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가 주최한 자전거 축제의 마지막 날인 3일, MBC가 마련한 쇼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던 방청객들이 행사장 진입로에서 압사 당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MBC는 4일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벌어진 불의의 사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파 몰려들자 다시 문 닫으려 했던 것이 화 키워**
사고는 3일 오후 5시 40분쯤 상주시 화산동에 위치한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발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상주 시민 5000여 명은 이날 MBC가 마련한 <가요콘서트>를 보기 위해 일찌감치 운동장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문이 열리자 앞다퉈 진입을 시도하다 이같은 참사를 겪게 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문(직3문)이 열림과 동시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이 곧바로 운동장으로 쏟아져 들어갔고, 이에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이 다시 문을 닫으려 하자 뒷사람들이 급하게 진입을 시도하면서 앞사람들이 밀려 쓰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직3문의 경우 상주 시민운동장 4개의 출입구 가운데 가장 경사도가 심한 곳이기도 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사고로 현장에서 모두 11명이 압사했으며, 90여 명도 중경상을 입고 인근 상주 성모병원과 적십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귀가하거나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날 <가요콘서트> 녹화에는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태진아, 현철, 장윤정, 설운도, 김수희 등 유명 가수 이외에도 휘성, 파란, LPG, SS501 등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가수들도 대거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 때문에 녹화장 입구 맨 앞쪽에는 일찍 온 노년층과 청소년들이 가장 많았다. 사망자들은 60대가 5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2명, 50대 1명, 10대 청소년 2명, 어린이 1명 등이었다.
사고 뒤 김근수 상주시장은 상주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죄문을 싣고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도 사죄와 함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MBC도 3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고인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정확한 사고경위 등을 파악해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보도했다. MBC는 당일 저녁 제작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사고 수습대책반을 구성해 현지로 급파했다.
***"안정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
그러나 상주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이번 사고 또한 예전 공연장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주최 측의 안정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라며 크게 분노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MBC <가요콘서트>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92년 '뉴 키즈 온 더 블록' 내한공연 당시 1명의 여고생이 압사 당한 사건이나, 96년 대구MBC가 주최한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 당시 2명의 여학생이 질식사한 사건 모두 주최 측의 안일한 안전의식에서 비롯됐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또다시 발생한 어이없는 죽음 앞에 상주시와 MBC는 시민들의 질서의식 부재로 1차 원인을 돌리고 있어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상주시 측은 사고 발생 직후 "경찰 30여 명과 경호업체 직원 70여 명이 현장에 있었으나 2만여 명의 시민들이 갑자기 몰리면서 이를 통제할 수 없었다"고 밝혔으나, 확인 결과 공연 주최 측은 사고 발생 나흘 전 애초 요청했던 경찰병력 300여 명 투입 건이 거절됐음에도 사설 경비업체 직원 75명과 10여 명의 경찰병력만으로 행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