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동조합은 20일 오전 11시 용인 삼성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에버랜드 간부가 노조원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노조는 이를 노동 인권에 반하는 사건으로 규정하고 사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노조 폭행 사건을 방관한 (에버랜드) 김봉영 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지난 7월 27일 김영태 삼성노조 회계감사가 근무하는 에버랜드 내 알파인 식당에 그동안 삼성노조 설립 전후로 노조를 탄압해온 인사팀 A차장이 찾아왔다"며 "A차장이 근무 중인 김 회계감사에게 손님과 직원이 보는 앞에서 고함과 욕설을 퍼붓고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계감사가 노조에 제출한 경위서에 의하면, 사건은 7월 24일 오후 2시경 김 회계감사가 근무하는 에버랜드 내 알파인 식당에서 시작됐다. 이날 MBC 취재진이 에버랜드가 손님 서비스 만족도 1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 취재하러 왔다.
김 회계감사가 MBC 기자에게 "(에버랜드가) 손님 서비스 만족도는 1위지만 직원 만족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네요"라고 말하자, 다른 비정규직 사원이 "(삼성이 월급을 많이 준다고들 하는데) 저희 월급 많이 못 받아요"라고 했다.
이것을 이유로 다음날인 7월 25일 A차장과 B과장이 찾아와 취재진과 대화를 나눴던 비정규직 사원에게 대화에 관한 경위서 작성 및 제출을 요구했다.
김 회계감사는 7월 27일 A차장이 자신을 찾아와 다짜고짜 "앉아봐"라며 "네가 회사 명예를 훼손해서 경위서 받으러 왔다"고 소리쳤다고 주장했다. 김 회계감사는 '용무가 있다면 사규에 규정된 절차를 따라 직속상관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그러자 A차장이 "야 xx놈아, 이리 안 와"라고 고함을 지르며 양팔로 김 회계감사의 왼팔을 2~3분간 비틀었다는 것.
김 회계감사는 이 과정에서 A차장이 웃으며 "넌 곧 뒈져"라고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유니폼을 갈아입으려고 옷을 벗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 왼쪽 팔을 들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회계감사는 이 일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 7월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출범 1주년 경과보고를 하는 삼성노조. ⓒ프레시안(김윤나영) |
김 회계감사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내가 MBC 기자에게 한 발언이 명예훼손이라는 게 회사의 주장이지만, 카메라는 치워져 있었고 음식을 주문한 상태에서 기자랑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송에 나간 것도 아니고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기자와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인데 어떻게 명예훼손이 성립하느냐고 반문했다.
김 회계감사는 "다른 직원들도 있는데 유독 나에게만 폭력행사를 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이는 "노조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출퇴근할 때 보안실에서 카드를 찍으면서 보고하고 밥을 먹고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나만 핀잔을 들었다. 갓 들어온 신입사원 관리하듯 사측이 나를 관리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회계감사는 창립 이래 무노조 원칙을 고수해온 삼성에서 노조 설립을 주장해왔다. 2011년 7월 17일에는 삼성에버랜드 감사팀에서 개인 정보 유출을 이유로 김 회계감사를 조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삼성의 무노조 원칙이 깨진 것은 2011년 7월 18일로, 이날 삼성노조는 설립필증을 받아 법적 자격을 얻었다. 삼성에버랜드는 노조 설립을 주도한 조장희 부위원장을 해고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해 노조를 탄압한다는 각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에버랜드 홍보팀 관계자는 20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실제로는 폭행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얘기 좀 하려고 팔을 잡고 하다가 상처가 난 것이며 현재 김영태 씨가 출근하지 않아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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