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에서 유류, 교통, 전기, 전셋집까지 서민 살림에 필요한 모든 물가가 줄줄이 인상 대열에 올라섰다.
억눌려 있던 물가인상 요인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대란 조짐마저 보이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식탁물가 '인상 신호탄'…유가도 '들썩' = 서민 가계를 위협하는 물가 대란의 신호탄은 먹거리 품목들이 쏘아 올렸다.
폭염으로 농수산물값이 폭등한데다 그간 정부가 규제하던 가공식품 가격도 잇따라 올라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19일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17일 기준 4㎏들이 시금치 중급 한 상자 가격은 한 주 전보다 44.9% 상승한 2만8천582원에 형성됐다.
상추 4㎏ 한 박스 가격도 지난주보다 37.8% 뛴 1만4천935원이었다.
이 같은 엽채류들은 이상 고온이 계속되자 잎이 시들며 직격탄을 맞았다.
배추도 10㎏ 그물망 보통 기준 가격이 5천448원으로 한 주 전보다 10% 가까이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홍고추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서, 길게 보면 김장철까지 폭염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도매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가격도 도미노 상승 추세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시금치 한 단 가격은 2천원으로 한 달 전보다 30% 넘게 뛰었고, 상추 한 봉은 전월 대비 딱 두배로 뛰었다.
수산물 값도 폭염에 따른 해파리 출몰로 정상적 조업이 이뤄지지 않아 크게 뛰었다.
생삼치는 어획량이 절반 가까이 줄며 산지 시세가 30% 상승했고, 병어도 수확량이 지난해의 50%로 떨어졌다. 대표적 여름 생선인 민어도 어획량이 줄었다.
이에 따라 병어 가격은 지난해보다 25% 넘게, 민어도 비슷한 수준으로 값이 올랐다.
가공식품은 라면, 과자, 통조림, 음료, 주류 등 사실상 전분야에서 상승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값을 10년만에 9.4% 인상했고, 동원과 사조 등 통조림업계도 지난달말 참치캔 가격을 올렸다.
또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 등 음료업체도 콜라와 사이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50원 안팎에서 올렸다.
농심은 국민스낵 새우깡 값을 11.1%나 올렸고, 삼양식품 역시 삼양라면 등 6개 라면 값을 50~60원 인상했다.
오리온과 해태제과 등도 조만간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고, 팔도 등도 라면값을 조정할 방침이어서 가공식품 값은 앞으로도 줄줄이 상승할 전망이다.
오비맥주는 20일부터 카스와 골든라거 등 전 제품의 출고가를 5.89% 인상하고, 하이트도 지난달 맥주 출고가를 5.93% 올렸다.
식탁 물가뿐 아니라 유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7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천973.95원으로, 저점을 찍었던 7월16일 1천891원에서 한 달만에 80원 넘게 올랐다.
두바이유가 8월 들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타고 있어 당분간 국내 기름값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최근 유가 동향을 살펴봤을 때 국내유가가 국제유가의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중교통도 인상 예고…전기·전셋값도 예의주시 = 유가 상승으로 자가용을 집에 놔두고 다니더라도 물가 대란의 덫을 피하기는 어렵다.
'서민의 발'인 대중교통 요금이 상당수 하반기 중 올라갈 것으로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3년마다 인상되는 택시 요금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부산이 내년 2월 택시 기본요금을 2천200원에서 2천900원으로 31.8% 인상하기로 확정한 가운데 서울에서도 현재 2천400원인 기본요금을 3천200원으로 33.3% 올리는 방안이 접수돼 검토 중이다.
2년 주기로 오르는 일반 완행버스, 직행버스, 고속버스 등 '3대 시외버스' 요금도 올해 말 일제히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여행의 대중화를 이끈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도 잇따라 요금을 올리는 추세다.
에어부산은 다음달 1일부터 국내선 공시운임을 평균 9.7% 올리기로 했고, 제주항공은 제주행 국내선 운임을 올리는 방안을 마련해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의 중이다.
티웨이항공도 다음달께 국내선 운임을 인상할 예정이며 취항 이래 한 번도 운임을 올리지 않은 진에어도 다른 항공사의 동향과 환율 및 유가 움직임을 지켜보며 김포~제주 노선의 요금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달 초 인상된 전기요금은 여전히 유류·액화천연가스·석탄 등 연료비 상승 압박을 받고 있어 연말께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남아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연료비 상승 등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10% 이상이지만 지난 6일부터 적용된 실제 인상률은 평균 4.9%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겨울철 전력 피크가 도래하기 전 추가 인상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조금씩 들썩거린다는 점도 서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01% 올라 지난해 10월 셋째주 이후 10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아직은 전세 수요의 움직임이 예년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가을 이사철에 본격 진입하면 가격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시작된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나 서초구 일대 단지들의 주변 지역에서 국지성 전세난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처럼 생활물가가 전방위로 오르자 정부에서도 비상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7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관계부처들은 선제적으로 물가관리대책을 강구해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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