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꽤 많은 이들이 "저 출산"이란 답을 내놓는다. 사람들이 저 출산을 꼽는 이유는 그동안 언론이 이를 무수히 각인시켜온 데 크게 기인한다.
지난달 24일만 해도 통계청이 지난해 출생·사망을 집계한 결과 출산율이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최저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1.16명에 그쳐 세계 최저수준이었다고 했다.
***넉넉해진 교실, 과연 교육정책의 성공일까**
국민들은 지난 8일과 9일에도 언론보도를 통해 국내 저 출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2005학년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생 수는 지난해에 비해 9만3394명이 줄어들었고, 이 추세대로 가면 5년 뒤인 2010년에는 초등학생 수가 지금보다 67만명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 이었다.
교육부는 여기다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가 그동안 추진해 왔던 '7.30 교육여건 계획'으로 학생은 줄어들었지만 교사는 늘어 교육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초등학교의 경우 교원 1명당 학생 수는 2004년 26.2명에서 2005년 25.1명으로 줄었고, 학급당 학생 수는 32.9명에서 31.8명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언론, 특히 일부 방송뉴스는 이러한 통계 수치의 현실감을 더욱 살리기 위해 학교 현장을 찾아 넉넉해진 교실 공간을 보여주는가 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교사들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8일 이러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전면에는 9만여명 감소, 5년 뒤 67만명 급감 등 저 출산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돼 있으나 최근 교원노조와의 갈등 등을 고려해 보면 이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교원1인당 학생수는 OECD '꼴지'"**
교육부가 교육통계연보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던 날, 전교조는 정부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전교조는 내년도 9046학급이 증설되는 것을 감안할 때 최소 1만4879명의 새 교원임용이 필요하고, 또 유치원 종일반 운영에 필요한 인원도 1755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행정자치부가 1차로 배정한 인원은 고작 6570명에 불과했고, 이 마저도 영양교사 1712명과 미발령 교사 500명이 포함된 숫자였다. 전교조는 "시시때때마다 저 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강변하던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의 최소 조건인 교원 정원확보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의 기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 전교조 교사는 "매년 7월 말이나 8월 초·중순에 발간되던 교육통계연보가 하필 교원노조와의 갈등이 불거지는 시기에 맞춰 나온 것에 대해서도 현장교사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며 "도대체 언론은 우리나라 초등교사의 70% 이상이 잡무를 제외하고도 주당 25~30시간 동안 수업을 하고 있고, 학급별 교원 1인당 학생수가 OECD 평균 15.2명보다 훨씬 높은 32.2명으로 최하위라는 점을 왜 보도하지 않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 교사는 또, "초등학생 수가 그동안 주기적으로 출렁여 왔다는 점을 언론이 알았다면 아마 교육부 보도자료에 일방적으로 경도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들마저 현 시점에서 교원확충이 불필요한 것처럼 인식하게 되면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프레시안>이 지난 90년부터 올해까지 16년 동안 초등학생 수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초등학생 수는 지난 91년부터 97년까지 7년 동안 전년대비 10만~27만여명까지 줄어왔고, 98년부터 2003년까지 6년 동안은 4만~8만여명까지 늘어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 수가 또다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또다른 한 전교조 교사는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 이하로 한다던 '7.30 교육여건 계획'이 실시된 지 몇 년 만에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45명을 넘어선 학교가 적지 않은 실정"이라며 "법정정원 확보율이 낮아지면 교사의 수업시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이 낮아진다는 점을 국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언론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도별 초등학생 수 변화추이>
연도 초등학생 수 가감 수
2005 4,022,801 -93,394
2004 4,116,195 -59,431
2003 4,175,626 +37,260
2002 4,138,366 +48,937
2001 4,089,429 +69,438
2000 4,019,991 +84,454
1999 3,935,537 +100,976
1998 3,834,561 +50,575
1997 3,783,986 -16,554
1996 3,800,540 -104,623
1995 3,905,163 -194,232
1994 4,099,395 -236,857
1993 4,336,252 -236,857
1992 4,560,128 -196,377
1991 4,756,505 -112,015
1990 4,868,520 -
자료출처 : <교육통계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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