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일본 자민당이 헌법 개정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시기구로 출범해 올해 5월로 활동 시한이 끝난 중의원 헌법조사회를 정식 상임위로 격상시킨 것이다.
***공명당에는 전화로만 통보**
자민당은 14일 열린 정당 협의회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과 이같이 합의하고 21일 특별국회가 소집되면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오는 29일쯤 '헌법조사위원회'를 발족시킨다는 계획이다. 내년 중 국민투표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민주당과의 합의지만 중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개헌 발의안(의석수의 3분의 2)을 7석 넘게 차지한 자민당이 수적 우위를 이용해 밀어붙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명당에는 전화로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은 상임위 명칭인 '헌법위원회'가 곧바로 개헌절차에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민주당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헌법조사위원회'로 하기로 하는 정도의 양보만 했다.
헌법조사회가 상임위가 되면 의안 제출권을 갖게 돼 개헌의 발판이 마련된다. 기존 헌법조사회는 각 당의 의견을 취합해 구속력이 없는 보고서를 내는 데 그쳤었다.
그러나 신설되는 상임위는 국민투표법안을 심의하고 헌법을 조사할 수 있는 권리만 갖지 헌법 개정안 자체를 심의하지는 않는다. 국민투표법안 심의는 개헌 발의일로부터 며칠 내에 국민투표를 할 것인지, 투표 연령은 몇 살 이상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심의를 뜻한다.
***'개헌 급물살'은 시기상조**
자민당이 오는 11월 발표할 신헌법 초안에는 지난 8월 발표한 헌법 개정안 조문이 담길 예정이다. 이 조문 초안은 기존 제9조 제2항의 '육·해·공군 기타 전력 불보유'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자위군 보유를 인정하고 국제공헌활동이라는 역할을 명기했다.
정교분리의 원칙에 관한 제20조 제3항도 '국가 및 그 기관은 종교교육 기타 어떠한 종교활동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에 '사회적 의례의 범위 내에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라는 단서가 추가됐다. 총리와 천황이 공인 자격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자민당의 개헌 움직임이 곧바로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연립 공명당이 개헌에 적극적이지 않다. 불교 세력이 중심축인 공명당이 신사 참배를 사실상 허용하는 자민당의 초안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자민당이 민주당 내 개헌파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예측도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당론이 개헌 반대인 상황에서 소수 존재하는 개헌파들이 자민당과 손잡을 경우 민주당은 당 존립마저 위태로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같은 예측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론은 더욱 큰 걸림돌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자민당에 표를 몰아준 일본인들이 정치적 균형감을 되찾으면 몰표는 오히려 자민당의 짐밖에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번 선거는 우정 민영화법에 대해서만 찬성한 것이고 개헌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모카와 마사하루 <마이니치신문> 편집위원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예컨대 개헌을 주도하고 있는 <요미우리신문>도 헌법 구조에 대해서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모든 게 자민당 뜻대로는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민당도 '수적 우위를 앞세운 개헌 드라이브'라는 안팎의 비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수의 횡포가 아니라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를 반영해 신속하게 정책을 실현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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