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가운데 처음 대면하는 사람과 부담없이 이야기 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의 비율이 각각 44%, 41.2%로 절반이 안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타인과의 대화에 부담도 덜 느끼고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데에 자신감을 보였으며,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처음 대면하는 이와 대화하는 데에도 부담스러워 하긴 하지만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타인과의 토론은 35.7%만이 좋아한다고 응답했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남성일수록 토론을 즐겼다.
국립국어원(원장 남기심)은 559돌 한글날을 앞두고 4일 전국 성인 남녀 4055명(남성2028명, 여성2027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들의 언어 의식·사용조사' 결과를 밝혔다.
***말 잘하는 사람 많아졌다 74%, 그러나 본인은 41%만 "자신 있어"**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주위사람의 언어행동'에 대해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고(66.3%) △주위에서 높임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62.4%) △사람들 앞에서 말 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73.8%)고 평가했다.
그러나 응답자 스스로는 41.2%만이 '여러 사람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말한다'고 답했고,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취약해 '자신있다(18.7%)'는 사람이 '자신없다(49.5%)'의 반도 되지 않았다. 또 국어에 대한 관심도 말하기(49.8%), 글쓰기(14.0%), 언어 예절(12.5%), 표준어(7.9%), 맞춤법(7.0%) 순으로 말하기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잘 모르는 유행어가 많아졌다(78.2%)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75.4%) △외래어나 외국어를 섞어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73.2%)는 응답도 70%를 넘어섰다.
또 직위는 나보다 높지만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87.3%)보다 직위는 나보다 낮지만 나이 많은 사람에게(92.3%) 당연히 높임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높아 우리 사회가 아직 '나이'를 높임말의 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줬다.
***잦은 외래어ㆍ외국어 사용에 60대는 "알아듣기 어렵다", 20대는 "별 느낌없다"**
영어 공용화에 대해선 반대(37.3%)와 찬성(36.3%) 의견이 비슷했고, 한자와 영어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각각 78.8%, 75.6%였다.
외래어·외국어 사용 증가에 대해선 60대와 20대 간 의견 차이가 뚜렷해 60대는 외래어ㆍ외국어 사용증가가 바람직하지 않고(30.8%), 알아듣기 어렵다(40.2%)고 답했지만 20대는 어쩔 수 없고(62.7%), 외래어ㆍ외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별 느낌이 없다(46.2%)고 답했다.
욕설이나 비속어를 자주 또는 가끔 사용한다는 국민들은 50.5%였으며, 연령별는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60대가 가장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기분 나쁜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55.6%,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라고 응답한 비율이 27.3%였으며, 특히 20대는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35.2%나 돼 세대간의 차이를 뚜렷하게 보였다. 성별로는 남성(58.9%)이 여성(42.1%)보다 비속어를 사용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또 대부분의 국민(90.9%)들은 방송 언어가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답했으며, 특히 91.2%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72.7%가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말 중 몰라서 곤란했던 경험이 있으며, 문제가 되는 말의 순위는 주로 전문어(37.4%), 외래어·외국어(19.2%), 유행어·신조어(17.8%), 어려운 한자어(14.4%)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에 따라 올해 처음 실시됐으며 국립국어원은 "이번 조사로 드러난 국민들의 언어의식 변화와 사용 양상, 세대간 차이 등을 바탕으로 언어 생활 향상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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