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준공식을 전후해 본격적인 바람몰이에 나섰다. 20일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당직자와 중진의원 30여명을 초청해 복원공사를 마치고 2일 준공식을 앞둔 청계천을 미리 선보인 것.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 시장과 박 대표의 이날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나, 양측이 다소 과장되게 주고받는 덕담 자체가 오히려 대권 신경전으로 비쳐졌다.
***이명박 "청계천 공사 성공엔 한나라당 도움 커"**
정치권에선 이날 행사를 두고 "청계천 정치의 신호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 시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청계천 복원 공사를 '감상'하는 자리인 만큼 참석자들은 2시간여 행사 내내 큰 공사를 무사히 마친 이 시장의 노고를 치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청계천 '나들이'에 앞서 이 시장이 한나라당 참석자들과 만찬을 가진 프레스센터에서 이 시장과 박 대표는 청계천 성공의 노고를 서로에게 돌리며 '의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공사를 하는 동안 한나라당은 여러 고비마다 서울시에 힘을 실어주고 서울시의 어려움은 대변하고 방어해 줬다"며 "신세를 많이 졌었고 평소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당에 감사를 전했다.
이에 박 대표도 "청계천 복원 공사를 강력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낸 이 시장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며 "새 역사를 쓰는 시점에서 서울 시민들의 사랑받는 명소가 되길, 더욱 발전하는 서울시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으로 화답했다.
식사에 앞서 '건배사'를 맡은 박희태 국회부의장은 "위대한 서울을 건설한 한나라당의 자랑 이명박 시장에게 감사한다"고 이 시장을 잔뜩 추켜세우며 "위대한 서울시를 바탕으로 위대한 선진조국 창출에 모든 것을 바치자"며 잔을 들었다.
이 시장과 박 대표가 마이크를 잡은 도중 혼선이 생긴 탓에 잠시 행사가 중단됐을 때조차 의원들의 덕담은 끊이지 않았다. 이 시장 옆에 앉은 한 의원이 마이크의 '징징' 소리를 두고 "청계천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같다"고 빗댔고, 이어 박 대표의 마이크에서도 잡음이 나자 이규택 최고위원이 "청계천의 개구리가 개골개골 우는 소리 같다"고 받아 좌중을 웃겼다.
***이시장-박대표, 다정스레 '청계천 데이트'**
만찬 직후, 이 시장과 참석자들은 청계천으로 자리를 옮겨 30여분 간 밤나들이를 했다.
이 시장은 박 대표와 나란히 걸으며 다리 하나, 돌 하나에 까지 세세한 설명을 덧붙였고 이 때마다 박 대표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 동행한 의원들로부터 "두 분이 데이트를 하시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이 시장과 박 대표 뒷줄에서 함께 걷던 의원들도 "3천8백억이 들었다지만 수조 원 가치는 되는 것 같다", "마치 유럽에 온 기분이 든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직 청계천이 본격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다리 위만 거닐던 시민들은 이날 만찬 참석자들과 서울시 관계자, 보도진 등 100여명이 다리 아래를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오히려 진풍경이 듯, 도로에 서서 이들을 구경했다. 수포교, 광교 등 이름 난 다리 아래에서 이 시장이 설명을 하기 위해 멈춰 설 때마다, 이들은 이 시장과 박 대표 이름을 연호하며 손을 흔들었고 이에 이 시장과 박 대표도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 대표와 김무성 사무총장, 유승민 비서실장, 전여옥 대변인 등 당직자들과 김덕룡 전원내대표, 박희태 국회부의장 등 중진의원들이 참석했고 박진, 맹형규, 원희룡 등 서울시장 후보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 중에는 박계동 의원만이 얼굴을 보였다.
***한나라 대권 레이스 점화**
이날 이명박-박근혜 '청계천 회동'에서 표면화된 신경전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당내 대권 레이스는 본격화 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치권에선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 시장이 자신의 최대 무기인 청계천 복원사업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선게 아니냐는 관측이 파다하다. 서울시가 여야 각 정당에 공세적으로 행사 참석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열린우리당은 서울시측의 '청계천 맛뵈기' 행사를 제안에 불참 의사를 통보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이명박-박근혜 회동에 앞서 "국민의 세금으로 얻게된 청계천은 서울시민의 공유물이지 마치 특정인의 사유물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 대표측은 다음달 치러질 10.26 재보선에서 다시 한번 '박풍'을 몰아 대세론이 재점화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박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임기를 보장받아 각종 선거를 통해 대중적 지지도를 당 안팎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일단 이 시장과 박 대표측은 모두 "아직까지 대권을 언급할 때는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청계천 준공식과 재보선을 거치며 한나라당의 대권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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