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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국 그림책의 르네상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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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국 그림책의 르네상스', 그러나…"

[인터뷰]'국제 아동 도서원화전'서 수상한 한병호 씨

"지금이 '한국 그림책의 르네상스기'라고 하지만 아직 시중에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보다는 지식이나 정보 전달이 주목적인 학습 만화가 대세예요. 그림책 시장이 더 발전해야죠."

지난달 9일 한국 최초로 '블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2005'에서 황금사과상(BIB Golden Apple)을 받은 일러스트레이터 한병호씨(43)는 "한국 그림책이 90년대 중반부터 대거 들어오기 시작한 외국책에 자극받으며 양적으로는 짧은시간에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한편으로는 질적 발전을 위한 홍역을 치르는 중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한씨에게 상을 준 'BIB(Biennial of illustration Bratislava) 국제 아동 도서원화전'은 1967년부터 유네스코의 지원 하에 2년에 한번씩 개최돼 올해 20회를 맞는 비엔날레로, 18명의 한국 작가들이 올해 처음 출품했다. 이번에 수상한 한씨의 <새가 되고 싶어>는 48개국 410명의 일러스트레이터의 출품작 2966점 중 대상 1명 다음으로 5편에 주어진 2등상을 수상한 것.

***"그림책 취향, 한국과 유럽·일본 확실히 달라"**

<새가 되고 싶어>는 지금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는 상상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긴 밧줄에 매달려 높은 빌딩에 페인트칠을 하는 이 남자는 새과 되고 싶어하지만 막상 새가 되고 보니 여러 불편함과 어려움이 생기고 결국 마음을 바꿔 다른 것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내용이다.

선악 구도를 위주로 하는 기존의 어린책과는 다를 뿐 아니라, 늘 비교대상에 시달리며 사는 어른들에게도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줄거리.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늘 지금과 다른 나를 꿈꾸며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하는 이 책은 몇 년 전 일본 전시 때도 한씨 책 중 가장 인기가 있었나 국내에서의 반응은 미미했다.

"사실 그게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봤으면 하고 만든 책인데 확실히 유럽, 일본과 한국은 취향이 다른 것 같더라구요. 우리나라 그림책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 때 뭔가 교육적인 요소를 계속 찾으려고 하거든요. 하다못해 언어습득을 위해서라도 읽을거리를 찾다보니, 책들이 지식 정보 전달에 치우친 게 많죠. 너무 구체적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내용이 자세하다보니 아이들에게 상상력의 여지를 남겨주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짧은 시간에 급성장, 지금은 '한국 그림책 역사의 전성기'"**

한병호씨는 80년대부터 활동해 온 18년차 베테랑 일러스트레이터다. 우리나라 그림책 발전의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그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림책 편집자도, 작가도, 독자도 다 달라졌죠. 우선 시장 규모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적으로 팽창했고, 질적으로 많이 좋아졌어요. 80년대만 해도 어린이책은 권선징악에 그치거나 색 선택도 회색 계열은 교육상 안 좋다고 제한되는 등 경직돼 있었는데, 요즘은 색은 물론 내용도 많이 관대해졌죠. 소재만 해도 요즘은 '똥' 얘기만 나오면 히트 칠 정도니까요."

90년대 중반부터 밀려들어온 외국 그림책도 무분별한 측면도 있지만, 그는 100년 그림책 역사를 가진 해외에서 검증받은 작품들의 다양한 수입은 국내 작가들을 자극해 역량을 키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금은 우리가 그림책을 역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일본에선 지금 한국이 세계에서 그림책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라고 평가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자기네 시장은 현재 거의 빈사 상태인데, 한국은 마치 일본의 1960~70년대처럼 작가들도 다양하고 작품도 왕성하게 나오고 있다는 거예요."

***'도깨비 작가' 한병호, 앞으로는 '생태 그림책'에 관심"**

<황소와 도깨비> 등 수많은 독특한 도깨비 그림으로 유명해 '도깨비 작가'로 알려진 그에게 도깨비는 '어딘가 어설프고 모자라며, 그래서 친근한' 존재다.

"과거 문헌 등을 살펴보면 한국의 도깨비는 형상은 명확치 않지만 성격은 거의 비슷해요. 생긴 건 무시무시하고 우락부락하지만 장난기와 호기심이 많을 뿐 절대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진 않죠. 늘 조금 부족해서 영악한 사람들에게 당하고 베풀거든요. 도깨비가 뭐랄까… 평범한 사람들의 대변인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가난하고 힘든 민초들의 억눌린 부분을 풀어주는.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상상하죠."

그러나 앞으로 그는 '생태학적 그림책'을 많이 그리고 싶어 한다. 사라져가는 곤충, 꽃, 물고기… 혹은 우포늪과 같은 특정 지역, 하다못해 가까운 주변 고수부지 생태계라든가, 그런 걸 갖고 그림책 꾸며보고 싶은 생각이 많다고 했다.

***"아이들이 물고기 하나하나를 알아야 지켜주고 싶지 않겠나"**

왜 아이들에게 생태계를 보여주고 싶어하냐고 묻자, 잔잔한 어조를 유지하던 그의 언성이 약간 높아졌다.

"물고기는 위에서 보면 똑같지만 옆에서 보면 다 달라요. 각자 가진 모양이 그렇게 예쁠 수 없고 개별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도 천차만별이죠. 보통 어른들이 '아는 물고기 이름 10개 이상 대라'고 하면 힘들어 하는 동안 지금 하천의 수많은 물고기들이 사라져 왔거든요. 아이들에게 따로 자연보호를 가르치지 않더라도, 하천에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있다는 걸 알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물고기들이 계속 살 수 있으려면 이 환경이 보존돼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겠지요.

아이들이 우선 자연을 알아야 지켜주고 싶어지고, 또 지켜줄 수 있지 않나요? 이런 부분은 학자보다는 제가 하기에 적절한 것 같습니다. 한국 물고기와 곤충, 새, 각종 동물들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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