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제4차 6자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공동성명 타결후 나온 한국 정부의 대규모 대북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제5차 6자회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불러왔다.
***힐 차관보 "한국, 사전연락 없이 대북 지원 제시"**
일본 <산케이신문>은 힐 차관보가 지난 29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비공개 세미나에서 "6자회담에서 한국은 미국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 세미나에는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도 참석했는데 이를 확인한 힐이 "메모를 해서 서울에 보고해도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또 힐 차관보가 한국이 사전 연락 없이 북한에 대한 포괄적 지원 방안을 제시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또 6자회담에서 경수로 논의 시점을 놓고 북미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러시아는 미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던 점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힐 "한국의 역할에 대해 물어보라"며 보도 부인**
그러나 힐의 이같은 발언은 6자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총체적인 부정이라기보다는 공동성명 이후 나온 한국의 대북 지원에 관한 우려의 표시였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세미나의 한 참석자는 "힐 차관보가 지난 제4차 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선 극히 도움이 됐고 극히 협력적이었으며 극히 유용했다고 말했다"며 <산케이> 보도를 부인했다.
이 참석자는 그러나 힐 차관보가 6자회담 타결 후 나온 한국 정부측의 대규모 대북지원 방안에 대해 "6자회담에서 돌아와 보니 한국 언론에 대규모 지원 얘기가 났던데 이는 차기 6자회담을 앞두고 대북 협상에서 다른 5개국의 입지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그는 "힐 차관보는 대북 송전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이었다"며 "힐 차관보가 비판한 '대규모 지원'이 대북 식량지원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케이>의 보도에 대해 힐 차관보는 이날 미 하원 국제관계위 북핵 6자회담 청문회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6자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물어보라"고 주문한 뒤 "한국은 미국에 매우 협력적이었고, 양국은 매우 긴밀히 협력했고, 한국은 미국 입장을 적극 지지해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세미나 발언에 대해서는 "비보도를 전제로 얘기한 것"이라며 보도의 진위 여부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미, 한국 정부 역할 높이 평가해"**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산케이 신문 보도가 과장된 것임을 내비쳤다.
매코맥 대변인은 "한국은 우리가 (6자회담에서) 이룬 결과에 값진 기여를 했고 이에 대해 매우 감사하고 있다"며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을 크게 평가하며, 계속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측은 "힐 차관보의 세미나 발언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있지만, 미 정부측이 비보도를 전제로 한 것임을 들어 공개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힐 차관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 정부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사의를 표했다"며 산케이 신문 보도에 대해 "매우 불쾌한 보도"라고 말했고, 다른 한 관계자는 "(보도에) 정확치 않은 부분도 있으나 그 부분은 미측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미 하원 청문회, 공화당 '우려'-민주당 '힐 조속 방북'**
한편 힐 차관보는 이날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주재로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공동성명에 언급된 대북 경수로 지원 문제와 관련, "미국은 북한에 경수로와 관련해 어떠한 약속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6자회담과 북핵문제'를 주제로 한 열린 청문회에서 6일(현지시간) 힐 차관보는 이같이 말하고 "다만 미국은 북한이 핵과 핵프로그램을 폐기한 연후에 경수로 문제를 거론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이징 6자회담 공동성명에 경수로 문제가 포함된 것은 미국측으로서는 환영할 수 없었지만 협상을 북한측 구미에 맞추게 하기 위해선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만약 베이징 공동성명을 핵프로그램 해체 이전에 경수로를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로 해석한다면 공동합의에 대한 의도적 오역"이라며 "이는 공동성명을 철회하는 것이고 미국과 회담당사국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공동성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헨리 하이드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에 중유를 추가로 제공할 경우 의회 등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북한과의 어떠한 에너지 거래도 의회 심의 과정에서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이같이 말하고 공동성명에 고농축 우라늄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4차 6자회담 전 평양을 방문했던 톰 랜토스 민주당 의원은 이번 베이징 공동성명의 의의를 나름대로 평가하고 힐 차관보가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 북한을 방문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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