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새누리당이 2006년부터 반값등록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왔지만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자 떠밀리듯 국가장학금제도를 미봉책으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미봉책인 국가장학금제도조차 운용이 미흡하단 지적이다.
작년부터 시행된 국가장학금제도는 정부 예산 1조 7500억 원 가운데 7500억 원은 소득 하위 3분위에 대해 차등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1조 원은 대학의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 노력에 따라 학교에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민단체는 "국가 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중 반 정도가 탈락했다"며 "기초생활보상 대상자를 포함한 전체 대학생들에게 B 학점 이상을 요구한다"고 성적에 따라 장학금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9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에게는 장학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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