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005학년도 2학기 수시모집에서 공과대학 특기자 전형의 수학문제 3개 문항이 수학 올림피아드 경시대회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주로 참고하는 문제집에서 그대로 베껴 출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과학고·경시대회 응시자에 유리…공정성 의문"**
국회 교육위원회의 정봉주 의원(열린우리당)은 21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대가 공과대학 특기자 전형 면접 및 구술고사 때 출제한 (1), (2)번 수학 문항은 'Mathematical Olympiad Challenges'(MOC) 22쪽에 실린 (1)번 문항을, (3)번 문항은 MOC 23쪽에 실린 (2)번 문항을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며 "MOC 문제집은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해외 직수입도서로, 과학고 또는 수학올림피아드 경시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다양한 문제풀이 훈련을 위해 주로 외국에 주문하는 책인 것으로 알려져 특기전형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구체적으로, MOC 문제집에 실린 'consider on the sides of a polygon orthogonal vectors of lengths proportional to the lengths of the sides, pointing outwards. Show that the sum of these vectors is zero(어느 다각형의 각 변마다 그 변의 길이와 비례하는 벡터가 대응하고 이 벡터는 대응하는 면에 수직이고 다각형의 외부를 향한다. 이 벡터의 합이 0임을 입증하라)' 문항의 경우 서울대 (1)번 문항에서 '어느 다각형' 부분을 '삼각형'으로 바꿔 출제했고, (2)번 문항 또한 MOC의 문항을 '푸는 방식'에 주안점을 둬 약간 변형했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MOC (1)번 문항과 서울대 (1)번 문항 비교 분석>
"다각형의 각 변마다"(MOC) → "삼각형의 각 변마다"(서울대)
"그 변의 길이와 비례하는" → "변의 길이와 같으며"
"다각형의 외부를 향한다" → "삼각형의 외부를 향한다"
"대응하는 변에 수직이고" → "대응되는 변에 수직이고"
"이 벡터의 합이 0임을 보이시오" → "이들 벡터의 합은 0이 됨을 보이시오"
<MOC (1)번 문항과 서울대 (2)번 문항 비교 분석
"다각형의 각 변마다"(MOC) → "다각형의 각 변마다"(서울대)
"그 변의 길이와 비례하는" → "변의 길이와 같으며"
"대응하는 변에 수직이고" → "대응되는 변에 수직이고"
"다각형의 외부를 향한다" → "다각형의 외부를 향한다"
"벡터의 합이 0임을 보이시오" → "벡터 합은 이 됨을 수학적 귀납법을 사용해 보이시오"
또 MOC 23쪽에 실린 'Orthogonal to each of a polyhedron consider a vector of length numerically equal to the area of that face, pointing outwards. Prove that the sum of these vectors is zero(어느 다면체의 벡터가 각각의 면에 수직이고 외부로 향하며 그 크기가 다면체의 면의 면적과 수치상으로 똑같다면 그 벡터의 합이 0임을 증명하라)' 문항은 서울대의 경우 '어느 다면체'를 '정사면체'로 바꿔 출제했다.
<M.O.C. (2)번 문항과 서울대 (3)번 문항 비교 분석>
"다면체"(MOC) → "정사면체"(서울대)
"각각의 면에 수직이고" → "대응되는 면에 수직이고"
"외부로 향하며" → "외부를 향한다"
"면의 면적과 수치상으로 똑같다면" → "면의 면적과 같으며"
"벡터의 합이 0임을 증명하라" → "벡터의 합은 이 됨을 보이시오"
정 의원은 "서울대는 특기자 전형의 구술면접 문제 출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해야 한다"며 "교육부 또한 즉각 서울대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특기자 전형의 각종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특기전형에서도 문제점 발견"**
한편 정 의원은 2005학년도 서울대 의예과 수시 2학기 특기자 전형 구술면접 과정에서도 문제지에 수험생의 이름을 명기하지 않아야 함에도 담당관이 이름을 적도록 지시해 일부 이름이 기재됐고, 또 서울대가 인정하는 응시자 수상경력 기준과 사회 봉사활동 시간을 점수로 매기는 방식에 있어서도 근거기준이 모호해 가산점 산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서울대는 의예과와 수의학과 입시과정에 대해 객관적인 사정을 했는지 점검하기 위해 구술면접고사 1단계 합격자 32명과 2단계 최종합격자 10명에 대한 전형자료를 요구했으나 가장 기본적인 자료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어 더욱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이 또한 22일 열리는 교육부 국감장에서 철저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22일 오후 서울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의원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한 뒤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입학관련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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