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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도시 주민이 쓰레기 걱정에 잠긴 이유는?

브라질은 어떻게 성장했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단 세계인의 믿음을 깼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그리스 디폴트 위기설을 시작으로 유로존의 경제가 흔들리자 훌륭한 정부의 예로 더는 미국이나 서방을 말할 수 없게 됐다. '미국도 서방도 훌륭한 정부를 가지지 못했다면 어떤 나라가 훌륭한 정부를 가진 나라라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된 이유다.

<슈피겔>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새로운 기획연재의 주제로 '훌륭한 정부'를 정하고 그 첫 번째 사례로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신흥국으로 떠오른 브라질을 든 이유이기도 하다. 식민지 시절을 거쳐서 20세기에도 군부독재와 양극화에 시달리던 브라질이 도약할 수 있었던 계기에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랐던 정부의 역할이 있다는 게 이 기사의 요지다.

범죄도시는 어떻게 쓰레기를 걱정하게 됐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 도시 칸타갈루는 마약 거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강간 등의 폭력 범죄가 들끓는 도시였다. 그러나 현재 칸타갈루 주민들은 범죄 대신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지 말고 소각하라는 권고문을 보면서 산다.

1990년대만 해도, 브라질이 월드컵(2014)과 올림픽(2016)을 연이어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잡지는 "브라질은 외세의 의해 마치 체스의 졸(卒)처럼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16세기~19세기 브라질은 포르투갈 등 외세의 힘에 좌우되던 국가였다. 20세기에는 연이은 군부 쿠데타를 겪으며 나라가 휘청거렸고 결국 1964년부터는 미국의 비호를 받은 20년간의 장기 군사 독재가 시작됐다. 그 결과 1990년대에 들어선 브라질은 양극화와 폭력 그리고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국가가 됐다.

브라질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1990년대 페르난두 엔히크 카르도주가 등장한 이후다. 카르도주는 재무장관 시절 현대 헤알화를 도입해 새로운 화폐 단위를 만들고 대외 채무관계를 조정했으며, 관세장벽을 철폐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정치적 우군보다는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를 중용했고 나라를 개방해 세계 경제와의 연관성을 강화했다. 그 결과 경쟁을 이겨내지 못한 기업들은 도산을 면치 못했지만 브라질 경제에 대한 신뢰는 회복됐고 소비는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룰라의 등장

카르도주는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1994년 대통령에 선출됐고 연임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좋은 정부를 이루기 위한 핵심 목표인 '부의 평등한 분배'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카르도주의 한계를 극복한 이는 그의 후임으로 2010년 퇴임 당시까지도 87%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정치인"이란 찬사를 받았던 룰라 다 실바였다.

룰라는 빈민 가정 출신이었다. 첫 번째 부인과 그녀의 뱃속에 있던 아기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탓에 부인과 아기를 모두 잃기도 했던 룰라는 노조 지도자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그는 부의 재분배 정책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는데 이는 '볼사 파밀리아'라고 불리는 정책으로 나타났다. 빈민 도시 칸타갈루 사람들의 지갑에 여유가 생겨 돈을 쓰게 되면서 새로운 바와 가게도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정책이 시행된 이후부터다.

룰라의 재분배 정책의 핵심은 복지에 있었다. 브라질 정부는 아이들의 수와 가계 소득에 따라 매달 21달러에서 74달러의 돈을 빈곤층에 지원했다. 이 정책의 혜택을 받고 싶다면 반드시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고 정기적으로 백신 주사를 맞게 해야 한다. "이 덕분에 20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뛰어올랐으며 절대 빈곤자층이 50% 감소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룰라의 이러한 정책은 '원조주의(assistencialism)'란 비난을 받는 등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국민의 고통에)반응하는 정부라는 원칙으로 모든 계급의 사람을 하나로 모아 정체성을 형성하고 공유했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브라질 유권자들은 룰라의 3선을 압도적으로 지지했지만 룰라는 헌법에서 3선을 금지한 조항을 수용해 물러난 것도 좋은 통치의 일부라고 잡지는 덧붙였다.

2010년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의 성과를 이어받아 정부개혁을 강조했다. "냉철하고 섬세하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녀는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적 자유 신장을 목표로 삼았다.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지난 2010년 11월 당선 직후 브라질리아에서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과 승리의 포즈를 취하는 모습 ⓒ로이터=뉴시스

호세프 대통령이 강조한 정부 개입으로 올해만 7명의 고위 공무원이 옷을 벗었다. 산업 정책에서도 규제를 강화했고 금융거래에 막대한 세금을 부여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시장이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브라질을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시장을 떠받치는 신흥 경제 주체로 거듭나게 했다.

잡지는 3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브라질이 고성장과 정치적 자유 그리고 빈부 격차 해소라는 '3연승'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은 고성장 차원에서 브라질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같은 신흥국인 중국은 정치적 자유 제한이 아킬레스건이다. 빈부격차 해소는 기존 선진국이나 신흥국 모두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태여서 브라질의 현재 성과는 더욱 주목을 받는다.

선진국들이 제안하는 성장모델을 거스른 브라질은 강력한 산업규제와 세금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수준의 대기업을 육성했으며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 개발도 정부가 주도함으로써 다른 산유국에서 발생하는 '석유의 재앙' 현상을 겪지 않고 있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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